(발췌: '한권으로 완성하는 최면 테크닉, 정동하 지음, 평단문화사)

에릭슨은 환자를 치료함에 있어서 순간적인 기지로 환자의 생각과 행동의 변화를 유도해냈다. 어떤 경우는 몇 개월에 걸쳐서 지속적으로 행동의 변화를 유도하거나, 심리적으로 많은 치료가 필요하다고 여겨지는 경우에도 단 몇 마디로 사고의 전환을 통한 인식의 변화를 가져오도록 했다.

에릭슨의 치료전략을 보면 마치 선승의 걸림 없는 지혜가 느껴진다. 여기에 소개되는 사례들을 보면 에릭슨의 관점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사례들은, 본래 전체 상담내용을 축약한 것이므로 짧은 문장이지만 실은 여러가지 내용들이 들어있는 경우라고 생각해야 한다. 각 사례에서 찾아 볼 수 있는 간접최면, 해결중심기법, 모순(역설)기법, 메타포(비유, 은유) 기법, 리프레이밍(사고체계의 전환) 기법 등의 특징을 알아차리는 것이 중요하다.

    ***  호랑이가 앞에 있다면***

한번은 통증환자가 왔을 때 말했'다. "만약 매우 배고픈 호랑이가 걸어 들어와서 당신 앞에 앉아 있다면 통증을 느낄까요?" "아마도 통증을 느끼지 못하겠군요. 이제 아프지 않아요. 새로운 관점을 배웠군요." 그 환자는 돌아가서 아픔을 느낄 때마다 호랑이를 생각하면서 약을 먹지 않고도 잘 견디어 냈다.

  ***   손동작을 생산적인 일에***

정신과 병동에서 근무하는데 자신을 예수라고 부르면서 담요를 덮어쓰고 돌아다니는 환자가 있었다. 에릭슨은 그가 이전에 목수일을 했다는 말을 듣고 서랍 만드는 일을 시켰다.

생산적인 일을 하게 되자 얼마 후 그는 상태가 많이 호전되었다. 이와 비슷한 얘기로, 사업하다가 재산을 잃고 우울증에 걸려서 울기만 하는 사람이 복도에 서서 손을 앞뒤로 반복적으로 움직이고 있었다.

이것을 본 에릭슨은 그에게 당신은 인생이 위아래로 내려간 사람이므로 차라리 손을 아래로 흔들어보라고 했다. 그가 그의 말대로 손을 위아래로 흔들자 이번에는 손에 지우는 것을 주어서 칠판을 지우게 하면서 생산적인 일을 하게 하였다. 그러자 얼마 지나지 않아서 그는 울지 않았다. 그리고 목공일을 하면서 수입을 올렸다.

  *** 천식을 취직으로***

천식환자인 청년이 엄마와 함께 왔다. 그런데 엄마는 자식에게 모든 것을 다 해주고 있었다. 음식을 먹을 때, 물이나 샌드위치 심지어 냅킨도 갖다 주는 것을 보고 에릭슨은 청년의 독립심을 키워주는 게 먼저 필요하다고 판단하였다.

그래서 은행에 취직하라고 권유했지만 은행에는 조금도 관심이 없었다. 하지만 올 때마다 은행에 대해서 물어보면서 관심을 갖게 하였다. 청년은 점점 호기심이 생기면서 취직을 하게 되었다. 임시직으로 일하면서 돈을 모아서 대학에 진학할 계획을 세웠다. 그 과정에서 천식도 자연히 낫게 되었다.

****   대인공포증을 육체미 운동으로****

어떤 장소에 대한 두려움을 공포증이라고 하는데 에릭슨은 이런 관점을 거부한다. 공포증을 가진 환자가 왔었는데 에릭슨이 보기에 그는 자신의 능력보다 낮은 직업에 종사하고 있었고, 대인기피증으로 뒷골목만 걸어가고 사람들이 많은 빌딩을 갈 수가 없었다. 그리고 여자를 피하고 자신을 좋아하는 어머니와 함께 살고 있었다.

에릭슨은 그에게 여자공포에 대해서는 묻지도 않았다. 그의 자아를 강화하기 위하여 어머니와 다른 아파트에서 따로 살게 하고 신체적인 조건을 강화시키는 육체미운동에 중점을 두었다. 청년은 점차 자신의 신체에 대해서 자신감이 생기면서 대인관계에서도 잘 적응하게 되고 마침내 결혼까지 했다. 공포증 환자를철저하게 환경의 변화와 행동의 변화를 통해 해결한 것이다.

  ****  마지막 인생이라면****

어느 회사의 비서로 일하는 처녀가 죽기 전에 마지막이라고 하면서 찾아왔다. 자신은 인생에서 더 이상 희망이 없다는 것이다. 자신을 좋아하는 남자도 없고 사람들과의 관계도 원만하지 못해서 사는 게 의미가 없다 보니 옷도 제대로 안 입고 엉망으로 살아가고 있었다.

에릭슨은 그녀에게 어차피 마지막이니 그동안 저금해 둔 돈이나 다 쓰라고 했다. 그래서 그 돈을 찾아서 백화점에 가서 좋은 옷을 사 입고 몸단장도 하라고 했다. 그리고 그 다음에는 점심시간에 잠시 쉬러 가는 분수대로 가서 전에 자주 옆에서 말없이 앉아 있던 남자가 보이면 물을 뿌리고 도망가라고 했다.

그랬더니 다음날은 그 청년이 뒤에서 물총으로 쏘면서 장난을 쳤다. 그 다음날 저녁식사를 함께 하고 몇 개월 뒤 청첩장을 보내왔다.


***  매력이 넘쳐서 쳐다볼 수가 없는데 ***·

살찐 여자가 와서 아무도 자신을 인정하지 않고 있으며 자신도 더 이상 세상을 살고 싶은 마음이 없다고 말했다. 에릭슨은 대화를 듣는 도중 그녀에게 필요한 것은 자신감이라 판단했다.

그래서 상대방의 말을 하는 동안 계속 얼굴을 가리면서 딴전을 피웠다. 여자가 다 말하고 나자 사실은 여자가 매력이 넘쳐서 감히 쳐다볼 수가 없다고 말했다. 그리고 살이 빠지면 더 매력적일 것 같다고 하자 얼굴이 환해졌다. 치료가 잘된 것은 말할 나위도 없었다.

  ***  비만과 우울증을 도서관에서***

살찐 여자가 부모의 학대로 혼자 살다가 심리적 불안으로 찾아왔다. 에릭슨은 그녀에게 진짜로 살쪘다고 솔직히 말해주면서, 자신은 다른 사람과 달리 솔직하다는 인상을 심어주었다. 그러면서 우선 그녀에게 도서관에 가서 인류학 책에서 왜 살이 찌는지를 찾아보라고 했다.

2주마다 찾아오면 도서관에 가서 이 책 저 책을 보게 하면서 6개월을 도서관에 가서 헤매게 만들었다. 나중에 그녀는 도저히 살찐 이유를 못 찾겠다고 했는데 그 과정에서 이미 그녀는 책에 신경을 쓰느라 살이 많이 빠졌다. 그리고 공부에 관심을 갖게 되면서 곧장 대학교에 진학하게 되었다.

*** 손가락을 더 빨아요***

엄마가 손가락을 자주 빠는 어린 딸을 데리고 찾아왔다. 에릭슨은 부모에게 앞으로 어떤 일이 일어나도 자신만 믿고 그냥 놔둘 것을 다짐 받았다. 그리고 딸을 따로 불러 매일 저녁에 아빠가 신문을 보고 있으면 그 옆에 가서 20분씩 손가락을 빨고 다시 엄마가 바느질을 하고 있으면 그 옆에 가서 다시 20분씩 빨도록 지시했다.

진료를 받고 돌아온 날부터 딸의 증세가 더 심각해지자 부모는 황당했지만 에릭슨과 약속대로 가만히 두고 볼 수밖에 없었다. 며칠 지나자 조금씩 빈도수가 줄어들기 시작했다. 그러더니 얼마 안 가 손가락 빠는 게 귀찮아서 더 이상 빨지 않게 되었다.

   ***  야뇨증을 위장운동으로 ***

야뇨증으로 고생하는 소년이 엄마와 함께 찾아왔다. 에릭슨은 그에게 음식을 먹으면 잘 씹어서 삼키고 그 음식이 내려가면 위장에 잘 담았다가 다시 창자로 내보내서 잘 소화를 한 다음 적당한 시간이 되면 다시 내보낸다고 설명해주었다.

야뇨증에 대해서는 한 마디도 하지 않았다. 그런데 그 말을 들은 소년은 얼마 안 가서 야뇨증이 없어졌다. 이것은 에릭슨이 즐겨 사용하는 은유(메타포)적인 표현이다. 잠재의식은 상징적인 의미를 잘 받아들이기 때문에 이렇게 간접적으로 비유를 들어 설명해도 그 의미를 잘 전달 받는다는 것이다.

*** 스케이트로 한 방에 날려버린 우울증과 학업부진***

학업성적이 저조하고 심각한 우울증에 빠진 소녀를 부모가 데리고 왔다. 에릭슨은 그 소녀와 함께 시간이 나는 대로 자전거도 타고 스케이트도 타면서 즐겁게 놀아 주었다.

운동을 잘하게 되자 학교에서 인기가 점점 올라갔다. 그러자 자아가 강화되면서 자연 공부도 열심히 하면서 성적이 올라가게 되었다. 그 후에 그 소녀는 나이가 들어서도 그 시절을 추억하면서 에릭슨에게 자주 편지를 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