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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주님의 생활탐구 일지....

조회 수 186 추천 수 0 2023.05.08 12:15:29


모든 것이 어찌보면 다루어내는 경험인가?

일어나는 익숙한 생각들도 빨리 알아차리고 중심 잡는 과정을 통해 생각을 다루어내는 경험을 하고 있는 것이고, 일어나는 감정들도 알아차리고 일지를 쓰거나, 상담을 받거나, 글이나 그림으로 승화하면서 그것을 다루어내는 경험을 하고, 아동센터에서 일했을 때의 아이들과 지금 가족 간에서 일어나는 상황에서 내가 고민하면서 이렇게도 해보고, 저렇게도 해보는 것처럼 그것을 또 다루는 경험을 거치는 거고...



모든 것이 다루어 내고 중심 잡는 경험(훈련)같다.

그렇게 생각하니 뭔가 가슴이 설레고 두근거린다.



엄마아빠가 그렇게 사이가 좋지도 않고 둘 사이가 그렇게 동등하지 않다. 그런 모습을 보면서 스스로 마음이 좋지 않고 힘든 게 있었는데 이걸 또 어떻게 다루어낼지(상대는 바꿀 수 없겠지만) 고민해보니 또 설렌다. 가슴이 두근거린다. 어제랑 오늘 좀 가슴이 아팠다. 같이 맛있는 것을 시켜서 먹으려고 하는데 아빠가 '엄마는 이런 거 안 좋아한다'면서 엄마를 배제시키는 말을 했다. 엄마는 그걸 먹고 싶다는 표현을 했었는데 아빠가 그렇게 얘기해버리니까 엄마가 기분이 팍 상해버렸다.



나는 그런 엄마의 상황을 살피지 못하고 엄마에게 음식을 권했다. 예전같으면 아빠의 그런 말을 신경쓰지 않고 밥 맛있게 먹었을텐데 이제는 그런 모습이 보여서 챙겨주고 싶었다. 그런데 엄마는 나에게 싫다고 표현했다. 나는 엄마를 챙겨주고 싶었고 아빠에게 그런 취급을 받는 게 너무 속상한데 자꾸 안 받으려고 하니까 더 속상해서 화를 냈다. 엄마는 왜 갑자기 싫다는데 먹이려고 하냐고 화를 내면서 아빠가 보는 앞에서 둘이서 대판 싸웠다.



그러고 다음 날까지 엄마는 기분이 안 풀려있었다. 불편하고 화나고... 뭐라 설명할 수 없지만 엄마에게서 밀도가 강하고 압축된(꿍 해있는) 어떠한 불편함과 힘듦이 느껴졌다. 먼저 화내서 미안하다고 사과하고 엄마가 하는 얘기를 들었다. 안 그래도 아빠가 그런 말을 해서 자존심이 상하고, 화가 나는데, 내가 음식을 권하니 더 불편했고, 화를 내니까 더 화가 났다는 입장이 보였다.



아침에 방에서 혼자 나갈 준비를 하는데 애잔해서 눈물이 났다.

왜 이렇게 불쌍하지... 하면서 눈물이 났다.

지금도 너무 안타깝고 불쌍해서 눈물이 난다.

엄마랑 동일시가 많이 되어있는 건지 모르겠는데 너무 불쌍하고 애잔하다.



바깥의 상황은 내 뜻대로 바꿀 수 없겠지만 한 번 나를 써서 엄마와 얘기를 해보기로 했다. 좀 더 엄마에 대해 알고, 내가 할 수 있는 선에서 운용을 해보기로... 마침 엄마에게서 아빠가 볼일을 다 보고 오기 전에 둘이서 맛있는 것을 시켜먹자고 연락이 왔다. 배달음식을 시켜주고 둘이 같이 먹는데, 아침보다 기분이 많이 풀어져 있었다.



이건 맛있고 이건 어땠고. 엄마가 그냥 얘기를 하는데 마냥 귀엽게 보였다. 아동센터에서 이거 좋다, 저거 좋다, 이건 싫다, 저건 싫다고 투정부렸던 어떤 아이가 생각이 났다. 그 아이를 대할 때와 비슷한 기분이 들어서 묘했다.



엄마의 기분을 살피면서 아빠 욕을 일단 하면서 엄마의 마음을 풀어준 후에, 그 날 좀 더 싸우거나 자기주장을 강하게 할 수는 없었는 지에 대해 물어봤다. 엄마의 대답을 듣고 엄마아빠의 관계가 흐름이 어떤지 좀 더 선명하게 파악할 수 있었다. 같이 살건데 싸우기가 싫어서 엄마는 아빠의 행동들(엄마를 무시하거나 함부로 대하는 표면적인 행동)을 불편함에도 용납을 해주고, 그렇게 쌓여 있다가 아빠가 뭐라 하거나 갈등이 좀 더 생기면 거기에서 터져서 소리를 지르거나, 욕을 하는 등의 형태로 터지는 게 반복이 되는 것 같다.



밥을 먹을 때도 보통 가족들끼리 모여서 밥을 먹는데 우리 가족은 엄마가 항상 배제가 되어있다. 엄마가 미리 먹고 우리 둘이 같이 먹거나, 우리 둘이 먹고나서 엄마가 그 뒤에 먹거나 방에 가서 밥상없이 먹거나... 항상 당연하게 어릴 때부터 그렇게 살아서 잘 몰랐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좀 다른 것 같다. 다음에는 아빠와 따로 시간을 잡아서 아빠의 행동들에 대해 물어보고 가족의 흐름을 다시 파악하는 방향으로 가봐야겠다. 그리고 필요하다면 계속 아빠가 엄마를 불편하게 하는 행동을 반복한다면 나는 더이상 이 집에서 살고 싶지 않다는 등의 의사도 표현하고 싶다.



앞으로 맛있는 것을 시킬 때에는 좀 넉넉하게 시켜서 엄마 먹을 몫을 남겨지게 하거나, 아빠가 엄마를 불편하게 하는 행동을 할 때에 내가 엄마를 보호하는 표현을 하는 등의 운용도 해봐야겠다. 왜냐하면 둘은 나 때문에 같이 사는 거기 때문에, 어찌보면 내가 정서적으로 힘이 더 세다. 지금 둘 사이에 힘이 균형이 깨져있는데 내가 같이 사는데 그렇게 해보면 좋지 않을까? 그런데 둘의 일인데 내가 괜히 참견하는 게 아닐까 싶기도 하고..



그렇게 나를 이렇게 저렇게 한 번 써보고 정리를 해보고 싶다. 가족심리학 책도 읽어보면서 우리 가족의 역동이 어떤지도 탐구해보고 싶고, 일단 내 나름대로 운용을 해서 내 마음이 편해지고 싶다. 옛날보단 덜 힘들지만 사실 좀 힘들다. 마음이 좀 아프고 속상한 느낌이 든다. 그래도 일단 여기서 사는 중에는 이것저것 운용해보면서 써보고 싶다. 언젠간 이 경험들이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거나 조언 한 마디 해줄 수 있는 정도가 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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