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제목
> 커뮤니티 > 자유게시판

내것인 이 불안은 무엇인가? - 해안공

조회 수 1864 추천 수 0 2020.01.08 15:40:19

아이가 학예회 무대에서 실컷 울고 난 후, 계속해서 무엇인가가 올라왔다.

무엇인가를 들킨 기분으로 부끄러웠고, 사람들에 대해 더욱 경계심이 들었다.

무엇인가 불안한 생각도 들었다.

아이가 유치원에 가서 놀림을 당할 것 같았고,

그에 대해 아이는 무기력하게 당하기만 할 것 같다는 불안이 올라왔다.



그래서 아이는 아무 말도 하지 않는데, 내가 먼저 가서,

누가 학예회 때 운 것으로 놀리면 이렇게 말해라.. 라고 말하려 하는 내가 보이며,

그러면 안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말하기를 관두었다.

그렇게 나의 불안을 참아내고 있는데, 정작 아이는

거리에서 만나는 친구들에게 반갑게 인사하고, 유치원에 가서도 재미있게 잘 놀고 왔다.

그것을 보며, 나는 나의 이 불안이 내 것임을 알며, 이것이 무엇일까 생각해본다.

내 것인 이 불안이 무엇일까...



아이들과 함께 기차를 탔다.

둘째가 아무 생각 없이 앞 좌석을 발로 톡톡 치고 있었다.

나는 바로 아이를 제지하려하고, 그 순간,

내 속에서 훅 올라오는 두려움과 방어의 마음을 느낀다.

나의 행동을 통제하던 하나의 생각이 보이기 시작한다.


모든 사람은 나를 공격할 것이야. ->

그러니 조금이라도 공격할 상황을 만들면 안돼.’

내가 인식하지 못하지만 내 모든 삶을 지배하고 있던 생각.



밖에 나갈 때마다 경계태세를 하고, 아이들이 조금이라도 소란스러워질까

너무나 먼저 통제를 하고, 조그마한 일이라도 생기면 방어하는 마음에서 시작해,

상대가 나에게 극단의 비난을 한다는 생각을 하며

나는 그에 대응한다는 시나리오가 늘 나의 머리 속에 있었다.

이런 일련의 반복들이 보인다.

나는 사실 집 앞 슈퍼에 갈 때도 뭔가를 항상 경계하고 긴장하고 있었다.



그것이 하나의 생각에서 나왔음을 알고 나니 세상 속에 있는 것이 더 이상 두렵지 않았다.

그렇게 과한 피해의식으로 상대에게 대응을 해야 할 때는,

이미 마음 속에서 과하게 놀라버려 상황파악을 제대로 못해 대응을 하지 못했다.

상대와 소통을 해야 할 때는 과한 공격을 받고 있다는 착각으로 과잉반응을 한다.

내가 항상 공격받고 있다는 착각은 나를 계속해서 움츠러들게 하고,

적절한 대응에서 멀어지게 하고, 피해의식을 더 키워 더욱 움츠러들게 했다.



나는 여전히 세상이 나를 공격하며,

부모의 싸움과 같은 불안을 느낄 것이라고 생각해온 듯 하다.

그랬구나, 그랬구나, 생각하며 이제 세상에 다 대응할 수 있을 것 같은 안도감도 느낀다.

사실 이제 밖에 나가는 것이 두렵지 않았다. 그러다가 다시 의문이 생겼다.

내가 불편해하는 사람과 문자를 주고 받는데,

나는 다시 큰 긴장을 하며 문자를 지웠다 다시 썼다는 반복하고 있음을 본다.



내가 이런 말을 해서 이 사람이 나를 훅 공격해오면 어쩌지. 내가 뭘 잘못하면 어쩌지..

단지 모든 사람들이 나를 공격한다. 의 착각을 하고 있음을 아는 것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그 속에 무엇이 더 있는 것일까.

아니면 그 생각에서 파생된 몸의 습관인가.

저 사람이 유달리 공격적이어서 그런가.

사실 내가 불편해하고 두려워하는 사람은 좀 공격적인 사람이 맞기는 맞다.

그 사람은 그냥 그 사람 것을 하는데, 내가 그것을 두려워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또 다시 고민..



누군가의 비난을 받기 두렵다..

반대로 내가 누군가를 비난하는 경우를 생각해본다.

상대가 앞에 있을 때도 때로 그렇고, 그냥 이야기의 주인공을 비난할 때도,

훅 공격성이 올라오며 지나친 비난을 퍼붓는다.

상대가 나를, 내가 상대를 비난하는 식으로 비난할까 두려운 걸까.

그런 비난의 느낌은, 아버지가 어릴 적 나에게 했던 그 느낌과 같다.

아버지는 소리를 지르지는 않았지만,

갑자기 훅 돌변하여 감정을 잃고 몇 마디의 말로 나를 비난했다.



내 몸덩이만한 얼음을 안은 서늘한 느낌. 약간의 공포.

도무지 아무 대답도 할 수 없는 당혹감,

왠지 내 존재 자체가 완전히 극도의 문제가 아닐까 하는

의심을 넘어서 확신이 드는 느낌이었다.

그렇게 나는 덩그러니 남겨져 그 모든 것을 내 몸 안에 저장해 놓은 듯 하다.

사실 내가 아버지를 화나게 했던 말들은

감정을 잃을 만한 수준의 것들이 전혀 아니었고,

나에게 의미도 없는, 나도 어디서 들었던 그냥 처음 해보았던 말이었다.



아버지가 나와 조금이라도 친밀했다면

그 말이 의미 없었다는 것을 알 것이고,

나에게 관심이 있었다면, 물어보았을텐데.

그럼 그것이 내 모든것이 아님을 알았을 텐데.

그래. 이것을 지금의 나에게도 적용해보면 되겠다.

내가 한 실수들이 나 자체가 아니라는 것...

 


내가 상대를 비난하는 태도가 아버지에게서 배운 습관이라면,

상대의 말을 두려워하는 것은,

모든 말들도 아버지의 비난처럼 받아들이고 있어서 일까..

세상 사람들이 나에게 관심 없다는 것을 알겠고

그냥 자기 것을 하고 있다는 것도 알겠다.

근데 비난받을까 두려워하는 것은 어디서 오는 것일까....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저희 홈피를 찾아 주신 모든 분께 감사의 말씀을... [5] 관리자 2008-03-24 77360
공지 <나를 꽃피우는 치유 심리학>이 출간되었습니다. imagefile [5] 성원 2009-12-21 84552
1393 애주님의 생활탐구 일지.... 원장 2023-05-08 171
1392 임인년 새해의 시작을 명상하며... 원장 2022-01-01 1532
1391 나와 함께 한다는 것에 대한 자각... - 애주 원장 2021-12-11 1455
1390 묻고 질문하며 의문을 가져라. 원장 2021-12-10 1959
1389 바른 의식에서 용서는 없다. 원장 2021-12-10 1175
1388 서로 다른 기준을 자각하다. - 목우 원장 2021-11-30 1141
1387 경남 하동 1박2일 수련을 다녀와서... - 아노... 원장 2021-11-15 870
1386 애주님의 자기탐구 일지... 원장 2021-11-12 1134
1385 가을의 수채화... 원장 2021-11-12 1426
1384 공자님의 자기탐구 일지.... 원장 2020-05-04 2747
1383 종교와 명상의 다른 점에 대해서.... 원장 2020-05-01 2041
1382 나의 힘듦이 무엇인가 - 화공님 원장 2020-01-29 1986
» 내것인 이 불안은 무엇인가? - 해안공 원장 2020-01-08 1864
1380 제12회 동계 INP 소감문 <태원조:여명,우손,샨티... imagefile 여신357 2019-12-24 2229
1379 제12회 동계 INP 소감문 <공감조:우공,여유,화공... imagefile 여신357 2019-12-24 208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