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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왕자 15장 - 지리학자의 별에서....

조회 수 4495 추천 수 0 2015.02.04 15:08:29

어린왕자가 방문한 6번째 별에는 지리학자가 있다. 지리학자의 모습에서 나는 ‘안다’라는 것의 함정에 대해서 생각하게 되었다. 앎을 에너지의 중심 센터인 차크라와 연관지어 설명할 수 있다. 지혜와 통찰력-6번째 챠크라. 인당,아즈나 챠크라.... 이번에 만난 지리학자의 모습에서 나는 안다고 하는 그 ‘앎’자체와 알고 있는 대상인 '개념'에 대해서 돌아볼 수 있었다.



역설적이게도 지리학자의 별은 아주 아름답다. 하지만 지리학자는 자신의 별을 전혀 알지 못 한다. 모를 뿐만 아니라 알려고도 하지 않는다. 지리학자는 오직 탐험가를 통해서 마을, 산, 바다, 사막, 강...등의 경험을 듣고 알게 된다. 지리학자는 스스로 자신의 이러한 직책과 자신이 쓰는 책이 너무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자신의 서재에서 움직일 수가 없다고 어린왕자에게 말한다.



여기에서 나오는 지리학자는 노쇠하고 극도의 안정성을 추구한다. 안정이라는 것은 결국 변하려고 하지 않는 마음이다. 그는 영원히 변하지 않을 중요한 것들을 책에 기록한다고 한다. 중요한 지리학자와 중요한 책.... 그런데 그것들이 정말 중요할까? 중요한 것은 사람의 관점에 따라 다르다. 학자들에게는 자신의 이론이 맞다는 것을 주장하는 것에 대해 날을 세운다. 소위 말하던 이데올로기의 대립이라는 것으로 인해 전쟁까지 불사했던 것이 불과 한 세대 전의 이야기이다. 그렇게 소중하게 지켜야 하는 그 학파와 이론라는 것. 하지만 실제 삶에 부딪힌다면 그것들은 도움이 되지 못한다. 학파에 대한 주장과 관념을 지키는 것이 현실에서 당장 물 한 모금 떠다 줄 수는 없다.





학파도 이론도 학문의 세계에서는 매우 중요하다. 학설이 현실적으로 도움이 되지 않고, 나쁘고 해가 되기도 하니까 다 버리라는 말이 아니며, 학문이 중요하지 않으니까 학문을 하지 말라는 것도 아니다. 단지 학문이 나를 나로써 바로 살게 하고, 행복하게 살게 하는 관점에서 현실적으로 보자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내가 자유로워지는 것이다. 지리학자와 같이 개념적이고 관념에 묶인 삶이 아니라 내가 나로써 자유롭게 삶을 선택하고 지금의 현실과 나를 어떻게 이해하는가가 중요함을 말하는 것이지 학문과 앎의 가치와 그것의 진위여부를 따지는 것은 아니다.



이런 지리학자의 태도는 직접 경험을 하는 탐험가와 대조된다. 지리학자는 변하지 않는 것을 참 좋아한다. 그 결과 책에 옮겨질 탐험가의 경험에도 일관성을 적용한다. 지리학자는 일관성을 위해 여러 가지 장치를 해 둔다. 탐험가의 도덕성을 체크하여 그의 도덕성이 흐려지면 산이 원래 하나인 것을 두 개로 적는 ‘재앙’이 다가올 것이라고 한다. 그래서 증거를 채취한다. 탐험가에게 산의 크기를 알기 위해 돌멩이를 가져오라고 한다. 하지만 우리는 제 3자의 입장에서 보면 이런 지리학자의 자기증명이 얼마나 터무니없는 논리인지를 쉽게 알 수 있다. 하지만 지리학자는 자기만의 관념적인 룰에 빠져서 그 룰에 맞춰서 중요한 정보가 맞는지를 바라볼 뿐이다. 그 룰이 과연 좀 더 본질적으로 진실인지를 알려고 하지 않는다.



학설은 가설에서 나오고 가설은 그것을 유지하는 자기만의 틀과 기준이 있다. 그는 지리학자는 중요하기 때문에 밖에 나가지 않는다는 기준을 만들고 일관적으로 책상에만 앉아서 움직이지 않는다. 하지만 그것을 의심하지 않는다. 그리고 탐험가의 도덕성을 체크하고, 돌의 크기로 산의 크기를 증명한다는 기준을 만들었다. 하지만 그 역시 의심하지 않는다.





만약 누군가 그의 이런 기준들을 의심하게 된다면 그는 어떻게 될까? 아마 지리학자는 이런 기준들을 자신과 동일시하고 있기 때문에 큰 타격을 입을 것이다. 자기존재가 타격 받는듯한 큰 고통을 느낄 것이다. 그것은 온전한 자유가 아니다. 기준이란 고정된 것이 아니기에 그것과의 자기동일시는 언제든지 타격을 받을 수는 있다. 사람들의 생각은 아주 다양하다. 언제든지 나와 정반대의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있을 수 있고, 그런 사람들이 있을 때마나 그는 아주 고통스러울 것이다. 그렇게 지키고자하는 마음으로 과연 자유롭다고 할 수 있을까?



내가 가진 나의 기준들 중 가장 크게 나에게 영향을 주는 것은 과연 내가 '옳은가 그른가’에 대한 것이다. 옳다 것이 아주 확고하기 때문에 나와 다른 의견을 들으면, 저항하는 마음이 많이 일어난다. 게다가 내가 생각하는 것이 틀렸다는 것을 지적받으면 내가 한 모든 노력과 내 존재 자체가 이미 틀렀다는 생각에 쉽게 빠진다.



요즘 많이 언급되는 감사함에 나는 굉장히 인색한 사람이다. 그래도 전까지는 살짝 감사함에 대한 생각이라도 하는 것에 대해서 만족하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감사함에 대해서 행동하지 않고 생각만 하는 것은 쓸모없다’는 말을 듣자마자 나는 엄청 저항했다. 그 말을 듣자마자 기분이 나쁘다는 것만 느껴졌고, 조금의 감사함에 대한 아이디어라도 낸 나의 모든 노력이 다 헛수고가 되는 느낌이었다. 극단적으로 가는 나는 벌써 상대방과 싸울 준비를 다 끝냈다. 상대방의 생각은 모른 체 나의 기준만을 가지고 방어하는 마음만 있었다. 이렇게 나는 내 기준에 엄청 강하게 묶여있다. 이것은 자유가 아니다. 언제 나는 비난당할지 모른다는 그 불안함에 조마조마하게 살아야 하는 것을 어떻게 자유라고 할 수 있을까?





지리학자는 그가 쓴 책이 중요하다(matter of consequence)고 한다. 어린왕자가 보기에 다른 별의 어른들도 매번 자신이 중요한 일을 한다고 했다. 처음의 어른은 비행기를 고치는 중요한 일을 한다고 했으며 지리학자의 중요한 일은 개념이다. 지리학자에게 화산이 살아 있든 죽어 있든 그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다. 그냥 산이라는 그 개념만 중요하지 그 외의 것은 안중에도 없다. 지리학자가 죽고 못 사는 개념...하지만 개념은 단지 개념일 뿐이다. 개라는 이름은 짖지 않는다. 그리고 화산이라는 이름은 폭발하지 않는다. 그렇게 앎을 추상하고 체계를 세우고 지식들을 연결해서 시스템을 세우는 것은 진짜 경험이 오면 와르르 무너진다. 그렇게 무너진 개념, 본인의 본질과도 같이 느껴지는 그 개념이 무너지면 좌절을 하고 이제는 더 강하고 더 단단한 앎을 만들지만 또 다른 경험이 오면 속수무책이다.



이 개념이 나쁘다는 것은 아니다. 우리도 내면을 바라보기 위해서 여러 가지 개념을 쓴다. 프레임, 자아도취, 블랙독, 아이수 등등. 개념이라는 것이 있어서 그게 아주 나빠서 내가 이렇게 힘들다는 말이 아니다. 모든 것은 균형이다. 개념이라는 것도 결국 나를 행복하게 해 주기 위한 도구일 뿐이다. 하지만 그 도구에 빠져있어서, 진짜는 없고 허울만 남은 나는 속이 텅텅 비게 된다. 정작 내가 어떤지 알 수가 없다. 이미 관심은 개념에 있으니까. 마치 지리학자가 탐험가들이 물어오는 ‘중요한’ 정보에 빠져, 그리고 빠진 것도 몰라서, 자신의 별이 얼마나 아름다운지를 모르는 것처럼. 지리학자도 처음에는 세상에 지식을 알리기 위해서 시작했을 것이다. 그리고 그 정보의 정확성을 키우기 위한 자기만의 개념들을 이용했다. 하지만 지금은 완전 그 개념에 잠식되어 개념에 따라 살아가는 숨 막히는 생활을 하고 있다.



멀리 지리학자까지 갈 것도 없다. 이것이 결국 나의 이야기였다. 열심히 노력해서 이제 알았다고 생각했다. ‘아, 그냥 내 생각만 놓으면 되는구나.’ 내 생각을 놓는다는 그 개념, 그 이름에 나는 매여 버렸다. 그 때부터 어떤 생각이 날 때마다 나는 내 머릿속에서 바늘을 꺼내 나를 찔렀다. ‘생각만 놓으면 되는데 왜 그래? 왜 사서 고민해? 왜 알면서 못해?’ 그리고 그런 비판을 하는 나를 찔렀다, ‘그런 생각을 하면 안 되는데...’ 또 그런 생각을 하는 나를 부순다. 분명히 내가 행복하기 위한 것이었는데, 시작은 그랬는데. 내가 어떻게 되든 상관없이 도구와 개념에 끼워 맞추려는 나는 나의 지리학자였다. 숨이 막힌다...ㅠㅠ






지식을 가지고 경험하면, 즉 안다는 생각으로 경험하면 그대로를 경험하기 힘들다. 지리학자는 어린왕자의 이야기를 먼저 연필로 적으면서 들었다. 나중에 자신의 기준에 들어맞는 증거를 가지고 오면 확실하게 적기 위해서이다. 이미 색안경을 쓰고 듣고 있다. 안다는 것은 득이면서 독이다. 알면 알수록 위험하다. 아는 것에 집착해서 그 앎의 조각을 하나씩 모아 또 하나의 ‘안다’는 것에 대한 고정된 개념을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하나의 법칙을 만들어 또 나를 가두는 기준으로 쓰일 수 있다. 자꾸 알려고 할수록, 자꾸 시스템을 만들어서 나를 아는 데서는 나와는 멀어지고, 상대를 아는 데서는 상대와 만나기 힘들어지게 된다.



나를 자유롭게 하기 위해서 고민했다. 알기위한 노력의 가치에 대해서 말하는 것이 아니다. ‘생각을 놓는다는 것을 알았다’에 빠져서, ‘과거를 통해서 자신을 알아야 한다는 것을 알았다‘에 빠져서, ‘느낌에 집중해야 한다는 것을 알았다‘에 빠지게 되면, 지금의 내가 어떤지를 보기 보다는 내가 얼마나 하고 있는지를 평가하게 된다. 중요한 현재를 놓친다.



관계 속에서도 마찬가지다. 상대방이 이러하다는 것을 알았다고 해서 그 경험을 붙잡게 되면, 나는 상대방을 쉽게 오해 속에서 만나게 될 것이다. 알았다는 것 자체를 폄하하는 것이 아니다. 단지 알았다는 것에 대해서 균형을 잡지 못하고 알았다는 것을 붙잡는 것이 또 다른 기준으로써 나를 자유롭지 못하게 한다는 것을 말하고 싶은 것이다. 변하지 않는 것은 죽었다. 변하지 않는 것은 하나다. 현재... 존재하는 것은 결국 현재 하나 뿐이다. 내가 모름으로 현재에 서서 무한한 변화를 수용하면, 나는 비로소 잇는 그대로 자유로워 질 수 있으리라 고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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