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과 자유롭기 위해 반드시 외부의 조건이나 상황을 변화시켜서 자유롭고 행복해질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상황과 조건을 통제하여 자신이 원하는 대로 만들었다고 하더라도 그것은 잠깐일 뿐입니다. 잠시는 그렇게 될 수 있어도 시간이 지나면 다시 원래로 돌아갑니다. 그러기에 명상은 외부를 바꾸는 것이 아니라 외부의 상황을 해석하고 있는 자신의 마음을 바로 아는 것이 목적입니다. 자신의 내면에서 자유로우면, 내면에서 걸리지 않으면 외부에 있는 것은 아무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좋아함과 싫어함이 사람마다 다르기에 자기 마음에 걸림이 없는 사람은 외부의 것을 가지고 시시비비하지 않습니다. 왜야하면 외부에 대한 좋아함이나 싫어함이 문제가 아니라 그것을 시비하는 내면의 분별심이 문제를 만들고 있음을 알기 때문입니다. 분별심은 주로 자신을 지키고 집착하는 마음에서 나옵니다. 우리는 생활명상을 통해서 부처님의 말씀대로 진리의 길인 무아와 무상으로 나아가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자신에 대한 집착으로 무의식적인 믿음체계에 놀아나거나 지긋지긋한 감정놀이에 빠져 외부를 탓하고, 상황을 문제시하면서, 자신을 이해하고 사랑하기보다 원하는 기준에 맞지 않는다고 자신을 싫어하고 미워하게 됩니다. 고통과 문제는 원래 없습니다. 고통과 문제를 만드는 ‘나’가 있을 뿐입니다. 고통은 상황에 저항하는 만큼 커지며, 문제는 잘못 알고 있는 만큼 무지가 커질수록 커질 것입니다.

생활명상 공부의 핵심은 지금 이순간에 존재함과 있는 그대로에 대한 알아차림을 목적으로 합니다. 지금 이 자리에는 어떤 문제나 고통도 없습니다. 현재 스스로 고통과 문제를 가지고 있다면 그것들은 모두 과거의 경험에 대한 기억들을 붙들고 만들어 내는 해석이거나 아니면 그것을 미래로 투사해서 그렇게 될 것에 대한 걱정이나 염려가 만든 망상인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알아차림은 스스로 삶과 인생을 선택할 수 있는 힘을 가지게 합니다.

지금의 자신이 가지는 삶의 모습은 자기선택의 총합입니다. 선택한 것만이 자신 앞에 나타납니다. 선택이 바로 경험입니다. 우리의 내면에 있는 창조주는 삶이 순간순간마다 선택을 합니다. 그런 선택이 모인 것이 지금의 자기 모습입니다. 이것을 알아차리면 우리는 삶의 피해자가 아니라 삶의 주인임을 알게 됩니다. 알아차림은 바로 이것과 저것 사이의 선택권을 가지게 합니다. 그럴 때 삶은 자신이 창조하는 즐거움이자 기쁨이 됩니다.

하지만 이런 자신을 이해하거나 깨닫지 못할 때 우리는 왜곡된 신념체계를 받아들여 무의식적으로 반응하거나, 집단의식의 옳음과 기준에 함몰되어 자신을 잃어버리거나, 부정적인 감정에 휩싸여 삶을 어둠으로 해석하고 받아들이게 됩니다. 이런 행동과 모양이 모인 것이 바로 자기만의 업식이자 카르마입니다. 이런 개인적이고 집단적인 카르마로부터 벗어나서 자신의 진정한 실체가 누구인지를 아는 것이 바로 생활명상이 공부입니다.

우리의 본래 모습은 왜곡된 신념이 비워진 순수의식이며, 우리의 본래 마음은 집단의식의 관념이 놓여진 텅빈마음이며, 우리의 진실된 자신은 부정적 감정의 얼룩이 묻지 않은 투명한 의식임을 자각해야 합니다. 과거 중국의 선의 3조인 승찬스님은 신심명에서 지도무난 유혐간택(至道無難 唯嫌揀擇), 단막증애 통연명백(但莫憎愛 洞然明白)이라고 했습니다. 이는 지극한 도는 어렵지 않으니 오직 간택심을 꺼릴 뿐이니, 미워하고 사랑하지만 않으면 통연히 명백하니라. 는 뜻입니다.

옳고 그름, 좋고 나쁘고, 깨끗하고 더럽고, 높고 낮고, 사랑하고 미워하고.... 외부는 언제나 있는 그대로이지만 그것을 대하는 우리의 마음가짐과 태도, 그것을 해석하는 자세와 관점이 문제의 초점입니다. 장자의 ‘빈 배’ 이야기처럼 비어있으면 걸림이 없지만 집착이 많을수록 무겁고 문제가 생깁니다. 내려놓고 내려놓고, 이정도 내려놓았다고 생각되면 또다시 내려놓는 것이 생활명상의 공부임을 잊지 말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