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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박4일 INP 프로그램을 마치고... - 해공

조회 수 3214 추천 수 1 2018.12.26 12:35:40
미국에 있으면서 한국 여행을 계획할 때부터 INP를 고대했다. 프로그램이 언제 있을지 공지는 아직 없었지만 연말에 프로그램이 있으면 꼭 참석할 수 있도록 일정을 잡았다. 하지만 막상 INP가 가까이 다가왔을 때엔 일이 바빠져서 아쉽게도 프로그램을 위한 마음의 준비를 별로 못했다. 미리 명상도 하고 몸도 풀어두며 흐름을 잡아두고 시작하면 더 깊이 나와 접속할 수 있을텐데. 그러나 그럴 수 없었다. 별려놓은 일이 많아 일에 빠져 살았다. 마감에 허덕였다. 센터에 오기 한 시간 전까지 미친듯이 논문을 마무리 하고 왔다. 온 몸의 긴장, 갑갑함, 어깨의 무거움, 수면부족, 피로를 잔뜩 들고 센터에 왔다.


프로그램이 진행될 수록 점점 편해졌다. 밥을 안먹는것도 뛰는것도, 명상을 하고 목욕을 하는것도 “힐링캠프”가 따로 없었다. 사부님과 함께 자고 일어나고 목욕하고 틈틈이 질문을 드릴 수 있단것도 너무 좋았다. 내겐 이 모든게 일로부터, 그리고 해내야하고 이뤄야하는 삶으로부터의 달콤한 휴식이었다. 단식도 힘들지 않았다. 죽염도 효소도 물도 맛있었다.


힘든 것은 내 안에서 올라오는 익숙함이었다. 가슴의 답답함과 어깨의 긴장. 혼자 자고 일어났을 때의 끈적한 불쾌감, 그런 것들이 구취처럼 스멀스멀 올라왔다. 그럴 때면 “있던 것이 올라오는 것이겠거니” 하며 느껴주려 했다. 딱히 할 수 있는 것도 없지 않은가. 현재의 운용만이 있을 뿐이란 사부님의 말씀을 새겼다.


사흘째 날 밤, 가슴 열고 서로에게 얘기를 나누는 시간에서 나는 울었다. 꽉 잠긴 가슴을 안고서 “과연 내 가슴이 열릴까” 싶었는데, 앞에 앉은 사람의 눈을 보자, 그리고 그 사람이 나와 똑같은 존재라는걸 되뇌이자 눈물이 흘렀다. “지난날의 나는 어떻게 살아왔는가?” 나는 더 잘 나고싶었다. 남들이 나를 함부로 할 수 없도록 힘을 가지고 싶었다. 남들이 내 말을 들어줬으면 했다. 내가 옳았으면 했다. 옳음으로 이기고 싶었다. 특별해지고 싶었다. 보통 아니게. 영어를 잘 하고, 대학을 나오고 대학원을 졸업해도 그걸로는 부족했다. 박사를, 할거면 미국 박사정도를 하고, 구글같은데서 고액 연봉을 받으며 일하는 유능한 나를 꿈꿨다.

그래서 나를 막 다뤘던 “개새끼들”의 코를 납작하게 눌러주고싶었다. 그런 “년놈”들을 만나면 앎과 능력의 힘으로 꾹꾹 눌러주고싶었다. 특별한 지식, 기술, 실력. 그런것들이 내 삶을 빛내줄줄 알았다. 하지만 그 끝에 무엇이 있는지 나는 알지 않는가? 미국에서 연봉을 1억 2억 3억 받고, 교외에 성같은 집을 짓고, 그 성 안에다 영화관, 헬승장, 농구장 만들고서 살지만 항상 일이 너무 많아 집에서 잠조차 편히 못자는 사람들을 나는 많이 안다. 그러한 물질적 성공끝에 오는 특별함에 행복이 없음을 겪어보지 않아도 알 수 있다. 그것들이 무슨 소용인가? 혼자서 고독한 “나만 잘남”에 행복과 가슴열림이 있을 수 없지 않은가.

특별함을 원하는 내 업식의 구조. 인정하긴 싫었지만 사부님의 거듭된 말씀과 강의로 비춰보니 구구절절 사실이었다. 끊임없이 노력해서 특별해져야 하고, 그 특별함을 유지하도록 끊임없이 노력해며 전전긍긍 해야하는 삶. 그 특별함이 타인을 만나면 우월감이 되어 나가고, 무시로 나가게 되는 구조. 너와 나를 분리시키고 끊임없이 나누어 분별하는 구조. 그것은 하나되는 길이 아니라 여럿 되는 길. 통합이 아닌 분열되는 길. 성인이 아닌 속인의 길. 고립의 길, 분쟁의 길, 파멸의 길, 고독한 ‘성공’의 길. 내가 가고자 하는 길이 과연 그 길이었나? 항상 스스로 묻고 비추겠다.

마지막날 중단전 수련도 참 좋았다. 어깨가 무거워 손은 자꾸 떨어졌지만, 내가 스스로를 책임져 주겠다는 항상 든든한 어른어로서 스스로를 챙기겠다는 다짐을 하며 고통을 견뎠다. 팔의 저림이 어깨로, 등으로, 배로 전달되며 온 상체가 뻐근했지만 그 고통과 함께 어깨의 긴장이 녹아내리는 느낌이었다. 그러면서 미소와 웃음이 흘러나왔다. 스스로를 위해 이렇게 힘써줄 수 있고, 포기하지 않을것이며 책임져주겠다는 자신이 뿌듯했다. 삶을 겪어나가며, 도전을 해쳐나가며, 힘든 고통도 인내해가며 나는 성숙해가겠지. 더 깨어있고 성숙한 어른이 되는 길을 걸어가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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