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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 또 왔습니다.

조회 수 3429 추천 수 0 2012.01.04 17:15:18

0.

선생님, 안녕하십니까?

몇일 전, 관심과 애정으로 주신 답변, 감사히 받아보았습니다.

제 마음을 글로 전달하는 것이 한계가 있긴 하지만, 그래도 선생님 말씀을 좀 더 듣고싶은 마음에 다시한번 여쭤봅니다.

 

1. 참고사항

지난번 선생님 답글을 아내에게도 보여주었었는데, 아내가 글을 잃고 말하기를,

자기 자신이 갑자기 절반정도는 없어지는 것 같은 느낌이다 라고 하였습니다.

선생님 답글의 세 번째 단락에서 그렇게 느껴진다고 말입니다.

 

2.

저는 항상 아내를, 아이들을 위해서 무엇을 할것인가 생각하고 또 생각합니다. 이번주말에는 어디를 가서 신나게 놀게해줄까, 쓰레기 버리고, 방 쓸고, 가끔 설거지도 하고, 빨래도 널고, 쓰다가 보니 난 항상 가족을 위해서 고민하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별로 쓸게 없네요. 생각만 하고있었던건지..ㅜㅜ

 

3.

저는 밤에 조용한 시간을 좋아합니다. 혼자있는 시간이 좋습니다. 나만의 작은 방 하나라도 있으면 좋겠다고 늘 생각하지요. 그런데 언젠가부터 혼자서 술을 마십니다. 나에게 휴식을 주는 과정인 것 같습니다.

 

4.

아내는 일찍자고 일찍 일어나는 체질입니다. 지금은 6년간 세 아이의 출산과 육아로 생활패턴이 들쭉날쭉하게 바뀌었습니다. 신체적으로 많이 힘들 것 같습니다.

 

5.

결혼초기에 심하게, 자주 충돌이 생겼던 부분도 거의 이 문제였습니다.

저는 저만의 공간과 시간이 필요한데, 아내는 그것을 인정하려하지 않습니다. 아니, 인정한다고 하더라도 자기 기분이나 기준에 맞아야만 합니다. 너무늦게 자지마라, 술 너무마니 먹지마라 등등. 늦게나 많이의 기준은 그날그날 다릅니다.

 

6.

저는 간단한 요리를 할때 사용한 식기, 주방기구들을 싱크에 넣을 때 물로 한번 헹궈서 큰 것이 아래에 가도록 차곡차곡 넣어둡니다. 씻을 때 좋기도 하고, 퐁퐁칠 한 뒤 역순으로 다시 건조대에 올릴때도 효율적입니다. 설거지가 끝나면 크기순으로 가지런히 쌓여서 건조도 잘 되고 꺼내어 쓸때도 좋습니다.

 

7.

아내는 요리할 때 발생하는 모든 기구들이나 재료들, 포장지며 오만것들이 모두 1차세척없이 싱크로 올인됩니다. 잔뜩 쌓이게 되는데, 제가 세척하려고하면 한숨이 먼저 나옵니다.

 

8.

초기에는 이런것들로 제가 잔소리를 하기도 하였고, 그것이 발단이되어 큰 싸움이 되기도 하였습니다. 그러나, 이제 저는 아무런 붚평이나 잔소리도 안합니다. 설거지도 안합니다. 수북히 쌓아놓은 싱크대 상태가 1주일씩 가기도 합니다. 밥시간이면 잔뜩쌓인 싱크에서 필요한 수저몇개 찾아내어 대충 씻어 물이 뚝뚝 흐르는걸 건네받아 밥을 먹습니다. 그리곤 다시 싱크에 추가됩니다. 저는 아무말도 안합니다. 제가 바꿀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그냥.

 

9.

가끔 가족들 모두 재워놓고 설거지를 합니다. 옆에 소주한병 놓아두고 조금씩 마시면서.

깨끗해진 식기들이 가지런히 쌓여가면 기분이 좋습니다.

자! 이제 쓰레기도 버렸겠다, 거실도 대충 한번 쓸었겠다, 홀가분 합니다. 아내를 위해서 조금은 도움도 되어주었다는 마음에 흐뭇하기도 합니다. 밤은 깊어갑니다. 책을 읽거나, 영화를 한편 보거나, 여유로운 나만의 시간을 조금 가져봅니다. 새벽 서너시가 되어 아이 때문에 잠이 깬 아내가 거실로 나와서 저를 봅니다. 화를 냅니다. 아내는 심하게 화낼때는 독기어린 표정과 말투로 말합니다. 밤에 술먹고 설거지 하지 말라고 합니다. 저는 마음이 많이 아픕니다. 나에게 화내고 소리지르는 아내를 보면, 너무너무 아픕니다. 어떤때는 참고 넘어가고, 어떤때는 취기에 맞서기도 합니다. 저는 화를 내고나면 제 마음이 더 불편합니다. 나 이외의 모든 사람들에게 화를 내고나면 제가 더 불편합니다. 그래서 화내는 일이 많지 않습니다.

 

10.

아내나 저나 출발점과 목적지는 같습니다. 서로 위해주고 도와주려는 마음에서 출발하지만, 대화방식, 사고방식에서 서로 상처받고 아파합니다. 무언가 더 찾고 노력하고 해보자고 말해봅니다. 이미 6년이나 했는데 뭘 더하냐는 악에받힌 대답이 돌아옵니다. 아내는 일단 수틀리는 일이 생기면 제부모도 시부모도 없습니다. 안하무인입니다. 막말을 해댑니다. 악을쓰며 닥치는데로 말을 내지릅니다. 자기 언니, 여동생이 다독이고, 꾸짖어주고, 이야기해주어도 자기가 싫다고 생각하는건 무조건 아니라고 악을 씁니다. 예전의 예를 들면, 아무리 맘상하고 기분나쁜일이 있어도 일년에 몇 번 가지않는 시댁에서는 웃으면서 있다가 집에와서 남편을 지지든 볶든 하여라. 라고 언니가 말해주면, 내가 왜 그래야 되는데? 라고 받아칩니다. 이런식입니다. 그래도 요즘은 시어머니와의 관계가 나쁜편은 아니라 다행입니다.

제가 어떻게 해야될까요? 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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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육아에 관한 이야기 한꼭지 더 드립니다.

7살 아들, 4살 딸, 만4개월 막내아들.

첫째는 그래도 엄마아빠를 많이 이해해주는 나이이고 성격도 그러합니다.

그런데 둘째딸은 (만36개월) 아직 이해력, 표현력이 그리 높지 않을 나이이고, 성격도 아내랑 똑같습니다.

 

12.

신발을 신는 장면입니다. 제가 둘째 신발을 신겨주는데, 무언가 마음에 들지않은 모양입니다. 찡찡거리는 소리가 점점점 커지다가 울음으로 바뀌고 몸부림치다가 대성통곡을 합니다. 뭐가 잘못된건지 아무리 물어보아도 둘째는 대답을 하지 않습니다. 엄마도, 아빠도 참다참다 결국은 화를 내거나 때리거나 방에 넣어두고 문을 닫아버리거나 대부분 끝은 좋지 않습니다. 2~30분 넘게 우는 경우도 있습니다. ‘아빠한테 말해봐, 말을 해야 아빠가 알지, 알려주면 해줄게,,,,,,’ 아무리 이야기해도 아랑곳하지 않고 계속 울고 떼씁니다.

 

13.

둘째는 기저귀 뗀지가 꽤 되는데 꾸준히 바지에 똥, 오줌을 눕니다. 밤에는 기저귀를 채우지만, 어린이집에서는 안채웁니다. 그래도 응가랑 쉬 때문에 우리 부부가 야단은 안칩니다. 최대한 부드럽게 처리해주고 쉬마려울 때 알려달라고 이야기 해줍니다. 하지만, 빨래가 만만치 않습니다. 엄마는 거기서 한번 더 화가나는 것 같습니다.

 

14.

저는 출근하여 사무실에 앉아있습니다. 아내에게서 전화가 옵니다. 다짜고짜 소리를 내지릅니다. 지금당장 집으로 돌아와서 둘째를 어떻게 해달라고 합니다. 어린이집 가는중에 땡깡이 났나봅니다. 둘째를 어린이집에 데려다두고 막내랑 아내는 친정에 간답니다. 제가 퇴근하고 첫째랑 둘째를 데리고 집에가고, 내일부터는 제가 알아서 두 아이를 통학시키랍니다. 막무가네입니다.

 

15.

아내는 툭하면 이혼한답니다.(그래도 요즘은 빈도가 많이 줄었습니다) 툭하면 친정에 간다고 짐을 쌉니다. 7살, 4살 두 아이들에게 윽박지르고, 엄마는 도망가버릴거라고 겁을 줍니다. 종종 그런일이 있습니다. 아이들이 얼마나 무서울까 생각하면 가슴이 미어집니다.

 

16.

아내는 저에게도 그러하듯, 아이들에게도 지극정성입니다. 너무너무 지극합니다. 그런데, 수틀리면 웬수도 그런 웬수가 없습니다. 한번은 조금만 덜 정성들이고 조금만 덜 화를 내라고 해봤습니다. 뜨겁고 차갑고 너무 왔다갔다하니 나도 힘든데 아이들은 얼마나 힘들겠냐고. 그러나 이제는 알 것 같습니다. 제가 무슨말을 해도 아내를 바꿀 수 없다는 것을.

 

17.

선생님, 너무 힘듭니다.

제가 어떻게 해야 할까요?

 

추신: 선생님, 답변 주신 것 너무너무 감사합니다. 형편상 큰 상담료를 드릴 수는 없지만, 꼭 상담의 댓가를 드리고 싶습니다. 방법을 알려주세요.


원장

2012.01.04 19:58:19
*.105.98.15

안녕하세요.  원장입니다......

답변에 대해 좋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그것만으로도 저에게는 충분히 좋습니다. 글에 대한 상담료나 댓가는 원래가 없는 것이니까 마음을 쓰지 않으셔도 됩니다. 저희 사이트를 방문해 주시고 좋은 마음과 호의를 주신 부분은 감사히 받겠습니다.

 

맞습니다. 우리는 누구도 바꿀 수는 없습니다. 누군가를 바꾸려는 그 마음이 욕심이고 그 욕심대로 안될 때 분노하게 되고 이런 자신의 습관적 패턴을 이해하고 받아들이지 못함이 무지이겠지요.

 

우리가 가족으로 만나 인연을 맺고 있지만 영혼으 관점에서는 아내는 아내의 길이 있고 님은 님의 길이 있겠지요. 그러기에 아내의 입장에서는 스스로가 어쩌면 가장 피해자이고 아내의 뜻에 따라주지않는 님이나 아이에게 화가 날수 밖에 없을 것입니다. 그리고 님의 입장에서는 나름 최선을 다하는데도 막무가네로 느껴지는 아내에게 실망하고 화가 나고 힘들 것입니다.

 

힘들다는 것은 어쩌면 아직도 순리와 도리를 따르기보다는 내 기준의 벽과 내 관념과 가치의 틀에서 짐을 짊어지는 마음이겠지요. 내안에 벽이 없고 틀이 없다면 외부의 어떤 짐도 갇히거나 막혀있지 않고 흘러버렸겠지요.

 

두사람의 시작과 근본적인 마음은 같습니다.

서로를 위하고 상대를 도우려 하며 행복한 가정을 만들고자 합니다.

하지만 실전에서는 상대의 이런 근본적인 마음을 보는 것이 아니라 나의 이기심과 내입장과 나의 옳음만을 주장하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두분은 어쩌면 스스로 선택하고 만나게 되는 현실을 자신의 선택과 책임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상대의 문제로 보려고 하는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우리가 인생에서 바꿀 수 있는 것은 세상과 외부의 자극에 반응하는 자신의 마음만을 바꿀 수 있습니다.

 

지금의 불편과 부딪침은 영혼의 관점에서 사랑이 진정으로 무엇인지를 배워가는 과정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사랑은 이해에서 시작합니다. 진정한 이해란 내가 가진 기준과 옳음의 마음을 비우고 진실로 상대의 입장을 수용하고 받아들이는 마음이겠지요. 두사람 사이에 누가 옳고, 누구 틀렸는가는 없습니다.  어쩌면 두사람 다 옳고, 또 두사람 다 틀렸을 수도 있습니다.

 

지금의 현실을 보면서 각자는 상대를 사랑하는지 아니면 상대를 두려워하는지 볼 필요가 있는지도 모릅니다. 사랑은 상대를 받아주고 이해하려 하겠지만 두려움은 지금의 상황을 피하고 싶고, 부정하고 싶고, 상대방에게 책임을 떠 넘기려 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기에 상대방의 태도와 행동을 보지 말고, 상대방의 행동에 반응하는 내마음으로부터 자유로워지고 편안해진다면 외부의 어떤 상황도 나의 자유와 행복을 가져가지 못할 것입니다. 자유와 편안함은 집사람이 바뀌어서 생기는 것이 아니라 집사람을 보는 내기준과 가치로부터 자유로워질때 일어날 것입니다.

 

사랑과 밝음은 실전에서 나의 마음이 얼마나 그것을 선택했느냐가 모여서 만들어집니다.

사랑을 선택하면 사랑이 두려움을 선택하면 두려움이 현실에서 나타날 수 밖에 없는 것이 우주의 법칙이자 순리입니다. 지금의 힘듬은 어쩌면 아직도 내가 순리와 진리의 입장에 서 있지 않음을 보여주는 표현인지도 모릅니다.

 

한 마음 돌이켜 현실에 반응하는 님의 마음을 돌아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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