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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같은 인생..

조회 수 4021 추천 수 0 2016.11.30 19:22:36

안녕하세요. 원장님..

저는 20대 여대생입니다. 마음정리를 하고 싶어서 원장님의 책을 발견해 읽고 이곳을 방문하게 되었고 늘 생각만 하다가 글을 쓰게 되었어요


저는 어린시절 엄마가 다른남자와 바람이 나 집을 나갔고, 그 뒤로 아빠는 알콜중독자가 되었어요.. 술에 의존하던 아빠랑 함께 살면서 항상 불안하게 살았어요. 술 취하면 아빠가 저를 때린 적도 있었고, 소리를 지르고, 무서운 모습이 다반사였어요.


아빠는 술에서 깨서 저에게 울면서 사과를 하더라구요. 아빠가 잘못했다고 다시는 때리지 않겠다면서요.. 그 뒤로 저를 때리지 않았어요. 아빠는 제가 크면서 정신병원에 자주 입원하게 되었어요. 제가 초등학생 때 아빠가 술을 먹고 집에서 크게 난동을 부리게 되서 제가 중학생 때까지 4년을 입원했습니다.


입원을 시키면 항상 가족을 원망했습니다. 면회를 갈 때마다 자신을 가뒀다고 화를 내고 그렇게 원망을 하더라구요.. 친척과 할머니와도 상의한 결과 4년 입원 후에는 퇴원하기로 했습니다. 퇴원 후에도 술을 계속 마셨고 술만 먹으면 소리지르고 아빠가 아니었어요.. 술을 안마실때는 정말 사람이 순했으며, 얘기도 잘 통하고, 아빠는 남에게 피해주는 걸 절대 싫어했어요


아빠가 술을 안 마시는 날이 저는 너무나 기뻣고, 제가 항상 술을 적게 드시라고 헀기에 아빠도 노트에다가 술을 끊겠다고 다짐을 한다고 글도 많이 적었어요. 그런 아빠를 보면서 바꿔주고 싶었어요. 아빠의 인생을. 아빠가 항상 술 취할 때는 밉기도 했지만 불쌍했어요. 아빠가 퇴원후 제가 고등학교 때까지는 아빠와 함께 살다가 20살부터 대학을 가게 되면서 아빠는 이제 혼자 살게되었어요..


이제 술을 마셔도 옆에 챙겨줄 사람도 없고 하니 그동안 술을 더 마셨던거같아요. 대학생때도 항상 술취해서 전화와서 울었고, 저를 힘들게 했고, 아직도 정신차리지 못한 아빠를 보며 저도 점점 지쳐갔습니다.. 아빠와 이혼하고 집을 나갔던 엄마와는 어렷을때부터 1달에 1번씩은 저와 만났어요. 어렸을때는 엄마 좋은줄만 알았던 시기였기에 엄마는 항상 그립고 보고싶은 존재였어요


대학에 와서 가정형편도 힘들어지고 하니까 제작년부터 엄마집에 얹혀 살게 되었어요. 엄마는 재혼을 했고 현재 초등학생짜리 애를 낳아 키웠어요. 엄마는 술먹고 우리를 괴롭히지 않으니까 초반에는 의지가 되었어요. 하지만 갈수록 엄마의 태도가 변했습니다. 새아빠와도 자주 싸웠고, 종교에 빠져서 저에게 관심도 없었고, 새아빠사이에서 낳은 아들을 계속 저에게 맡기는겁니다. 엄마는 한마디로 대화도, 공감도 안되는 사람이었어요


아빠 얘기가 나오면 "내가 그때 얼마나 힘들었는데 넌 내가 너 아예 인연 안 끊고 연락한 거에 감사해라. 다른사람들 보면 인연끊고 더 먼곳으로 가버리더라.." 이런 얘기만 헀습니다... 6살때 한창 엄마 손 많이 가는 저를 버리고 다른남자와 바람이 나서 재혼했으면서 저는 엄마를 용서했는데 엄마는 항상 자기만 힘들었다고 하더라구요.


엄마는 제가 유치원때 저를 버리고 자기는 새인생을 찾으러 떠났고.. 저는 엄마없이 힘들게 컷지만 엄마를 용서했고 이해하려고 노력했어요. 대학교가 엄마가 사는 곳 근처가 되어서 최대한 돈을 아끼려고 엄마집에 잠깐 지내게 되었고, 엄마와 새아빠 사이에서 낳은 자식도 잘해줬어요. 그 둘다 애를 거의 방치한셈이에요.. 저는 그걸 보고 애가 무슨 잘못이냐 하면서 그 집에 몇년을 살면서 챙겨줬어요.


저번에도 그 둘이 심하게 싸웠는데 저에게 화풀이를 하더라구요. 당장 이혼할꺼라면서 그러더니 또 그냥 살더니 자주 싸웠어요. 엄마는 분노조절장애가 있는지 틈만 나면 화를 내며 소리를 질렀고, 제가 엄마집에 얹혀있는동안 대학등록금과 생활비를 주지않고 그냥 재워주고 먹여준거로 생색을 엄청 냈어요. 자기도 못 산다고 돈이 없다고 그거 때문에 항상 싸웠고 신용카드 막기 식으로 생계를 유지했는데 없는 살림에 그 늦게 낳은 초등학생 비싼 옷과 학원비 사줄 돈은 있고 저한테는 아무것도 해주지않았어요.


저는 애초에 없이 살았기 때문에 돈은 안바랬어요. 돈은 안바래도 엄마가 의지가 되었으면 했는데 엄마는 대화도 안 통하고 자기 밖에 모르며 저를 자식 취급을 안해주더라구요.. 엄마랑 있으면서 불안이 더 커져갔어요. 돈이 뭐였기에 몇년을 거기서 서럽게 살았는지 제 자신이 원망스러웠어요... 엄마와 새아빠가 탁상을 엎고 깨부수면서 싸우길래 더는 안되겠다 싶고 둘이 또 언제 싸우게될까 눈치만 보다가 불안증이 심해서 저번학기부터는 학교 근처 고시원에서 살고 있었어요. 


제가 중간에 휴학을 해서 올 3월부터는 대학을 다니게 되었고 실습이 있어서 정말 빡빡한 학기라서 혼자서 실습지 근처에 고시원을 잡았구요. 그때도 아빠가 자기 힘들다고 계속 술취해서 전화오고 하니 저도 학교생활 해야하고 너무 힘들어서 항상 전화받아주다가 엄마한테 잠깐 지냈더니 또 거기서 제가 지쳐버려서 매일 술취한 아빠 전화받는 것도 저도 지치더라구요


전화를 3달동안 받지도 않았고, 3달동안 아빠를 찾아가지도 않았어요. (대학다니면서 틈틈이 한달에 2번이상은 아빠 집에 갔어요.) 어렸을 때부터 집안사정 때문에 힘들고, 상처받은 스트레스도 컸고, 힘든 일이 겹치니까 불안증도 심해졌기에 힘들었어요. 저도 시험공부도 해야 하고 바빳기에 학기가 끝나고 여름방학이 되면 아빠에게 가보려고 했어요.


그런데 6월 방학하기 며칠전에 청천벽력같은 소식을들었습니다.... 병원에서 연락오더니 아빠가 지금 몸상태가 너무 안좋다고 큰병원에 가야 한다고 하더라구요. 아빠가 그동안 연락도 없고 동사무소에 1달에 한번씩 가서 쌀과 김치를 받았는데 직원분들이 아빠가 연락이 계속 안되고 안와서 아빠집으로 찾아갔는데 아빠가 다리는 심하게 붓고, 배에는 복수가 차고, 힘이 없어 걸음도 제대로 못걸어서 동사무도 직원분께서 구급차를 부르고 아빠를 병원에다 데려다줬어요.


소식을 듣고 큰병원 응급실에 가서 검사를했어요. 술을 너무 많이 마셔서 간경화 말기가 왔다고 몇달을 못산다고 하더라구요.... 간이 다 망가져 버려서 기능을 못한다고 그래서 복수도 차고 전신에 황달이 오고 최선책이 간이식수술이래요. 간 이식수술이 비용이 수천만원까지 드는 수술이라 친척분도 이 소식을 들었더니 어쩔수없다는 반응이 나왔어요.


저희 집이 가난해서 이해는 갔지만 너무 슬펐어요. 아빠는 왜 저렇게 바보처럼 살아서 술에만 의지해서 저렇게 되었을까.. 큰병원 중환자실에 몇일 입원을 하다가 가족중 도와 줄 사람이 없고, 저도 대학생이고 당장에 돈이 없기에.. 친척들 의견을 따라 아빠가 살던곳 요양병원으로 보내기로 했습니다. 그곳에서는 아빠가 중환자라서 큰병원에 있어야 하는데 혹시 아빠가 잘못되면 어쩔수없다고 해서 동의했어요.


요양병원 있으면서 계속 면회를 갔는데 아빠 배는 계속 불러오고 얼굴은 산 사람이 아니었어요. 아빠가 곧 돌아가신다는 얘기 듣고 처음에는 울기도 많이 울었고, 3달동안 아빠 연락도 끊고 찾아가지도 못한 것에 대해 후회도 많이 헀어요. 이전에도 항상 찾아갈 때마다 술에 취해서 무섭게 변해버린 아빠를 보고 많이 지치긴 했지만요... 친척마저도 아빠를 감당 못했고 유일하게 챙겨주는 사람이 딸인 저 였으니까요.


요양병원에 입원한 동안 아빠랑 얘기도 하고 미안한 마음에 자주 찾아갔어요. (아빠는 자기가 얼마 못사는지도 몰랐어요. 일부러 말 안했어요. 다른친척이 아빠가 너무나도 나약해서 그 사실을 알면 병원치료를 거부할거라면서... 그래서 절대 말해주지 않았어요) 살아있는 동안은 더 찾아가려고 노력했어요.


그런데 얼마전 요양병원에서 상태가 더 위독해졌다고 얼른 응급수술을 받아야한다고 하더라구요. 구급차를 타고 큰병원 응급실에 아빠를 데리고 갔어요. 구급차를 타면서 2주만에 아빠를 봤는데 2주전에는 얘기도 하고 그랬는데 저를 못 알아보는 거 같더라구요. 계속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말만 되뇌이면서요... 혼자 불안해하고


그렇게 응급실에서 각종 검사를 하고 배가 너무 불러와서 장이 탈출까지 간 상태라 응급수술을 받아야 했어요. 수술전에 담당의 선생님께서 아빠 상태가 너무 안좋아서 수술받을 상태가 아니라고 하더라구요.. 전신마취를 하면 못 깨어날 수도 있고, 몸이 못 버텨준다고 하더라구요.. 그래도 장이 튀어 나와 저렇게 괴로워하고 있는데... 아무것도 먹지도 못하고 고통스러워하는데 저는 그래도 수술동의 했어요. 수술을 안할 수는 없는 상태였어요...

 

아빠는 저렇게 아파하고 저는 응급차비용 계산하고 의사랑 면담도 하느라 불안해 하는 아빠 손도 못 잡아줬어요. 곧 수술실로 아빠를 옮겼고 다른 사람이 하기에는 간단한 수술이라 했지만 아빠는 3시간30분이나 걸렸어요.. 수술실 밖에서 기다리는데 눈물만 나왔어요.. 친척들도 다 외면했고 오로지 저 혼자 감당하기에 너무 힘들었어요. 아빠는 왜 술을 이렇게 먹어서 저를 혼자 감당하게 하는지 힘들게 하는지...


엄마한테도 아빠가 곧 돌아가신다고 상태가 안좋다고 병원비라도 조금이라도 도와주면 안되냐고 하니까 돈있어도 해주기 싫다고 했고, 새아빠라는 아저씨는 그 소식듣고 처음에는 자기때문에 저렇게 됬다고 미안해하더라구요. (엄마랑 새아빠랑 바람나서 재혼한거에요..)


그러더니 간이식수술 몇천만원든다고 하니까 사람을 살리고 봐야지 내가 돈은 어떻게든 구해줄테니 걱정마 하더니 결국 외면하더라구요. 제가  아빠 중환자실에 있을때 병원비가 많이 든다고 하니 "그럼 어떡하니? 그래도 사람 살려야지 어떻게든 해봐?" 이렇게 말만하고 외면하더라구요. 제 자존심 다 내려놓고  말한건데도. 그 새아빠라는 아저씨 아들도 제가 몇년동안 잘 키워줬는데...


아빠는 그렇게 응급수술을 받고 깨어나지도 않고 수술후 3일뒤 얼마전에 하늘로 가버렸어요. 이렇게 저를 그렇게 애 먹이더니 떠났어요.. 아빠가 가고 나니 그냥 다 미안한 마음뿐이에요. 친척들 다 외면하고 할머니도 아빠를 외면한 큰 아빠편을 들면서 제 운명을 탓하라더라구요. 큰아빠도 아빠가 그동안 술먹고 애를 먹였기 때문에 외면한 건 이해가 가지만 아빠가 저렇게 응급상태에서 저혼자 감당하니까 너무 무서웠고 외로웠어요. 저를 생각해주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고..


이렇게 갑자기 가버린 아빠의 인생이 너무 불쌍해서 눈물이 계속 나와요. 왜 저렇게 바보같이 살았나 싶어요. 그  술이 뭐라고 술에만 의지를 했는지... 할머니 말들어 보면 아빠가 성인이 되기 전에는 정말 착했대요.. 술도 마실 줄 모르고,  20살때 고향에 갔다가 폭력배 4명한테 집단 구타를 당했었대요. 다행히 목숨은 건졌는데 그때 많이 맞았대요. 각목으로 맞고 이유없는 집단폭행을 당했는데 그뒤로 부터 충격을 받았는지 술에 의지했다가 엄마랑 결혼하고 엄마가 바람나서 이혼한 뒤로는 술을 미친듯이 마셨어요


엄마같이 나쁜여자가 뭐라고 17년이 지난 아직도 엄마를 못잊더라구요. 엄마가 너무나도 싫습니다. 나를 한번이라도 이해해주려고 하지 않고, 내 얘기를 들어주지도 않고, "니가 뭐가 그렇게 힘든데? 니가 인생을 아냐?"란 식..  엄마랑 재혼 한 그 아저씨도 말 가지고 장난친 거 생각하면 너무나도 싫습니다. 어떻게든 아빠살려준다면서 실실 웃더니 뒤에 가서 이럴거면서 저한테 왜 그랬나 싶어요.


휴 저런 엄마를 죽을 때까지 못잊은 바보같은 아빠, 그리고 아빠가 부모한테 사랑못받으면서 컸대요. 할머니도 인정 하시더라구요.. 돌아가신 할아버지는 늘 술만 먹으면 아빠를 때리고 벌 세우고 많이 맞으면서 컸다고 하더라구요. 자식한테 심한 말을 하면서요.. 아빠가 비록 술만 먹어서 저를 힘들게 했지만..  아픈 기억이 있지만.. 그 사실을 알고 나서야 아빠의 인생이... 한 남자의 인생이 어찌나 불쌍하지던지 엉엉울었어요.


그래도 술 안먹을 때는 정말 사람이 좋았고 예전이 그리워요. 20살 전까지는 아빠랑 살다가 술 안먹는 날에는 아빠가 밥도 맛있게 해주고, 같이 티비도 보고, 아빠 생일파티도 했던 기억이 나요. 힘든 환경이었지만 그런 소소한 행복을 찾아가고 있었어요. 아빠가 술먹고 애먹여서 힘들었지만 아빠의 인생도 많이 힘들었을거라 생각이 되고 제가 어른이 되고 나니 혼자 사는 아빠가 얼마나 외로웠을까 싶어요.. 술이 문제죠...


중환자실에서 심장정지가 와서 돌아가신 아빠 모습이 계속 생각이 나요. 아빠 장례식 했을때 입관했을 때도 다 말라버리고 핏기없는 아빠의 얼굴이 계속 생각이 나서 눈물이 나고 힘들어요. 아픈 아빠를 친척들도 외면하고 오로지 저만 감당했던게 너무 힘들었어요. 아빠를 어떻게 해야 하나 너무 힘들고 무서웠어요.



친구도 몇명있지만 다들 좋은 집에서 잘 살고 있는 친구들이기에 공감이 잘 안되어서 이렇게 얘기를 꺼내면 저를 불편해하더라구요.. 다들 각자 살아온 환경도 다르고. 또 다른친구한테는 이런 얘기조차 꺼내기가 힘드네요 이제는.. 요새 의지할데도 없고 세상에 혼자 남겨진 기분만 드네요... 제가 취업하는 거라도 봤으면 좋았을텐데.. 끝까지 제 멋대로인 아빠... 준비도 없이 이렇게 갑자기 가버린 아빠때문에 아직도 여전히 마음이 아픕니다..


다른 친구들에 비해 저는 아빠랑 안해본게 너무나도 많아서 아쉬움도 많이 들어요. 가족사진도 안찍어봤고 여행도 같이 안가봤는데... 저를 어릴때 버리고 2년동안 나를 자식취급도 안해주던 엄마.. 남보다 못한 엄마한테 돈이 없어 갈 곳이 없어 엄마와 지냈던 그 시간들이 너무나도 후회가 되고, 결국 아빠만 불쌍한 거 같아요. 아빠가 밉기도 하면서 불쌍한 생각만 들구요.


엄마의 실체를 알고 나서는 연락 안하고 지내고 싶어요. 어릴때는 뭐가 그리 엄마가 그리웠던지.. 엄마랑 같이 안 살다 보니까 어려서 엄마가 어떤 사람인지도 모르고... 그것도 모르고 아빠 앞에서 엄마보고 싶다고 한 저였네요.. 정말 차라리 돈이 아무리 많이 들어도 저는 따로 살고 아빠에게 더 잘해줄 걸 그랬어요. 저도 곧 다시 일상생활로 돌아가서 시험준비도 해야하는데 요즘에는 점점 자신이 없어지는 거 같아요.. 의자에 앉아 있어도 아빠생각만 나고 무슨 일에 집중도 잘 안되네요.. 힘내려고 버티고 있지만 말처럼 쉽지가 않은 거 같아요..



학교졸업을 하고 내년에는 국가시험을 봐야 최종 취업이 되는건데 걱정만 들어요..  힘든 일만 계속 겹치다 보니까 왜 나만 이렇게 힘든걸까란 생각만 들어요... 불안한 환경속에서 크다 보니 원래도 성격이 내성적이었는데 요즘에는 더 내성적이게 되는 거 같아요.. 사람 만나기도 무서워요.. 눈물만 나네요. 매사에 자신이 없어지는 거 같아요...


아빠가 갑작스럽게 가고 나니까 모든게 다 걸리고.. 자식으로서 요양병원말고 큰병원 못가게 해준 것고 다 걸려요... 옆에 한번만이라도 나타나 준다면 왜그렇게 내말 안듣고 술만 먹고 애를 먹여서 힘들게 살다가 갔냐고 하소연하고싶어요... 아빠는 본인이 곧 죽는다 것도 몰라서 유언같은 것도 못 남겼는데.. 요즘에는 가슴도 너무 답답하니 안에 돌덩이가 있는 느낌이에요. 무기력해 지는 거 같고....


과거의 상처와 불안때문에도 그동안 힘들었는데 갑자기 큰일 겪고 나니까 더 힘든거같아요.. 정신과에라도 한번 가 보고싶은데 내년에 곧 취업을 하게 되는데 기록이 남을까봐 걸림돌이 될까봐 두렵습니다.. 힘내보려고 원장님 책과 심리관련 책들을 많이 빌려왔고 답답하면서 공원가서 걷고 오기도 해요. 아직 치유되려면 많은 노력이 필요하겠지만.. 지금 당장에는 많이 힘들겠지만 부디 괜찮아졌으면 좋겠어요..


너무 길게 써서 죄송해요.. 그동안 털어 놓을 곳 하나 없었는데 책보고 게시판을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원장

2016.12.01 10:1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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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원장입니다....

진실로 드라마보다 더 드라마같은 님의 살아온 이야기를 보면서 가슴이 먹먹하고 아팠습니다. 그리고 그런 어려운 환경에서도 꿋꿋하게 자라온 마음과 아빠의 힘들었던 삶에 안타까워 하는 마음을 보면서 어두운 과거의 그림자를 이겨내고 새롭게 나아가려는 님의 마음을 응원합니다.


저의 책을 읽어주시고 진솔한 얘기를 이렇게 나누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인그래도 과거의 상처와 감정적 어려움으로 힘들었는데 아빠의 죽음이라는 큰 일을 겪다보니 그동안 내면의 무의식에 쌓여있던 불안이나 분노, 원망과 미움, 그러면서 측은함과 외로움... 등등 다양한 감정들과 정리되지 않은 아쉬운 생각들로 마음이 많이 힘들겠습니다.


현재 일어나는 슬픔의 감정이나 스스로 어찌할 수 없는 무기력한 환경에서 느껴지는 가슴의 답답함은 현재의 상태에서는 자연스러움이니까 너무 걱정을 안하셔도 시간이 지나면 점점 정리가 될거라고 믿습니다. 하지만 이런 감정이 잘 정리되고 앞으로 새로운 삶으로 나아가려면 님스스로 붙들고 있는 몇가지 왜곡된 생각을 내리면 더욱 도움이 될것 같아 글을 읽으며 느낀 심리적인 부분을 몇가지 적어봅니다.


먼저 님은 아빠의 문제를 아빠자신의 문제로 보기보다는 술의 문제로 보는 것에 대한 왜곡입니다. 사실 술은 아무 잘못이 없습니다. 아빠는 스스로 자신의 삶과 죽음을 스스로 선택한 것이 아닌가합니다. 우리는 인생을 살면서 다양한 어려움과 힘듬을 경험하지만 그때 스스로 어떤 선택을 하느냐가 그사람의 삶을 만들어 냅니다.


어쩌면 아빠는 힘든 현실을 이겨내기 보다는 외면하고 회피하고 싶었는지 모릅니다. 그래서 도피의 수단이 된 것이 술이었고 어쩌면 술은 아빠에게 가장 좋은 친구이자 최고의 위안거리였는지도 모릅니다. 아빠의 인생을 불쌍하게 보고 더 잘해주지 못한 것에 죄책감을 가지는 님의 마음은 아빠의 선택을 받아주지 않는 마음과도 같습니다.


우리는 누구나 때가 되면 죽습니다. 어쩌면 아빠는 현실에서 어떤 것도 하지 못하는 자신을 보면서 술로 세월을 보내며 자기인생의 결과를  알고 있었고 죽음을 받아들였을 것입니다. 간이식 수술로 어느정도 호전된다해도 아빠의 삶이 달라진 것은 없을을 것입니다. 그러기에 아빠를 이제 편안하게 놓아주는 것이 아빠가 좋은 세상으로 가는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합니다.



둘째 엄마나 새아빠에 대한 원망이나 미워하는 마음을 내리는 것이 아빠나 님의 삶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합니다. 님도 이제 성인이 되었기에 삶에 다양한 선택을 할 것입니다. 엄마로서는 아빠를 만나 님과 함께 잘 살았으면 좋았겠지만 엄마로서는 나름대로 자기인생을 위한 최선의 선택을 할수 밖에 없었을 것입니다. 엄마라고 왜 님에 대한 죄책감이나 마음의 갈등이 없었겠습니까, 엄마가 얘기하듯이 엄마도 힘들었기에 그런 선택을 내리릴 수밖에 없었을 것입니다.


그러기에 님이 앞으로 새로운 삶으로 나아가고자 한다면 애아빠나 엄마의 삶을 님의 입장에서는 원망스럽지만 그들의 입장에서는 그것이 최선이었음을 봐주는 마음이 님의 삶을 좀더 가볍게 하지 않을까 합니다.


세째 할머니나 주변사람들에 대한 원망이나 도움이 되어주지 못한 것에 대한 아쉬움을 내려놓는 것입니다. 오랜세월 아빠의 술에 대한 의존과 집착은 주변사람들을 많이 힘들게 했을 것입니다. 우리가 누군가를 실제적으로 현실에서 금전과 물질적으로 도움을 주는 것은 쉬운일이 아닙니다. 그들은 그들의 입장에서는 나름 최선을 한다고 했지만 님의 입장에서는 미흡하고 아쉬워보였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들도 자신의 가정과 생활이 있었기에 그정도가 그들의 최선이었는지도 모릅니다.


님의 삶의 드라마는 이제 계속 진행되어 가고 있습니다. 님은 20대이며 이제 인생의 새로움으로 막 시작하려고 합니다. 님은 아빠나 엄마와 다른 삶을 행복하게 살아야합니다. 님의 행복은 님의 자신을 위한 선택에 달려있습니다. 하지만 님이 과거의 상처와 그것이 만들어 내는 부정적인 감정들에 집착한다면 님의 삶은 더욱 무거워지고 가슴은 답답고 힘들어 질 것입니다.


아빠를 진심으로 사랑한다면 이제 아빠나 아빠를 통해 만들어졌던 과거의 여러가지 인연들의 이야기는 놓아버리고 새로운 님의 삶으로 나아가야 합니다. 아빠의 죽음은 님에게는 새로운 시작을 줍니다. 그것은 두가지의 길이 있습니다. 하나는 아빠의 에너지에 함몰되어 아빠와 같이 현실을 부정하거나 회피하고, 자신을 무력하게 만드는 길이고 다른 하나는 아빠가 남긴 지난날의 짐들을 내리고 새로운 자신으로 나아가는 길입니다.


앞의 길은 두려움의 길이고 뒤의 길은 사랑의 길입니다. 선택은 언제나 님의 몫입니다. 선택하면 새로운 길이 열립니다. 새로운 길로 나아가는데 도움이 필요하시면 상담을 1회만이라도 받아보시면 도움이 되지않을까 합니다.


힘들었던 삶의 이야기를 긴글을 통해 나누어 주신 님의 마음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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