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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의합니다. (회피성 인격장애?)

조회 수 6631 추천 수 0 2010.02.04 01:27:11

안녕하세요.

 

저는 올해로 22살 되는 남자입니다.

이렇게 질문을 올리게 된 것은 다름이 아니라 언제부터인가 저 자신에 대해 생각하던 중 문제의 심각성을

깨달았기 때문입니다. 저는 제가 단지 게으르고 내성적인 성격 때문인 줄로만 알고 있었습니다. 아니, 그렇게 믿고 싶었는지도 모릅니다.  TV에서 우연히 '은둔형 외톨이'에 대한 프로그램을 보던 중 저 정도는 아니지만 많은 면이 비슷하다는 것을 알아차렸습니다. 물론 저는 반드시 필요할 때는 밖에 나가서 볼일도 보고 멀리 어디를 다녀오거나, 나름 사회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관심을 두고 자료를 찾아 보던 중 '회피성 인격장애'에 대한 체크리스트목록을 보고 저는 깜짝 놀랐습니다.

 

1. 자신을 비난하거나 거절할까봐 사람들과 만나는 것을 피한다.( O )
비난받는 것을 걱정한다기보다는 '싫어.'라는 답변을 듣는 것을 걱정, 아니 무서워하는 것 같습니다.

무서워한다니 사람한테 물어보기도 전에 저는 '안된다고 할 거야..'라고 혼자 단정을 짓는 다는 것입니다. 그래서일까요. 학교생활을 하면서도 친한 친구 몇 명과 학교 내에서만 친하게(?) 지낼 뿐. 학교를 벗어나면 그 사람들과의 교류를 거의 하지 않는 다는 것입니다. '이 몇 명이 아니면 나는 굉장히 슬퍼질 거 같다'라는 생각에 그 몇 명에 매달렸는지도 모르겠습니다. 

 

2. 상대방에게 호감을 주고 있다는 확신이 서지 않으면 만남을 피한다.( X )

 

3. 창피와 조롱을 당하는 것이 두려워서 친밀한 관계를 극소수의 사람으로 제한한다.( O)
1번 질문의 답변과 마찬가지로. '난 이거 못하는데... 저거 못하는데... 난 대체 뭘 할 줄 아는 거지?'하면서 열등콤플렉스를 가지고 있습니다. 남들이 '잘한다. 잘한다. '칭찬하면서 제게 부탁하더라도 저는 '저 사람이 하는 말이 모두 진실인지'를 먼저 의심하게 됩니다. 그리고  완벽한 게 아니면 '난 못하는데. '라고 거절합니다. 저 자신이 인정할 만큼 완벽하지 않으면 가령, 아무도 모르는 문제의 답을 저 혼자 알고 있다 하더라도 침묵합니다.  

 

4. 자신이 비난을 받거나 버림받을지 모른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있다.( O )
내가 지금까지 친하게 지내던 사람들도 언젠가는 나를 떠나가 버릴지 모른다는 걱정.두려움이 있습니다.

 

5. 스스로를 부적절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새로운 사람과 만날 때 위축된다.( X )


6. 쩔쩔매는 모습을 들킬까 두려워 새로운 일을 시작하는 것을 꺼린다.(O)

저는 새로운 것을 하는 게 어렵습니다. 상식적으로 '처음부터 새로운 일을 잘하는 사람은 없다. 있다 하더라도 많지 않다.'라는 것을 인지하고 있으면서도 말입니다. 혼자가 아닌 가족이나 친한 사람과 함께 해야만 그 불안감에서 해방되어 그제야 '도전'합니다. 새로운 일을 한다는 것은 저에게는 하나의 '모험'입니다. 

그러면서도 새로운것을 해보고싶다는 모순에 빠져 있습니다. 

 

어디선가 이런 문구를 읽은 적이 있습니다. '현대인들은 모두 정신병을 앓고 있다. 정도의 차이일 뿐'

이 문구가 저에게 큰 위안이 되는 건 왜일까요?

저 자신을 '회피성 인격장애'로 의심하는데 부족함이 없는 것은 아닌지요.

아니면, 인격의 혹은 성격의 다양함 중 하나 인가요. 나약한 중생의 과장된 걱정인가요.

저는 많은 사람과의 교류를 원합니다. 그러나 그게 어렵습니다. 제가 먼저 다가가기보다 남이 먼저 다가와 주기를 바라고, 불가능하지만 내가 아는 사람과는 모든 관계가 원만하기만을 바랍니다. 시도조차 하지 않으면서요. 저는 2번의 수능시험 실패로 좌절을 경험했습니다. 이 세상에는 더 힘든 일도 많겠지만 제 인생에 있어서는 그야말로 '나락'에 떨어진 기분이었습니다. 이 두 번의 실패가, 이따위의 실패들이 과거에 알던 사람. 친구들과의 교류에 또하나의 장벽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저는 어머니의 눈물을 보았습니다. 저는 저 자신을 용서할 수 없습니다. 저는 저 자신을 붙잡고 물어보았습니다. 너는 왜 살아있느냐고. 숨만 붙어 있지, 산송장 아니냐고. 가끔 상상합니다. 먼 훗날 제가 죽고서 제 곁에는 아무도 없을지 모른다는 상상. 

 

긴 글을 읽어주시느라 고생하셨습니다. 감정이 복받쳐 과장이 되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이상입니다. 답변 부탁드립니다.

 

 

 


원장

2010.02.04 13:13:12
*.108.209.55

진솔한 님의 마음이 느껴지는 글. 감사합니다.

먼저 님은 회피성 인격장애가 아님을 분명히 말씀드립니다.

우리는 때때로 언어의 관념과 개념에 묶여서 진정 자신이 누구인지, 자신의 성격은 무엇인지, 자신이 어디에 서있는지를 자신의 개별적, 주관적 입장에서 찾는것이 아니라 사회의 암시나 최면화된 집단의식에 함몰되어버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위의 글에서 느껴지는 님의 성향은 단지 많은 사람을 사귀거나, 만나거나, 다른 사람들 앞에 나서는 것을  좋아하지 않을 뿐 입니다.

사람은 혈액형이 다르듯 원래 타고난 성향도 다를 뿐입니다.

장미꽃은 장미꽃이고 국화꽃은 국화꽃일 뿐 서로 비교하거나 우위에 있는것은 아니지만 님은 자신이 가진것을 보기 보다는 남과 자신을 비교하는 마음에서 스스로를 열등감에 밀어넣는 것은 아닌지요?

 

님은 자신에 대한 신뢰와 자신감을 상실하고 있는듯 합니다.

수능에 2번 실패했다고 인생을 실패한것은 아닌데도 불구하고 님은 그런 실패를 한 자신을 용서하지 않으려고 합니다.

인생에 실패는 없습니다. 단지 경험만이 있을 뿐이지요.

 

성공한 많은 사람들은 실패를 딪고 일어선 사람들입니다.

실패를 두려워한 사람들은 대부분 안주하거나 도전하지 못하고 좌절해버리는 실패의 인생을 살게됩니다.

실패가 장벽이 아니라 스스로 실패를 인정하지 못하고 실패하지 않고 성공하는 자신만을 자신이라고 받아들이려는 님의 태도가 가장 큰 실패이자 마음의 장벽입니다.

 

자신을 질책하고 자신을 미워하고 싫어한다면 어떻게 자신안에서 새로운 힘과 생명력이 솟아나겠습니까?

스스로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님의 태도가 님을 숨기려하고 님을 힘들게 만들고 있는것은 아닌지요?

아무도 님을 힘들게하지 않습니다.

님 자신에게 조금만 따뜻하게 대해줄수는 없는지요?

 

어머님의 눈물은 님의 실패로 인한것이 아니라 아들이 힘들어하는 모습과 아들의 좌절에 대한 안타까움일것 입니다.

어머님을 사랑하시고 웃음을 선물하고 싶다면 먼저 자신을 좀더 편안하고 따뜻하게 품어주고, 자신을 완벽을 향해서 쪼으기 보다는 여유로움과 따뜻함을 주는것이 자기사랑의 시작이 아닐까 합니다.

 

님의 문제는 회피성 인격장애라는 거창한 말이 아니라 단지 자신을 조금만 더 신뢰하고 사랑해주는 마음을 배울 필요가 있는것은 아닌가 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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