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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하게 살 필요는 없는 거겠죠?

조회 수 5236 추천 수 0 2016.02.24 22:56:33

자유롭고 행복하고 싶을 뿐인데 그냥 지치고 허무하네요. 사랑을 베풀어주고, 나 자신을 잘 알고, 나로서 행복한 그런 삶을 원하고 있었는데... 어느 순간, 착하고 사랑이 많고 성숙한 내가 되려고 강요하고 있었나 봐요. 나를 잘 알고, 강하고, 사람들을 보듬어 주는, 마치 어른 같은 이미지에 저를 계속 끼워맞추고 있었다는 걸 깨달았어요. 그걸 몰랐을 때는 제가 점점 성장하는 느낌이 들었지만 지금은 아니예요.


제 트라우마로 인해 친구들에게 오해를 사서 갈등을 겪은 적이 있었는 데 그 날을 계기로 전 아직 상처투성이고 예민하다는 것을 알았어요.  화를 잘 표현하는 게 중요하다고 해서 항상 제 입장을 차분히 전달하려고 노력하고 있는데, 그럴 때마다 화가 더 쌓이는 것 같고 솔직히 악을 쓰면서 소리지르고 욕을 해야 직성이 풀려요. 그렇게 화를 내면 또 자책해요.

 

성숙하고 착하고 사랑이 많은 내가 한순간에 사라지고 예민하고 성격이 더럽고 급하고 사려깊지 못한 나를 발견하게 되니까요. 그게 내 본성인 것 같고 이때까지 성질을 숨기고 착한 척, 정직하고 남을 배려하는 척, 성숙한 척 했다는 사실에 혐오감을 느껴요. 이중성이 있는 것 같구요. 또 두렵구요. 이런 못된 나를 누군가가 눈치채면 어떡하지? 나에게 실망하면 어쩌지? 같은 생각이 들기도해요. 


오늘 약간 사려깊지 못했음을 지적 받았을 때, 엄청나게 두려운 기분이 들었어요. 성숙함, 착함이라는 껍질로 무장한 내가 어떻게 남에게 본성을 들킬 수가 있지? 라는 마음도 들었어요. 분명 난 착하고 성숙하고 멋진 사람인데 어떻게 내가 이럴 수 있지? 난 꽤 괜찮은 사람인 줄 알았는 데 아닌가?

 

내가 또 이미지에 집착하고 있었다는 걸 알면서 또 화가 났어요. 요즘 화가 나는 것들 투성이네요. 요즘은 무엇보다 나를 용서해야 한다는 말이 너무 공감이 돼요. 저는 자꾸 저를 화나게 하고 상처주게 만들어요. 감정을 자각하면서 살면 좋다고 했는데 자각하면서 '사실은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는데, 이건 내가 이 상황에 내 상처를 대입하고 있는 거야. 여기선 화내면 안돼. 만일 화냈다면 무조건 사과해야하는 거야. 객관적으로 보기엔 내가 잘못한게 맞으니까' 라고 내 마음에게 얘기하면 내 마음은 괴로워하면서 소리를 질러요. 

 

제발 그 사람에게 화를 내라. 이 상황에서, 그 사람은 아무런 죄가 없어도 나에게 그런 상처를 떠올리게 했고 과거에 나에게 상처를 준 경험이 있으니까(이미 해결한 문제이더라도) 내가 소리지르고 그에게 똑같은 상처를 줘야해. 내 화가  풀릴 때까지 그 사람은 내 발 밑에 엎드려 계속 용서를 빌어야 하고, 나는 그 사람의 마음을 갈기갈기 찢어서 죽여버리고 싶어. 난 그래야 해. 그래야 난 그 사람을 용서할 수 있을 것 같아. 이대로 용서하기에는 너무 억울해. 이대로 내 잘못을 인정하기에는 너무 슬프고 힘들단 말야. 그 사람에게 화를 내고 모욕적인 말을 퍼부어 버려. 그 사람 기분은 상관없어. 난 그냥 다 죽여버리고 싶어. 내가 받은 상처를 똑같이 느끼게 해주고 싶어.

 

같은 마음이 계속 돌아요. 머리로는 이해하고 용서하고 자비로운 나를 계속 연기하지만 내 마음 속에서는 악랄하고 너무나도 잔인한 일이 끊임없이 일어나요. 이런 걸 경험하다 보면 사실 제가 원래는 잔인한 사람이라는 것을 계속계속 인지해요. 눈 껌쩍하지 않고 엄마에게 소리지를 수 있고, 비합리적인 의견에 제 아집을 더해 주장할 수 있고, 끔찍한 욕도 할 수 있더라구요. 내가 분명 잘못한 건 사실이지만 객관적으로 바라보면서 내 잘못을 인정하려면 화가 더 나서 내 잘못이 아니라고 주장하고 싶어져요. 떨어져가는 이성을 부여잡고 내 잘못이라고 인정하고 인정하면 제 마음은 타들어가서 또 화를 만들어내요. 이게 대체 어떻게 된 걸까요.

 

자신이 발전하고 있다고 믿었던 내가 결국은 자유와 행복에 집착하고 있었던 거였고, 또 상처로 인해 괜한 트러블을 만들어서 사과하고 사과하고 잘못을 인정하는 과정에서 화가 쌓이고, 피해망상이 들고 힘들고 내면은 점점 잔인해지고 메말라져가고,..  자비를 연기해서 남을 먼저 생각해줄 땐 만족스럽다가도 화가 나고 '트라우마 때문에 이랬어' 라고 애들한테 사정을 얘기하면서 이해시키는 과정에서도 내가 내 상처에 주체적이지 못한 것 같아 또 화가 납니다.


아무 연락 없이 집에 늦게 들어가서 혼이 났는데 그 거칠거칠한 어투와 말 속에 걱정하고 있었다는 마음이 숨겨져 있음을 앎에도 그 마음 조차 알아주고 싶지 않아요. 그냥 날 왜 저렇게 대하고 왜 저런 방식으로 표현할까? 라는 마음만 들어요.  원래 연락도 없이 늦게 들어가서 미안하다고 얘기하려고 했는데,  제 폰을 던지고 학원도 안 보내고 용돈도 없다고 얘기했을 때 또 화가 났어요. 


모든 것에 감사해야 내 마음이 평화로워 진다고 했는데 별로 감사하고 싶지도 않아요. 분명 제가 필요한 것을 지원해주니까 감사해야 하는 건 맞고 감사하고 싶은데 마음이 안 와닿아요. 상대방의 마음을 보고 이해하고 부드럽게 이야기하고 싶지않아요. 남 눈과 내 앞길에 신경쓰지않고 펑펑 놀고 싶고 내 맘대로 하고 싶어요. 그 부분이 제일 걱정되는 부분이예요. 요즘 통제를 잃어가요.

 

친구가 자기 힘들때 제가 옆에 안 있어줘서 섭섭하고 원망스러웠다고 이야기한 적이 있었는데 그 마음 조차 보기 싫었어요. 내가 왜 그 아이의 개인적인 부분에 사과를 해야하고 같이 꼭 옆에 있어줘야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어요. 머리로는 '그럴 만도 하지. 음 많이 섭섭했겠다' 라고 생각했지만 마음에는 또 그 아이에게 소리지르고 화를 내고 싶었어요.


왜 내가 힘들 땐 오지않고 이제와서  니 일 때문에 섭섭하다고 얘기하냐? 너도 나에게 얘기하지 않았고 나도 너에게 얘기하지 않았으니 둘다 똑같은 거 아니냐? 이젠 니 기분 맞춰주기도 지친다. 사과하고 싶지않다. 인간관계가 너무 지친다. 내 마음도 지친다. 넌 내 마음 속을 알기라도 하니? 넌 나에게 다 얘기하니까 아주 편하지?  같은 기분이 들어요.

 

그냥 그대로 화나는 대로 표현하면서 사는 것도 좋은 방법이 아닌 것 같고, 맘대로 되지않아서 짜증이 납니다. 그냥 난 자유롭고 행복하고 싶었는데  나도 모르게 거기에 집착하고 있었다니요. 저를 거기에 또 끼워맞추고 있었다니 아 너무 환멸감이 듭니다. 이제는 나를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과정에도 집착할까봐 겁이 납니다.


제 인생에 뭐가 잘못 된 걸까요? 어떤 마음이 잘못 된 걸까요?

어떤 생각과 감정들이 저에게 상처를 주는 걸까요?

그냥 착하게 살고 싶지 않아요. 아니 이젠 노력 그만하고 싶어요.


아무 것도 하고 싶지 않아요. 아무 것도 안하는 것도 도움이 될까요? 포기하고 싶어요.

하지만 포기하고 싶지도 않고 발전하고 싶고, 근데 쉬고 싶고, 피곤하고 공부도 해야 되고,

멘탈 관리도 해야 되고, 아 정말 그냥 나로 살고 싶어요. 나로 사는 거에 또 집착하면 어쩌죠?

 

아 이젠 그냥 너무 힘들어요. 삶이 편해지고 싶어요.


갈매기

2016.02.25 20:50:14
*.55.170.127

님의 힘듬이 느껴지고 공감이 됩니다~저도 다른사람들한테 착하게 보여야된다는 것때문에 많이 힘들었는데 원장님한테 상담받고 프로그램 참여하면서 다른사람들한테 보이는게 중요한게 아니고

내자신을 알고 내자신을 받아들이고 내자신을 사랑하는게 중요하다는 걸 알게되었고 이것이 결국에는

마음편하고 행복하게 살수 있는 지름길이라는걸 알게 되었습니다~힘내세요^^

원장

2016.02.25 21:23:42
*.151.87.27

원장이예요...

나름 마음의 성장을 위해 자신을 성찰하면서 많이 노력을 하고 있는데 최근에 좀 힘든가봅니다...


이미지를 위해서 살면서 노력해보았지만 그것은 편안함이 아니요, 그렇다고 내것을 챙기며 표현하는 마음도 써보았지만 편안하지 않으니 어떻게 하는 것이 진정 편안함을 얻는 것인지 알고 싶은가 봅니다.


마음에는 사실 이런 마음이던 저런 마음이던 아무 문제가 없는 하나의 마음이지만 우리는 이 마음을 붙잡고 저마음을 문제 삼고, 저마음을 붙들면 이마음을 문제시한다. 그러면서 우리는 스스로 분열되고 혼란을 만들어 어찌할 줄을 몰라한다.


때로는 이런 생각이 올라오고 때로는 저런 생각이 올라온다. 똑같은 상황인데 오늘은 이런 감정이 일어나고 내일은 저런 감정이 일어난다. 하지만 그것이 무슨 문제란 말인가? 단지 그것을 문제시하고 받아들이지 못하고 하나의 고정된 마음만을 집착하는 '내가'있을 뿐인 것을...


그대의 인생에는 어떤 잘못된 것도 없으며, 어떤 마음도 잘못된 것이 없지요..

어떤 생각과 감정이 그대에게 상처를 주는 것이 아니라 어떤 감정과 생각을 자연스러움으로 받아들이지 못하고 통제하고 무시하고 받아들이지 않으려는 그 마음이 고통인 것을...


삶에는 착한 사람도 악한 사람도 없지요. 착함도 만든 이미지요, 악함도 만든 이미지이니 이미지를 빼버리는 자연스런 나와 편안한 나만이 그곳에 있다. 아직도 어떤 '나'를 붙들고 그런 내가 되려고 발버둥치고 아직도 어떤 감정을 무시하고 만나지 않으려 통제하는 그것이 힘듬인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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