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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란스러운 마음이 듭니다

조회 수 5180 추천 수 0 2016.05.10 23:34:45

할 말도 너무 많고, 고민도 있고, 마음의 고통도 심합니다. 혼란스럽고 뭐가 진실이고 두려움인지 하나도 모르게 되어버렸습니다. 저는 대체 뭐하는 사람일까요?


인간관계에서 바라는 게 너무 많습니다. 사실, 나는 사랑이 넘치는 사람인데 공부를 하느라 내 마음을 봐주지 못해서 이렇게 된 거야라고 소리치고 싶습니다. 모든 건 제가 선택한 것이지만 책임지고 싶지않아요. 그냥 모든 걸 세상 탓으로 돌리고 싶습니다. 저는 사람관계에서 바라는 게 너무나도 많고, 상처받고 무너지고, 화가 나요. 상대를 좋아하고 상대와 함께 있고 싶은 마음을 표현하면 될텐데, 왠지 모르게 두려워요. 상대가 나와 같이 있고 싶은지, 나를 지루해하진 않는지 이리저리 재어보곤합니다. 


상대가 어떤 생각을 가지든 내 사랑을 표현하는 당당함을 가지고 싶었는데, 아 이젠 하나도 모르겠습니다. 처음에는 내가 주고 싶은 사람이니까 아낌없이 베풀고 싶다는 생각을 했는데, 인간관계는 주고 받음이 잘되어야한다는 말을 듣고 혼란스러워지기 시작했습니다. 주고 받음이란 건 뭘까요?  이게 뭐길래 제가 이 주제로 계속 고뇌하고 있어야 하는 걸까요.


사랑을 믿고 싶어요. 하지만 '강신주의 다상담' 이라는 책을 읽은 이후로 두려움이 더 커졌습니다. 그 책에서 사랑이라는 주제가 나와요. 어떤 사람을 정말 사랑하게 된다면 보고 싶어지고, 그 사람을 위해서 저절로 노력하게 되고, 또 관심을 가지게 되고, 그 사람에 대해서 알려고 하게 된다구요.


그 책을 읽고 난 후,  저는 계속 저도 모르게 제가 사랑하는 친구를 시험하고 있어요. 나에게 관심을 계속 가져다는지, 아닌지. 그러다가 실망하고 혼자 화가 나있거나, 행복할 권리가 있는 친구에게 뭘 요구하려고 하는 건지 혼자 자책하곤 해요. 그 친구가 전처럼 저에게 관심을 가져주지 않거든요.  저는 주고 싶었는데 이게 왜 이러는 지 모르겠어요. 


그냥 제가 매달리는 일방적인 관계가 될까봐 두려워서 그 친구의 얼굴을 덜 보려고 하고, 덜 표현하고, 덜 주려고 하는데, 그렇게 하면 마음 속에서 그 친구를 안아주고 싶고, 보고 싶고, 널 좋아하고 지지하고 있다고 표현하고 싶어집니다. 정말 괴로운 건, 주고 싶다고 말하면서도 그 친구에게 사랑받고 싶다는 마음이 든다는 점입니다. 아무 것도 모르겠습니다. 관계의 문제인지 마음의 문제인지 모를, 제가 맞닥뜨린 이 상황에 신물이 납니다.


그 책을 읽지 말 걸 그랬어요. 독립적으로 당당하게 살고 싶었던 제가, 부모님은 의지할 수 있을 때 많이 의지해두라는 책의 구절을 읽고 잠깐 넘어갈 뻔 했어요. 아 정말 이젠 뭐가 뭔지 모르겠어요. 왜 그렇게 혼자 힘들게사냐, 경제적으로 어려움에 처했을 때 부모님 댁에 가서 빌붙어 사는 뻔뻔함이 필요하다. 같은 내용을 보고도 약간 혹 했어요. 편하게 살고 싶었거든요. 근데 이건 아닌 것 같아요. 책의 한 구절 한 구절이 제 가치관을 자꾸 흔들어놔요. 하나도 모르겠어요. 세상을 어떻게 살아가야 하나요. 다 짜증이 나요.


꿈에 대해서도 고민입니다. 또 책에서 행복한 삶을 살려면 현재를 살아야한다면서 꿈과 이상이 있다는 건 현재를 살지 못하는 거라고 하더라구요. 그럼 사랑을 베풀고 싶고 사랑이 가득찬 사람이 되고 싶은 이상을 가진 저는 지금 현재를 살지 못하는 건가요? 책의 한 구절 한 구절에 너무 흔들려요.


공부도 안 하고 책이나 읽고 있고 그렇다고 아예 공부를 포기하지 못하고 이것도 아니고 저것도 아닌 저는 뭘까요?  제가 너무 한심스러워요. 너무 지쳐요. 현실을 생각해서 공부를 하려고 하면 공부가 손에 안 잡히고 또 포기를 하려고 하면 제가 살아갈 길이 너무 걱정이 되고.. 전 어떻게 되는 걸까요.. 너무 답답하고 암울합니다.


자본주의에 대해서 설명해놓은 마르크스의 자본론을 읽고 또 고민만 늘어가요. 이 세상은 자본이 최고인데, '나'라는 상품의 가치가 없으면 난 어떻게 살아야하는 걸까? 난 남의 기준에 따르고 싶지 않은데 어쩌지? 같은 고민들이요. 심리상담가의 꿈도 잘 모르겠어요.


전 그냥 사랑하면서 살고 싶어요. 제 직업이 뭐든 뭘 하든 마음이 이끄는 대로 살고 싶어요. 근데 제 마음을 잘 모르겠어요. 이리저리 흔들려요. 공부는 하지도 않고 그 학과에 들어갈 조건조차 되지도 않으면서 이리저리 하고 싶은 꿈만 추구하는 제가 너무 싫어요. 근데 공부가 왜 이렇게 지루하고 재미가 없을까요. 이건 아마 제가 원하는 게 없어서 그런 걸지도 몰라요. 모르겠어요. 다들 고3이라서 열심히 하던데 저만 뒤처지는 것 같은 느낌도 들고.. 이걸.. 저는 뭘까요? 다들 참고 열심히 하던데 저는 왜 이러는 걸까요??


이젠 아무도 아름답지않아요. 마음도 살아있질 못하고 현실의 나도 챙기지 못해요. 애매한 것도 싫어서 제가 너무 싫어져요. 가끔씩 사는 걸 포기하고 싶기도 해요. 이 세상을 잘 살아갈 수 있을까요. 왠지 모르겠지만 죄송스러워요. 제가 너무 미워요.  제가 너무 나쁜 것 같아요. 저는 너무 나빠요. 근데 살고 싶어요. 행복하고 싶어요.

이게 제 마음의 문제일까요?


그냥 제가 게으르고 미뤄뒀던 많은 공부량에 겁이 나서 도망치고 있다고 말씀해주세요. 제가 나쁘고 나약하다고 이정도도 못견디면 세상을 어떻게 살아가겠냐고 마구마구 질타해주세요. 제가 마음이 그래서 그렇다고 해주세요. 다른 애들은 잘 하는 데 너는 노력도 하지 않는다고 말씀해주세요. 비싼 학원도 다니면서 부모님 손 벌리고 다닌다고 마구마구 지적해주세요.


시간도 없으면서 깊고 완벽하게 공부하려고 하네, 성적을 잘 받아서 좋은 데 가는 게 중요하지 학문을 해서 뭐하게? 사람들이 알아 줄 것 같아? 라고 해주세요.  마음이 너무 무기력하네요. 이젠 아무것도 하기 싫어요. 사실은 위로받고 싶은데.. 그냥 이젠 잘 모르겠어요. 두려움 때문에 사랑을 선택하지 못한 제가 나쁜 거에요. 이런 말을 하는 것도 그냥 남들에게 미움 받을까봐 무서워서 절 미리 공격하는 것 같아요.


이젠 아무것도 모르겠어요. 전 살아갈 수 있을까요? 


원장

2016.05.11 15:42:40
*.182.182.183

원장입니다...

변화는 혼란을 수반합니다. 알에서 깨어나려는 생명은 어두운 새벽을 견뎌야하고, 하늘을 나는 나비는 누에고치의 감김속에서 온전히 자신을 품어야 하지요. 지금은 그 모르는 마음이 혼란스럽고, 그 혼란이 고통스럽게 느껴지겠지만 이런 과정이 바로 자신을 알려는 사람들과 자기만의 삶을 찾으려는 모든 사람들이 걸어갔던 길이기도 합니다.


행위로 판단 되는 잘하느냐 못하느냐의 가치 기준은 지금 님에게 전혀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존재로 가는 길에는 잘하는 것과 못하는 것이 아닌 그 모든 경험들이 다 소중하기 때문입니다. 외부의 책이나 지식에서 정답을 찾으려 하지 말고 자신을 좀더 믿고 기다려주는 여유로움이 필요합니다. 지식이나 앎은 님에게 경험되는 새로운 변화를 가두는 고삐가 되기도합니다.


일어나는 모든 생각, 감정, 판단, 두려움, 불안, 해야할 것, 하지 말아야할 것.... 그 모두는 마음이라는 배경에서 순간순간 일어났다 사라지는 환영과도 같습니다. 그냥 그것을 알아차리고 붙잡지만 않으면 그대로 흘러갈 뿐입니다. 그것에 의미를 두거나 해석으로 집착하는 마음을 내리고 그냥 일어나게 놓아두시길...


위의 모든 얘기는 그냥 혼란한 님의 마음을 표현한 것일 뿐입니다.  이런 혼란 속에서도 님의 내면은 여전히 새로움을 향해 한걸음씩 나아가고 있는 중입니다. 지금의 변화를 신뢰하십시오. 지금 일어나는 경험들을 판단하거나 분별하지 말고 그것을 느끼거나 함께 만나보십시오.


사랑은 지금 님에게 일어나는 그 혼란이 바로 진실한 사랑입니다.

답답하겠지만 한숨을 쉬며 자신을 신뢰하며 그자리에 머무르길 바랍니다.


님은 현재 누구보다 잘 살고 있습니다.

진정으로 자신에게 돌아가는 것이 님이 원하는 것이라면 말입니다.

힘내시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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