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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화와 훈육에 관하여.... - 날아가님

조회 수 6571 추천 수 0 2011.01.13 10:00:09

벌써 한 해의 시작입니다.  안녕하세요, 선생님.

저는 그동안 생활을 하면서 '조화'에 대해서 생각했습니다. 무기력하게 살고있지만, 그래도 .. 살아있습니다.

 

29살, 지난해 어느날,  제가 제 자신을 속여왔다는 걸 알았습니다. 

부모님이 이혼하시고 제 곁을 떠나신 7살즈음부터 지금까지 22년간이요.

항상 어릴적을 생각하면서 흘리던 눈물은 '원망'이 맞았습니다.

 

하지만 단 한번도 제 부모님을 원망하는 말은 한 적이 없습니다. 

제 친한 친구, 남편에게조차 단 한번도.. 제 자신에게도 전 이렇게 말했습니다.

'성격차이 있으면 헤어지는거지 뭐. 내가 많이 아프긴 했지만, 부모님 입장에선 이해해.

부모님이 잘못을 한 건 절대 아니야 '

 

기억이 나요. 어릴때 어느 분이 제 머릴 쓰다듬으면서 이렇게 말해주셨어요.

'아, 너는 부모님이 이혼하셨는데도, 참 성격이 밝구나'.

저는 그 후로도 줄곧 학교 선생님, 친구들에게 그런 말을 들으면서 자랐습니다.

 

제게 따뜻하지 않고 차별을 하셨던 친할머니, 외할머니도 이해하는 척을 했고, 법적인 양육권을 가지고도 저를 키우지 않고 외국으로 도망가셨던 아빠를 이해한다고 말해왔습니다.

특히 엄마에 대한 원망보다 아빠에 대한 원망을 감쪽같이 묻어둔 것 같네요. 섬뜩하고 놀랍습니다.

분명 다른 출구로 이 원망이 나왔을테지만..

아빠는 항상.. 제 증오대상에서 제외되어 있었습니다.

다른 이유로는 몰라도.. 이혼했고, 제 곁에 없었다는 이유로는.. 정말 완전히 제외되어 있었습니다.

 

부모님 생각하면 가슴이 아프고, 부모님께 감사한 것도 많습니다.

하지만 다른 마음도 제가 가지고 있다는 걸 알았습니다. 

차라리 안 키울거면.. 제가 그렇게 울고불면서 찾아대던 엄마한테라도 보내주지...

냉정하고 차가운 할머니께 맡겨놓고 떠난 아빠를 한번쯤은 원망했어야 했을까요?

 

선생님, 아무튼 저는 그런 제 자신을 조금 보았습니다. 그래서 제 안에 깨진 거울을 보았는데요..   

그러면서 '조화'에 대해 생각하게 됐습니다. 제 내면의 조화, 그리고 저와 바깥 세상의 조화..

이 두 가지 조화가 서로 연관되어 있다는 말을 그동안 책을 통해 수도없이 들어왔지만, 정말 실재할 수도 있겠구나...생각하게 됐습니다.

이건 정말, 물이 아래로 흐르는 것과 같구나. 라는 느낌이랄까요. 

하지만 저는 이 깨어진 조각들을 어찌 해야할지도 모릅니다.

 

섣불리 조화를 이루겠다든가, 조화롭게 반드시 살겠다라는 다짐은 하지 않습니다.

다만, 과연 조화라는 게 뭔지 생각중입니다.

어떤 일을 굉장히 피하고 싶을때, 제가 정말 싫어하는 사람과 상황을 만날때 말이예요..

저의 어떤 선택이 '조화'인지 생각하고 있어요.

저는 자주 제 자신을 버리고, 겉으로  '조화로워 보이는' 것을 택하죠. 

또 자주 저는 '제 자신을 챙기고'  외부와는 조화롭지 못한 선택을 합니다.

제 자신을 사랑하는 것은 무엇이고, 내부 외부와의 조화가 무엇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사실 요즘, 저는 이전과는 다르게, 제 자신만을 아끼는 선택을 하려고 애씁니다.

어제는 남편이 '어깨 좀 주물러봐'라고 이야기를 하는데 그 명령조에 갑자기 기분이 나빠졌습니다.

예전같으면 이를 악 물고는 '착한척' 하고 어깨를 주물러줍니다.

 

하지만 저는 남편이 쉽게 명령하는 모습을 보면서 한 가지 과거를 떠올렸습니다.

저는 임신을 했을때도, 식중독, 장염으로 고생할때도,  다리가 저려 죽을 지경인데 남편 눈치를 봤거든요.. 

많이 피곤해 보였고, 한 번 부탁했다가 그 얼굴 표정과 하는 행동 보고는 곧장 포기했습니다. 

그 후로는 부탁한 적도 없고요.. 그래서 그냥 저도 안 주물러줬어요..

 

근데 가끔씩 정말로 제가 잘해주고 더 챙겨주고 싶은 때도 많아요.. 그 느낌이 너무 좋고 ....그걸 믿습니다..

사실 한 친구와도 이런 비슷한 일이 있었습니다. 제 자신의 느낌을 더 살핀 선택을 했습니다.

물론 불편했지만, 억지로 착한척한 것보단 덜 불편했습니다. 

그리고 생각했어요. '지금이 최선은 아닐 수 있지만, 조금씩 달라질 것이다' 라고요..

전 남편을 사랑하고 싶고.. 아껴주고 싶어요.. 근데 제가 사랑 받고 싶은 것도 있거든요..

 

앞으로 어떤 행동과 선택을 앞두고..  '조화'에 대해서 깊게 생각하려고 합니다.  

말씀드린바대로, 사람들과  조화를 이루겠다는 다짐은 저만치 밀어두었습니다.

하지만 그 사람들과 어떤 행동과 상황을 만들어낼 때, 껄끄러움과 불편함이 느껴진다면, 다시 한 번 생각하려 합니다. 저에겐 이 방법밖엔 없습니다.

과연 이게 실제로 도움이 되는 방법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저는 제 자신과 친구가 되고 싶습니다. 그런 생각을 하다 오늘은 '훈육'에 대한 생각으로 이어졌습니다.

어떤 프로그램에서 자기 자신을 통제하지 못하는 아이가 나왔고, 그 아이를 심리적으로 치유해가는 과정을

보여주었는데요..  그 아이가 바로 저 같았습니다.

그래도 일찍 바로잡고, 도와줄 이가 있으니 그 아이는 행운이라 생각했습니다. 

저는 이제 다 커버려, 저 스스로 해 나가야 합니다.  

 

저는 .. 시댁 식구들이 저를 해코지할 것 같습니다.   그래서 '시댁' 하면 바로 '방어' 자세에 들어갑니다. 

그 아이도 그랬습니다. 자신을 해코지 하지 않는 상대의 행동에도 과잉반응을 보였습니다.

큰형님을 떠올리면, 저에게 이것저것 주문하고 눈을 부릅뜨고 손가락질 하는 게 보입니다. 

어머님, 아버님을 떠올리면 구박하고 뒤에서 절 욕하는 게 보입니다. 

그 사람들 틈에서 외로움을 느낄때면.. 머리가 휭휭 돌고 노래집니다.

모든 게 다 허상같고 제가 제가 아닌 것 같습니다.  꼭 잠오는 약 먹은 것 같은 느낌이요..

 

그 분들이 처음부터 그럴 작정은 아니었겠죠. 분명히.. 그 분들이 전적으로 의도한 것은 아닐겁니다.  

조금은.. 저에 대한 '밀어내는 마음, 편견' 등이 있었을 줄로 압니다만..

 

또 더 심각한건,  저는.. 제 자신을 해하는 행동과 말을 일삼습니다. 요 근래는 많이 드물었지만요..

그렇다해도 요즘에도 조금만 열받으면 극단적인 말을 쉽게 꺼냅니다. 예를 들면 '죽음'에 대한 말이요.

  

저는 제 자신과 정말 친구가 되고 싶습니다. 건강하고 싶고.. 그리고 이젠 '훈육'을 하고 싶습니다.

근데 어떻게 사랑하고, 어떻게 훈육을 해야 하는지.. 모릅니다.

 

다만 지금 할 수 있는건, 행동 전에 '조화'가 무엇인지 생각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 '조화'는 분명 지금껏 제가 생각해왔던 그 '조화'는 아닙니다.

지금껏 저는 바깥하고 잘 지내면 무조건 조화라고 여겼거든요.

 한 번 더 생각하는 것만으로 제가 조금 더 자신에게 가까워질 수 있는걸까요..

 

또, 물건을 던지거나, 열받아서 제 자신을 해하는 말과 행동을 일삼는 것,  짜증이 머리위로 솟구쳐서 나오는

돌발 행동들을,  단호하게 절 바라보며 제 손과 발을 잡아줄 이가 저는 없습니다.

제가 그걸 해야하는데..  선생님은 저같은 사람들을 지켜보고 도와주신 적이 많으시죠.

 

제 자신에게 하는 이 엄청난 잔인한 말들과 행동들은... 제가 어떻게 해야할까요.

요즘은 그러지 않지만, 저는 알고 있습니다.  아직 바다 밑에서 위를 향해 보고 있습니다.  꼿꼿이 있습니다...

 

오늘도 제 글 읽어주셔서 감사하고요, 앞으로도 넙죽넙죽 도움 청하겠습니다.

제 자아를 되도록.. 재미있게 지켜봐주시고,

좋은 하루.. 마무리 잘 하시길 바래요.  

 


원장

2011.01.13 10:01:32
*.228.194.141

안녕하세요.  원장입니다......

그동안 힘들고 어려웠던 님의 삶과 영혼이 올해에는 지혜와 밝은 통찰로 더욱 성장하시길 바랍니다.

 

님은 자신에게 화두와 같이 조화와 훈육에 대해서 고민하고 성찰하시는 듯합니다.

님의 표현처럼 그동안 지내온 님의 삶이 깨어진 거울이라면 이제 님은 새로운 자각과 각성으로 하나씩 깨어진 거울의 조각들을 맞추려 하고 있습니다. 

어쩌면 그동안 지나온 님의 삶은 언젠지 모르지만 어릴적 부모님과 주변의 여건으로 인해 깨어지고 어그러진 거울의 조각으로 님의 삶과 세상을 비추고 평가해 왔는지도 모릅니다.

 

이제 님은 자신의 깨어진 거울을 맞추는 시도로 조화를 묻습니다.

어쩌면 그동안 님이 생각하고 만들려고 하였던 조화는 조화라기 보다는 삶의 두려움으로부터 스스로를 지키고 생존하기 위한 방어패턴이거나, 님의 주위에 님을 지키고 보호해 줄 사람이 없는 환경에서 스스로 안전해지기 위한 세상과 외부와의 타협이거나, 자신의 진정한 욕구나 감정은 억압한채 님자신보다는 남의 눈치를 보면서 맞추려고 한 것은 아닌지요? 

 

조화의 중심은 자신의 감정과의 조화, 자신의 생각과의 조화, 자신의 느낌과의 조화가 우선되어야 하지않을까합니다.

조화가 "겉과 속이 같다"라고 할때 어쩌면 님은 '속'보다는 '겉'의 조화를 만들려고 한것은 아니었을까요?  '세상은 내마음의 투영'이라고 말하며, 원효대사는 '한마음이 일어나니 만물이 일어나고 한마음이 사라지니 만물이 소멸한다'고 하였습니다.

 

그러기에 조화는 먼저 자신에게 정직해지는 것이 우선이지 않을까합니다.

감정을 속이고, 기분 나쁜 것을 참거나, 화나는 감정을 억압하는 것은 자신과 남을 속이는 거짓된 조화를 만들어 겉의 포장은 그럴듯하나 속은 썪게 될지도 모릅니다.

 

그런 의미에서 본다면 님은 그동안 자신의 진실한 감정은 무시한채, 착한사람의 역할이나 밝고 씩씩한 사람의 역할을 하면서 자신과 외부를 속여 왔는지도 모릅니다.

이런 감정의 속임은 무의식에 억압되어 분노의 속임은 우울이 되고, 버림받음과 외로움의 속임은 주변에 대한 피해의식으로 작용하는지도 모릅니다.

 

조화에는 어떤 기준이 필요한데 이때 기준이 되어야 할 것은 먼저 자신의 감정과 느낌과 생각이 우선되어야합니다.

자신의 것에 대한 확신과 중심을 가진 사람만이 상황과 때에 따라 조화로움을 만들수있습니다.

왜야하면 조화란 똑같은 것이라도 사람에 따라, 때에 따라, 장소에 따라, 여건에 따라, 너무나 다를수있기에 자신의 중심을 바로 세운 사람만이 그때그때에 따라 깨어있는 의식으로 조화를 만들수있기 때문입니다.

 

둘째 훈육이란 통제나 바로잡음이라기 보다는 따뜻한 지지와 자신에 대한 무한한 사랑과 이해가 되어야 할 것입니다.  

사랑은 조건이 없는 것이지요. 그냥 무조건적으로 자신의 편이 되어줄 수있는 마음이 최고의 훈육이 아닐까합니다.

 

때로는 물건을 던지거나 짜증으로 열받을때, 자신이 싫어서 자신을 해하는 마음이 들때도 그렇게 행동할수 밖에 없는 자신을 이해과 괜찮음으로 봐주는 마음이 진정한 훈육은 아닐까합니다.  그렇게 님스스로 자신의 편이 되어줄 수 있을때 님은 진정한 님의 친구가 될 수 있을 것입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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