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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낯선 나라로 온지 2주가 지났다. 집에 있으면 여기가 한국인지, 타국인지 모를 만큼 익숙해져 버린 하루 일과가 지나고 있다. 일찍 일어나야 할 필요도 없고, 하루 종일 무언가를 해야 할 이유도 없고, 억지로 먹거나 어떤 행위에 강요나 타의가 들어가지 않는다. 생각해보면 독립을 하고 퇴사를 하고 난 뒤부터 난 그런 삶을 살 수가 있었고, 또 그렇게 살고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 곳은 또 다른 느낌들로 가득하다. 내가 얼마나 무언가를 해야 한다는 압박 속에 살고 있었는지 새삼 느끼게 된다. 사람들이 물어오는 안부에는 내가 어디를 다녀오고, 또 무엇을 했는지 많이 궁금해 하는 것 같다.


 하지만 난 이 곳에 오기로 마음을 먹었을 때부터 그런 행위들에 휘둘리지 않겠다고 다짐했었다. 오롯이 나 혼자만의 시간을 가지고 내 시간으로부터 내 안의 자유를 만나보고 싶다고 생각했으니까 말이다. 그래서 너무나 수동적인 모습이 낯선 동생이 자꾸 어디를 가고 무엇을 하라고 말했지만, 그냥 내 발길과 몸이 움직이고 있다.



2. 집을 나서는 순간부터 바깥 풍경에 빠지게 된다. 매일 보는 풍경이지만 나에게는 너무 새롭고 익숙한 듯 낯설지만 그렇게 또 매료되는 것 같다. 똑같은 도시의 느낌이지만, 이 곳은 조용하고, 사람들의 움직임이 많은 곳조차도 서로의 공간은 침범하지 않는다. 낯선 이국인인 나에게도 참 친절하게 미소와 인사를 건네는 사람들이 참 익숙하지 않다. 하지만 함께 웃고 나누는 인사를 통해 내 안의 여유라는 공간이 생기는 것 같다. 왜 한국에선 이렇게 하지 못했을까? 나름 한다고는 했지만, 사람들의 반응에 따라 내 모습도 이리저리 변화하는 형태였던 것 같다.


이 곳 사람들은 참 다양한 모습을 하고 있다. 인종과 종교 그리고알 수 없는 그들의 가치관들이 각각의 다른 색을 입고 있다. 잘 알지는 못하지만 그들은 다른 타인들의 모습을 신경 쓰지 않는 것 같다. 동생 말로는 전혀 신경 쓰지 않는다고 한다. 사람들에게서 느껴지는 당당함과 자유분방함 그리고 넘쳐 보이는 여유로움은 아마도 남의 떡이 더 커 보이는 이유 일 수도 있다. 하지만 그들의 에너지 속에서 나는 내 중심을 찾기 위해서 집중해보려고 한다.



3. 직업병인지는 몰라도 이 곳에 도착하면서부터 장애인 시설에 대한 배려가 다르다고 느꼈다. 버스는 모두 저상버스이고, 물론 휠체어나 보조기기들이 탑승 시 그들에 대한 권리가 당연시 되는 모습은 꽤나 충격이었다. 한 어머니가 유모차를 가지고 버스에 탑승하자 자리에 앉아 있던 승객들은 일어났고, 그 자리는 유모차를 고정시켜 아이와 엄마는 편안하게 이동하는 모습은 정말 놀랍지 않을 수가 없었다.


도서관의 모든 시설에는 턱이 없었고, 엘리베이터, 경사로 심지어 시각장애인을 위한 음성 시설이 입구 가장 가까운 곳에 위치하고 있다. 작동이 되는지 의심스러워 가까이 가자 소리가 나서 순간 당황했다. 뇌병변으로 보이는 분이 안내데스크에 질문을 하는데 사서로 보이는 분이 테이블을 낮추어 그의 눈과 귀에 가까이에서 소리를 들으려 애쓰는 모습에 할 말을 잃었다.


난 우리나라에서 30년을 넘게 살았지만 그런 배려는 쉽게 볼 수 없었다. 오히려 전동 휠체어를 타고 지나가는 사람들을 피하는 사람을 보았고, 백화점에 전동휠체어를 열 수 없는 장애인들을 위해서 자동문을 설치해달라는 고객센터의 문의 답 글에는 안전사고가 날 수 있어서 고려는 해보겠지만 쉽지 않을 거라는 대답만 들었다. 무엇이 다른 것일까? 어떤 점이 그들의 삶에 이런 배려와 제도를 만들 수 있게 된 것인지 너무나도 궁금한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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