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아침 그대와 걷는 경대로의 산책길...

매일 매일의 그림이 다르다.

하늘의 배경 색이 다르고

배경 속에 서있는 나무의 자태와 색이 다르고

스쳐가는 사람들과 주변의 풍경이 다르다.

오늘 아침의 그림은

황금빛의 물결이 그린 수채화.

푸른 하늘에 천천히 뜨는 햇살이

주변을 황금빛으로 깨워낸다.

그빛을 배경삼아 붉은 옷으로

자태를 뽑내는 단풍들은

자신만의 모양과 생의 이야기로

들떠 있는 듯하다.

태양의 동쪽 아파트 위로 솟아 오르자

노란색으로 자태를 뽑낸 은행나무들이

햇살의 황홀감에 비명을 질러대다가

바람결에 몸을 부르르 떨 때마다

떨어지는 노란 잎사귀마다 생명이 춤을 춘다.

싯푸른 가을의 아침.

떠오를수록 눈부신 태양의 빛깔.

그럴수록 더욱 노랗고 빨갛게 빛을 내는 나무들.

바람에 나부끼며 떨어지는 나뭇잎들의 춤사위.

길 위에 흩뿌려진 노랑과 빨강의 물감들...

나의 가슴은 가을이 그리는 색채에 물들어

'나'라는 형상이 수채화의 그림 속으로 사라지듯이

옆에서 은행잎을 들고 감탄하는 그대 또한

황금빛이 사랑으로 출렁거리는

수채화의 그림속으로 하나되어 사라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