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제목
> 커뮤니티 > 자유게시판

결혼도 취직도 거부 …부모품 안 떠나는 ‘어른아이’들 왜 늘까

과거엔 부잣집만의 문제, 취업난 탓 중산층으로 번져

"중앙선데이, 오피니언 리더의 신문"

#  1. 얼마 전 서울 강남의 한 심리상담센터에 30대 초반의 부부가 찾아왔다.
부부 싸움이 부쩍 잦아진 탓이었다.
남편이나 아내 모두 얼핏 봐서는 남부러울 것 없는 배경과 이력을 가지고 있었다.
남편은 국내 대학원을 거쳐 외국유학을 다녀와 금융업계에 취직을 했다고 한다.
 
누구나 부러워할 만한 직장이었다. 하지만 몇 달을 못 견디고 사표를 쓰기 일쑤였다.
 “일이 너무 힘들다” “상사가 괴롭힌다” 등의 이유였다. 부인 역시 일류대를 나와 직장생활을 했다.
하지만 역시 오래 못 다니고 관두기를 반복했다. 그 과정에서 부부는 자주 말다툼을 하게 됐다.
 
상담을 맡았던 A박사는 “남편과 아내 모두 결혼 뒤에도 양가 집안에서 생활비에 외제차까지 제공받으며 풍족한 삶을 누리고 있었다”며 “그러다 보니 둘 다 가정을 책임져야 한다는 의무감도, 피곤한 직장생활을 계속 견뎌낼 인내심도 없었다”고 말했다.
 
이들은 아이를 낳았지만 제대로 보살필 자신이 없어 부모에게 전적으로 맡겼다고 한다.
 A박사는 “아이 때부터 부모가 모든 걸 다 알아서 챙겨준 탓에 스스로 책임지고 결정하는 능력이 없다”며 “부부간에 서로 헌신하고 희생하는 대신 일방적으로 받기만을 원하는 게 갈등을 부추긴 것 같다”고 분석했다.
남편과 아내 모두 이른바 ‘피터팬 증후군’이었던 것이다. 이들은 현재 이혼을 심각하게 고려 중이다.
 
#2. 지난 6월 경기도의 한 신경정신과 병원에 김모(28)씨가 상담을 의뢰했다.
그는 가족을 심하게 원망하고 있었고, 가끔 다섯 살 터울의 누나에게 폭력을 휘두르기도 했다고 한다.
 
하지만 대학 졸업 전까지 김씨는 그야말로 ‘착한 아들’ ‘귀여운 아들’이었다.
어려서부터 집안의 막내로 엄마에게 애교도 잘 부렸고 엄마가 시키는 대로 학원도 착실히 다녔다.
그저 시키는 대로만 하면 아무 불편이 없다는 생각이었다.
 
그런데 올 초 대학을 졸업하면서부터 상황이 달라졌다. 취직할 생각도 별로 없어 빈둥거리는 그에게 부모와 누나가 ‘어른 노릇’이나 ‘나잇값’을 요구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러나 김씨는 ‘어른 노릇’이 무엇인지 이해하지 못했다.
오히려 가족들이 자신을 이해하지 못한다는 생각에 원망만 생겼다.
 
그는 “엄마도 밉고, 세상이 다 싫고 화가 난다”고 털어놓았다.
이 병원 K원장은 “오랜 시간 부모에게 의존하며 살다 보니 어른으로서 뭘 어떻게 해야 할지를 모르고 자기 존재의 의미를 찾지 못한 경우”라고 설명했다.

#3. 최근 서울 강남의 K성의학 클리닉연구소에 30대 초반의 남성이 어머니 손에 이끌려 들어섰다.
신혼인 아들이 섹스리스(sexless)로 아내와 잠자리를 아예 하지 않는다는 이유였다.
 
이 남성은 육체적 문제가 아니라 정신적 문제를 안고 있었다.
유능한 부모 밑에서 윤택한 삶을 누리며 부모의 명령과 희망에 따라서만 생활하고 학교도 선택했다.
결혼 전까지 연애도 한 번 안 했다. 살아가면서 스스로 문제나 목표를 찾고 성취하는 과정이 생략된 것이었다.
 
회사에서도 그저 성실한 조직원일 뿐 동료들과의 교류도 가질 줄 몰랐다고 한다.
틈 나면 음악을 듣거나 컴퓨터 게임 같은 가상현실을 즐길 뿐이었다.
이 같은 특성은 부부생활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났다.
집에 오면 아내와의 관계에는 무관심하고 게임에만 몰두하는 것이었다.
 
연구소 관계자는 “성장기에 적절한 독립성이나 주체성을 갖고 인간관계의 기술을 체득하지 못했기 때문에, 특히 인간관계 중 가장 강렬한 관계인 성생활을 더욱 부담스러워하는 것”이라며 “한 달에 5, 6명가량이 이런 문제로 찾아온다”고 말했다.
 
어른이면서도 어른이기를 외면하고 거부하는 ‘어른아이’가 늘어나고 있다.
‘피터팬 증후군’으로 대표되는 이 현상은 과거 일부 부유한 상류층에 국한됐지만 최근에는 저출산과 취업난의 영향으로 중산층에까지 확산되고 있다.
피터팬 증후군은 미국의 심리학자 D 카일리 박사가 1970년대 후반 미국에서 성년이 돼도 어린애 같은 특성을 보이며 어른 사회에 진입하는 못하는 젊은이가 많아지는 현상을 지칭해 사용한 말이다.
 
20대 남성 중에 ‘피터팬’ 많아
어른아이의 문제는 오래전부터 존재했고 전 세계적인 현상이지만 최근 들어 국내에서 그 증가세가 부쩍 눈에 띈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피터팬 증후군의 악화로 정신과 치료를 받는 경우가 늘고 있고, 그런 자녀의 부모가 정신과 상담을 받는 사례도 많다는 것이다.

한림대성심병원 전덕인(정신과) 교수는 “요즘 들어 병원에 찾아오는 20~30대 환자 중에 이런 (어른아이) 특성의 환자가 많이 늘었다”며 “특히 20대 남자가 처음 환자로 올 경우엔 과반수가 이 같은 유형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인천나누리병원 김혜남(정신과) 박사도 “상담건수 등을 분석해 보면 어른아이가 증가하고 있다”고 전했다.

‘피터팬 증후군’을 비롯, ‘캥거루족’ ‘자라족’ ‘모라토리엄 인간’ 등 다양한 명칭으로 불리는 어른아이에게는 공통된 특징이 있다. 우선 어른으로서의 존재감이 약해 책임과 의무를 거부한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취업이나 결혼을 꺼리고 나이가 들어서도 부모 그늘 아래 편히 살고 싶어하는 특성이 강하다.
또 남을 배려하거나 희생하는 정신도 희박하다. 대부분 부모로부터 무조건 받기만 해왔기 때문이다.
인내심이 약하고 포기가 빨라 직장생활을 잘 견뎌내지 못한다.
 
방치하면 개인·사회에 악영향
어른아이의 증가는 개인적으로나 사회적으로 큰 부작용을 가져올 수 있어 관심과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성의학 전문가인 강동우 박사는 “의학적으로 문제가 되는 수준의 피터팬 증후군은 내버려둘 경우 중년 이후의 삶이 더욱 순탄치 못하다”며 “방치된 피터팬 증후군 환자들은 나이가 들면서 사회적 무기력증이 자신에 대한 실망으로 이어져 비극적인 말년을 맞을 수 있다”고 경고한다.
 
정신과 전문의인 이나미 박사는 “(어른아이의 증가는) 사회적 생산성 저하의 원인이 된다”며 “결혼을 꺼리는 탓에 가족 해체나 저출산 등의 사회적 부작용도 커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연세대 김호기(사회학과) 교수도 “기본적으로 인간은 사회적 동물인데 어른아이의 증가는 원활한 대인관계와 사회관계를 어렵게 만든다”고 지적했다.
전덕인 교수는 “지금 10대 중에서도 드러나지는 않았지만 이대로 자란다면 더 많은 문제를 야기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sort
공지 저희 홈피를 찾아 주신 모든 분께 감사의 말씀을... [5] 관리자 2008-03-24 77464
공지 <나를 꽃피우는 치유 심리학>이 출간되었습니다. imagefile [5] 성원 2009-12-21 84731
1333 12월의 한상담연구소 프로그램 안내 image 대구한상담연구소 2010-12-02 4056
1332 토요 아이수모임 후기 성원 2010-10-10 4056
1331 인생의 파노라마(펌) 힙노자 2006-11-06 4051
1330 해피한 연말 인사 ^^~ imagefile [2] 관리자 2012-12-23 4036
1329 한폭의 그림속으로.. 성원 2010-11-19 3989
1328 원장님~이럴땐 어떻게 대처하죠? [2] 푸른정원 2011-04-26 3985
1327 경북대학교 평생교육원 최면과 명상강의 힙노자 2006-12-08 3943
» 결혼도 취직도 거부 …부모품 안 떠나는 ‘어른아... image 원장 2011-09-04 3909
1325 명상단식 [2] 성원 2011-03-28 3886
1324 명상과 자기최면 강의 힙노자 2006-10-09 3878
1323 말,말,말 성원 2011-05-21 3857
1322 부모랑 싸웠는데 [3] 낭만자객 2010-07-17 3856
1321 꿈이 자꾸 기억이 나서요~~ [2] 봄햇살 2011-12-22 3833
1320 사랑 성원 2007-02-06 3822
1319 2011학년도 1학기 OCU평생교육원 심리학과 학점은... image 학점은행제 2011-01-13 37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