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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우님의 자기탐구 일지...

조회 수 1267 추천 수 0 2017.12.07 17:08:36

어제 아침까지만 해도 목감기 코감기 함께 있어도 크게 잡히지 않았으며 오히려 신이나서 눈이 내린 운동장을 막 뛰어놀았는데, 수업이 끝난 오후가 되니 갑자기 전신에 묵직함이 감돌았다. 지금으로부터 딱 24시간 전..... 몸살도 아닌것이 열도 아닌 것이..... 이상하게 기침도 콧물도 그리 심하지 않은데.... 여하튼 전체적으로 괴로웠다.


어제 퇴근 후 사과타르트 반판, 홍삼물 반컵을 먹고 자리에 누워 명상음악을 틀고 사바아사나를 했다. 손발에 맴도는 치유에너지에 집중하여 머리지압을 했고 얼굴을 특히 많이 쓰다듬었다. 그리고 잠에 길게 들었고 오늘 새벽 6시에 의식이 들었다. 오늘은 몸의 불편함이 오히려 더 크게 지속되길래 샤워를 하지 않고 옷만 챙겨입고 홍삼물 반컵 먹고 다시 자리에 누웠다.


몸에서 아무런 느낌도, 에너지도 느껴지지 않았다. 뭐라 설명할 수 없이 무겁고 아프고 괴로웠다. "지독한 감기이구나...." 싶었다. 편의점에서 마스크를 하나 사서 끼고 출근을 하였다. 약은 먹고 싶지 않았고 몸 상태를 충분히 느껴보고 싶었다. 오늘은 기말고사 날이라 말을 많이 하지 않아도 되었는데 학생들 문제푸는 걸 둘러보던 중, 짜증과 예민함이 극도에 올라있는 내가 보였다.

 

생각해보니 작년에도 올해도 중간기말 시험때마다 학생들보다 더더더 초예민해지는 내가 있었다. 시험치고 평가받는 건 학생들인데 마치 내가 평가받고 시험받는 거처럼 더 초조해지는 것이다. 그 마음에는 '이것 밖에 못가르치니 학생들 점수가 이따위지. 문제를 형편없이 내니까 학생들이 못풀지. 이건 수업시간에 가르치지 않았잖아? 너는 무능해. 그러니까 학생들 점수가 그따위지. 얘들이 모른다는 건 너가 무능하다는 증거야.' 등등의 거센 폭풍이 있었다. 학생의 낮은 점수는 나의 낮은 능력과도 같게 느껴졌다.


그 마음 속에서 놀아나고 있으니 제대로 답을 적지 못하는 학생들에게 짜증을 엄청 내었다. 학생이 하나라도 더 맞으면 나의 능력이 인정되는 것만 같았다. 소리치고 닥달하는 나의 태도에 학생들은 쫄아들었고 그 모습을 지켜보며 마음 한켠에서 '이건 아닌데....'싶었다. 나를 쥐어뜯는 에고와 함께 있으니 없던 기력이 그나마도 다 소진되었고 학생들을 마구 쪼고나서 자괴감이 들어 더 괴로움 속으로 파고들어갔다.


점심도 먹지 않았다. 입맛이 없었다. 한시간 일찍 조퇴를 해야겠다는 결심이 섰다. 내일 예정되어있던 음식만들기 수업도 취소하고 주말에 집에가는 계획도, 토요 비움명상도 다 버렸다. 오로지 누워서 쉬어야겠다는 생각뿐이었다. 그렇게 마음먹고 5교시 영어시험을 치르던 중 문득 '내가 무엇으로부터 도망치고 있지? 진짜 감기 때문에 이정도로 아픈건가?' 반문해보았다.


무엇으로부터 회피하고 도망치는 느낌이 문득 들었기때문이다. '다른건 몰라도 일단 감기 때문인지 아닌지만 확인해보자.' 감정을 가리고 못난 에고를 가리는 것처럼, 얼굴을 가렸던 마스크를 벗었다. 6교시 답안채점을 시작하면서 목소리를 크게 내고 학생들과 시험문제를 풀어나가는데 아픔도, 괴로움도,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았다. 갑자기 몸이 살아나고 평소와 같이 팔팔 뛰기 시작했다. 꾹 눌렸던 무거움도 어느새 없어지고 막이 하나 벗겨진 새롭게 시작되는 느낌이었다.



아! 이것이었구나!

날씨때문도, 감기때문도, 시험때문도, 점수때문도 아니라

내 스스로가 나를 쪼고있었고 손가락질 하고 있었구나!


감기기운이 갑자기 뿅~ 사라졌다는게 아니다. 지금 나는 여전히 콧물이 나고 기침이 나고 몸이 으슬으슬하며 어깨에 뻐근함이 있다. 그러나 그걸로 괴롭지는 않다. 오히려 상큼한 바람과 함께 운동장을 한바퀴 뛰고싶다. 학생 점수가 높지도 않다. 물론 짜증을 내고 답을 거의 가르쳐주다 싶이 해서 생각보다 점수대가 높게 나왔지만 이미 그건 나의 손을 벗어났다.


사실 이 느낌을 말로 표현하기가 참 애매하고 어려운데, 문제가 외부에 있지 않고 내면에 있다는 그 사실 하나를 깨달으니 화악 맑고 밝고 시원해지는 청량감이 있다. 시험 때마다 초조해하고 괴로워했던, 그렇게 스스로를 쪼고 평가해오던 내 모습과 선명하게 마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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