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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언가를 가르치는 마음... - 영안공님

조회 수 820 추천 수 0 2017.08.18 11:11:56

찝찝한 기운이 올라온다. 이게 뭘까.... 찾아본다. 아침에 적당히 도착하여 전교생과 함께 운동장 풀 뽑기를 하였다. 약간 더워서 어질어질 하긴 했지만 풀과 흙을 만지는 느낌이 좋아서 노래를 흥얼거리며 잘 지나갔다. 교무실에 들어와서는 지난 방학에 이루어진 감사 관련하여 지적받은 사항에 대해 교감이 다시 한 번 짚었고, 그 외 2~3가지의 업무사항과 흘러가는 말들이 있었다. 무엇도 문제 삼지 않았기에 이렇게 무언가 꽉 찬 기운이 뭔지 모르겠다.

 

일지를 여기까지 적고 수업을 1시간 했다. 어느새 꽉 막혔던 것이 사르르 풀렸다. 아마 수업준비에 대한 압박으로 나도 모르게 가득 차 있었나보다. 수학수업을 했는데 별다른 스킬이나 화려한 준비는 없었지만 그냥 치고나가서 수업을 진행했다. 평소 수업을 할 때 스스로 긴장을 팍 하고 힘을 매우 주고 목소리도 높이 강하게 나가는 편이었다. 얘들이 이걸 꼭 알아야해!!!! 이런 마음이었다.


나의 앎에 도취가 되어 학생들은 정신을 바짝 차리고 나의 설명을 하나도 빠짐없을 들어야 하고... 이런 기준이 강했다. 그런데 이번에는 힘을 빼고 자연스럽게 조용히 조근조근 긴장하지 않고 수업을 했다. 설명 후에 문제를 풀리는데 학생들이 문제를 잘 풀지 못했다쟤들이 왜 저러지? 왜 저런 표정이지? 이해를 못했나? 어렵나? 등의 생각이 들었지만 굳이 잡지 않았다.


저번학기에는 잘 못 풀면 소리를 치고 "이거 했잖아! 말해 줬잖아!" 이러면서 다그치며 가르쳐 줬을텐데 아까는 처음부터 다시 하나하나 설명을 하고 학생이 모르는 부분에 대해 짚어서 설명을 하였다. 학생들은 어떻게 느꼈을지 모르지만 개인적으로 내 스스로는 이 방법이 참 편하고 따뜻하고 즐거웠다.

 

쉬는 시간이 되어 천천히 계단을 내려오는데 원장님이 도반들을 가르치실 때의 모습이 잠깐 떠올랐다. 선생님들은 누가 뭘 모른다고 다그치거나 자신의 기분에 따라 혼내거나 그러시지 않았다. 스물 두 살쯤에 센터를 왔으니, 내가 알고지낸 지난 5년간 원장님은 같은 말씀을 또 하고 또 하시는데도 귀찮아하거나 싫어하시지 않았다.


욕심을 버리라는 말을 5년간 들어왔으나 전혀 놓이지 않는 나인데 꼴랑 십여분 수학 설명을 해놓고는 아이들이 척척 문제를 풀어내고 응용을 할 거라고 생각한 내가 얼마나 어리석었는지. 생활을 모든 부분에서 이렇게 나의 욕심을 비추고 알아가고 만나간다. 그리고 그 욕심의 길을 걷지 않고 다른 길을 선택하는 여유를 택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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