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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만나는 마음과 결심... - 화공님

조회 수 698 추천 수 0 2018.02.10 08:43:46

저녁 요가시간에 차를 마시며 사부님, 도반들과 이야기를 나눴다. 내 속의 것들을 비추고 정리하는 좋은 시간이었다. 몇 가지를 간추려 본다.

 

내 삶의 방향을 바꾸는 데 가장 큰 도움을 준 것이 내 병이라는 사부님 말씀에 공감한다. 병을 받아들이는 버전(?)도 조금씩 업그레이드되는 것 같다. 하지만 아직은 친구 삼아 평생을 함께한다는 마음가짐까지는 가지 못했다. 증상이 덜해지기를 바라는 마음과 병이 내 삶의 어떤 부분을 막고 있다는 억울함이 아직은 있다. 그래도 다시 결심한다. 병과 싸우지 않고 친구로 받아들여 마음과 몸의 수행 도구로 삼겠노라고.

 

오늘 원룸 주인과 언성을 높인 것이 화의 에너지를 만난 것이었다. 감정을 만난다는 것이 이런 것이구나. 과거의 여러 경험을 떠올려 보니 화가 일어날 때 표현하기도 하고 억압하기도 했다. 억압한 이유는 내 화를 표현했을 때 올 것들에 대한 두려움과 현실은 변하지 않을 것이라는 무기력함이었다. 반면 화를 표현했을 때는 이것을 내가 표현하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은, 속에서 확 솟구치는 뜨거운 것을 느꼈다. 아마, ‘내가 옳다, 이것은 표현해도 돼.’ 하는 내 안의 확신, 나에게 보내는 지원이었을 것이다. 표현 뒤 일의 결과는 중요하지 않았다. 내가 원하는 대로 되지 않아도 표현 자체가 나를 살아있게 하고 스스로를 자랑스럽게 여기게 했다.

 

과거에 난 표현의 마지막 방법으로 글을 많이 사용했다. 상대가 앞에 없어도, 상대가 들으려 하지 않아도 가능하고, 말보다 차분히 정리된 내용을 담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글을 쓰노라면 씀 자체가 치유의 시간이었던 것 같다. 화를 적절히 잘 표현하지 못하는 사람이 나라고 규정지었는데, 굵직굵직한 사건들에서는 내 나름의 화를 표현하며 살았다. 물론 억압하고 외면하여 나를 소외시킨 적도 많다.

 

불안을 만난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항상 궁금했었다. 불안 문제로 상담을 받았는데, 첫 차명상 때 들은 해결책도 불안을 만나야 한다는 것이었다. ‘불안을 만난다’, 내겐 화두와도 같았다. 그런데 이제야 조금 알 것 같다. 나 자신을 조금씩 받아들이면서 힘이 조금 생겼다. 불안은 수시로 일어난다. 그 때 나는 예전처럼 불안에 확 빨려 들어가지는 않는다. 멈추고, ‘이게 진실인가?’ 묻고 불안의 감정을 정면으로 바라보며 가슴으로 느껴보려 한다. 혹은 불안이 일어나면 어때? 떨리면 어때? 나 그냥 이런 사람이니 이런 모습으로 보이면 되는 거지.’ 하는 마음자세로 돌아간다. 그러면 불안은 어느새 많이 작아져 있다. 말 그대로다. 피하지 않는 것, 그러니까 만나는 거다. 진리는 쉬웠다. 그런데 왜 그렇게 어려웠을까. 상처를 바로 보는 것이 두려워 피한 세월만큼 돌아온 것 같다.

 

만난다는 것에 대해 자주 생각한다. 지금 내가 서툴고 힘든 것은 정성을 쏟아 그것을 만나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난 살아오면서 다양한 것들을 만나주지 않았다. 내 취향에 맞는 것들만 골라 편식하듯 만났다. 그래서 아직 불편하고 무지한 것들이 많다. 예를 들면 내 이야기를 다수의 사람 앞에서 길게 말하는 것은 긴장감을 준다, 유머와 애교가 내 안에 없지 않지만 그걸 너무도 안 써서 존재감조차 잊혀졌다, 여러 명이 어울려 뭔가를 도모한다는 것은 번거롭다 이런 것들이다. 지금이라도 만나주어야 한다. 안 그러면 그것들은 영원히 그렇게 불편하고 무지함 속에 있을 것이다.

 

불안도 만나고 화도 만나고...이런 상황, 저런 상황도 만나고...이런 경험 저런 경험도 하고...열심히 만나려는 나를 판단 없이 받아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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