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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모양의 나를 만나면서.... - 현무

조회 수 567 추천 수 0 2018.05.14 09:35:34

어제 센터에 들렀다. 오후에 부산에 빠듯하게 약속이 있었고, 요새 의욕이 없어서 가지말고 쉬어야겠다고 생각했었다. 그러다 매주 나와서 점검받으라는 선생님 말씀이 계속 머릿속에 남아서 그냥 후딱하고 오자 생각하고 대구로 나섰다.

 

저번의 센터에 들른지가 2주 지났는데 그동안 너무 많은 모습의 '나'가 있어 일지를 사실 몇 번이나 썼었지만 이따 다시 봤을 때 '내가 왜 이런걸 썼지? 미쳤나?' 라는 생각에 발송취소를 몇번 했었다. 카멜레온 같았고 이중인격이란 말이 실감났다. 하나는 두려움으로 살아온 착한 모습의 나요, 또 다른 것은 어릴적 유전자대로 살아온 나의 천성이고 본능적인 나였다. 마치 칼 융이 말했던 페르소나(만들어진 가면의 모습)와 그림자(본능적인 모습)같았고, 거기에다가 이제는 아무 의욕조차 없는 자연이 좋다하는 '나'까지 있었으니 다중인격이라 함이 맞나보다.

 

그렇다고 혼란함은 없었다. 아이덴티티23에 나오는 다중인격주인공처럼 각 '나'가 들어섰을 때 그냥 그 '나'대로 살아가듯이, 나 또한 각자가 다 '나'라고 생각하면서 내가 맞아! 하는 것이 없이 자기만의 방식으로 살아갔다. 자연이 좋을 때는 사람들 많은 곳이 싫고 집 뒤에 나무와 벤치에 가서 그저 앉아있으며 행복을 누리면 됐고, 두려움과 불안이라는 업식 속의 나로 살때는 올 1월달부터 해왔듯이 그 두려움을 현실속에 치고나가면서 직면하였다.


'지키지 말고 가슴을 계속 열어라'라는 말씀처럼, 연락하기 싫을 때일수록 먼저 연락하고, 피하고 싶은 사람에게 말을 먼저 걸고, 망상적인 생각이 들 때 바로바로 엄마와 형에게 이 생각이 맞는 생각인지 물어보았다. 옛날 모습의 묵은 '내'가 올라올 땐, 그냥 옛날의 나의 기억과 모습이 떠올라 너무 반갑고(그토록 원했던 원래의 나의 모습이었으니), 두려움과 불안이라는 업식이 원래 모습을 얼마나 잘못 왜곡되어 생각했었는지 느껴졌었다.

 


오랜만에 대구에 들러 싱잉볼명상을 했는데, 눈물이 주륵 나왔다. 그 전에 스님이 되고 싶단 얘기를 드렸었는데 그 말씀을 드릴땐 아무런 그게 없다가(사실 부모님께도 말씀드린 부분이었다) 싱잉볼을 하는 중에 그냥 저절로 느껴지는게 '나의 인생이 왜 이렇게 됐을까?' '나도 잘되고 싶었는데 어쩌다 내가 스님까지 한다고 하게 되었을까' 부모님께 너무 죄송한 마음도 들고, 남들이 보면 환경상 힘들 것도 없는데 자기 생각의 족쇄에 갇혀 힘들어 하는 내 모습의 멍청함과 부끄러움,...

 

내가 원하는대로 풀리지 않고 매번 실패한 내 인생에 참 전생이 지은죄가 많은갑다 생각이 들면서도 항상 실패했던 나에게 좋은말만 해주시는 선생님에 대한 감사함 등에 눈물이 계속 흘러내렸다. 그동안 많은 나의 감정들을 누르며 표현하지 않고, 그러면서 '난 아무렇지 않아, 괜찮게 살고 있어' 하며 살아왔었다. 심지어 제대하고 처음 선생님과 상담을 했을 때 '나는 감정이 없는 것 같아요'라며, 눈물 또한 거의 없이 살아왔는데 그게 아니었나 보다.

 

홀로 명상할 때나, 나의 업식이 떨어졌을 때 자동적으로 줄줄 나오는 하품과 눈물들이, 아무 이유없이 마음이 슬퍼지고 아려오는 그 순간들이, 결국 소중한 내것들이 내가 누르고 있었던 것이지 온전히 다 있었던 거였음을 알려주고 있었다. 힘들다. 업식에 있을때만 힘든게 아니라 그동안 업식으로 눌려놨던 것들을 만나는 과정들도 힘든데, 그럴수록 그냥 지나가는 마음이라는 선생님의 말씀을 새겨보아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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