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찔끔, 눈물이 난다


이 바보 머저리야, 이 병신 머저리야
너만 생각하면 밥을 먹다가도
정말, 내가 바보가 되어 눈물이 찔끔 난다
함평천지 나비축제가 있는 날
너는 밀짚모자를 눌러쓰고 왔었다
찐빵 같은 얼굴에 허여멀뚝 웃음을 날리며 왔다
봉하마을 농부들 속에 서서
나비 주머니에서 한 마리씩 나비를 꺼내어 날리며
히히히 바보 같은 웃음을 웃었다
여기에 이렇게 아름다운 세상이 있는 걸 몰랐네
찐빵 같은 얼굴에 또 허여멀뚝 웃음을 날렸다
나는 그때 손 내밀어 악수하며 말했다
이 병신 머저리야

오직 할 일이 없으면 이렇게 싸돌아 다니겠냐
이건 새마을 사업도 아니고
이건 나만 가지고 왜 이래도 아니고
이건 우리가 언제 남이가도 아니고
이건 인동초라는 말도 아니고
허여멀뚝 네 얼굴에 나는 막말을 했지
이 병신 머저리야

그 후 너는 뒷산 부엉이 바위에 올라
절벽 밑에 헛발을 디뎠다는구나
절벽 아래 진달래 철쭉이라도 피었던 게지
나비가 한세상 가득 날고 있었던 게지
밥을 먹다가도 너를 생각하면 병신 머저리야
그 숟가락 끝에서 눈물이 찔끔 난다

지금도 가을 바람 불어 너의 무덤 위 골풀들 누우며
그런다지, 너의 웃음은 단군 이래 가장 이쁜
웃음이
아니라
바보가 웃는 웃음
히히히 바보야, 이 병신 머저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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