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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공님의 자기탐구일지...

조회 수 969 추천 수 0 2019.10.15 07:41:56

밤새 잘 자고 새벽에 깼는데, 오늘이 무슨 요일인지 얼른 떠오르지 않았다. , 월요일이지 하는 인식이 들고서도 월요일의 무거움과 답답함이 느껴지지 않았다. 에너지가 좀 차 있는 느낌이다. 주말에 센터에서 여러 프로그램을 하고 몇몇 도반들과 어울리면서 마음이 조금 열렸는데, 그것이 힘으로 작용하는 것 같았다. 학교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건물을 향해 걸어가는데 저만치 동료 한 명이 가고 있다. 아는 체 하지 않고 그냥 각자의 걸음으로 각자의 길을 가도 될 거리였고 특별한 친분도 없는 사이였다. 그런데 불러보고 싶었다. 20여 미터를 같이 걸으며 그냥 일상적인 대화를 나눴다.



오늘 하루 종일 내가 상황을 보고 있는 관점이 아주 조금 다르다는 걸 알겠다. 그 조금이 나를 많이 편안하게 한다. 매일 반복되는 일상, 오늘도 장난꾸러기 아이들은 여전히 수업에 늦고 떠들어댄다. 그에 반응하여 나는 잔소리를 하고 야단을 친다. 그런데 이런 상황에서 그동안 난 늘 분열되어 있었다. 겉으로는 야단을 치면서도 마음속으로는 이게 뭐 하는 짓이지? 이게 무슨 의미가 있지? 저 아이들도 얼마나 힘들까? 내가 뭐 잘하는 게 있다고 이럴 자격이 있나?’ 이런 생각을 돌리고 있다. 그러니 내가 바깥으로 내는 에너지에 힘이 실릴 리가 없다.



야단치는 걸 선택했으면 집중해서 야단만 치면 된다. 그냥 봐 주고 싶으면 화끈하게 넘어가면 된다. 그런데 난 늘 두 가지를 다 오가며 분열 속에 스스로를 괴롭혀왔다. , 나는 정말 분열 속에 살고 분열 속에 죽어왔구나. 내가 힘들었던 게 누구보다도 이런 성향이 강하기 때문이었구나. 그런데 오늘은 좀 달랐다. 야단을 치면서도 별다른 생각이 들지 않는다. 조금이라도 힘이 붙으면 이렇게 다른 느낌이구나. 규칙에 어긋난 행동을 하는 아이들을 별로 봐 주고 싶지 않았다. 너희들은 너희들이 한 행동에 책임을 져라!



오늘 내 옆 동료가 감기로 힘들어했다. 아는 척을 하고 위로하고 걱정하는 말을 했다. 그런데 말이 그렇게 적극적으로 쑥 나오는 느낌이 들지 않았다. 뭔가 내가 진심으로 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지 않았다. 그러니 뱃속에서 말을 끌어당기는 것 같았다. 이 상황에 대해 새로 생각해 본다. 사실 사람들은 서로 걱정하고 아껴주는 말을 하며 살고 있다. 그런데 나는 교류 없는 내 세계에 오래 살아서 이런 일상적인 것이 낯설다. 내 의식 속에 희미하게 자리잡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런 걸 가지고 이 마음이 어느 정도 크기는 되어야 저런 말로 표현할 수 있다는 황당한 기준을 세워 내 세계를 합리화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지난 토요일 센터에 갔을 때 성원 사부님이 평상시와 다른 모습을 하고 계셨을 때도 아, 오늘 멋있으세요! 하는 말 한마디가 내 의식에 떠올랐었다. 그러나 나는 곧 지워버렸다. 그 별것 아닌 말 한마디가 내 세계를 환기시킬 수 있었을 텐데... 그렇게 내 주변을 스쳐 간 것이 얼마나 많을까. 내 마음대로 칼날을 휘두르며 주변을 무수하게 가지치기하며 산 느낌이다. 그래서 많은 것들을 최대한 단순화시키고 건조하게 만들어왔다. 사는 게 귀찮고 버거웠으니 그렇게 단순화시켜야 내가 감당할 수 있다고 믿은 것 같다. 그 마음 바탕은 안전하고자 하는 두려움 아니었을까.



이 글을 쓰는 도중에 옆 동료에게 톡을 썼다. ‘병원은 다녀왔어요? 푹 쉬고 빨리 나았으면 좋겠어요.’ 또 한 동료가 내일 퇴근길에 차 좀 태워달라는 문자를 보낸 것에는 좀 일방적이다 하는 마음이 들어, ‘내일 침 맞으러 바로 가려고 했어요. 그래도 시간을 좀 내죠. 대신 칼퇴해서 가요. 늦으면 많이 기다려야 해서요.’ 하는 답을 보냈다. 상대를 완전하게 거절할 필요가 없으니 그렇게 하지는 않으면서 내 입장도 선명히 한 것이다. 두 가지 교류 모두 힘 있는 선택이라는 생각이 들어 마음에 든다.



무언가를 빨리 끝내고 쉬고 싶다는 마음으로, 그렇게 일하며 사실은 쉬지 못하며 살았다. 오늘은 책상 위에 그냥 일거리들을 늘어놓았다. 일과 쉼의 경계를 짓지 않고 틈 나면 할 일 좀 하다가 주변에서 무슨 일이 생기면 기웃거리기도 했다가...시작과 끝이 없다고 생각하니 참 여유가 있었고 그것이 나를 편안하게 했다. 정리하고 꼭꼭 싸매지 말고 내 살림살이를 그냥 늘어놓아 보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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