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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그대님의 생활단상....

조회 수 627 추천 수 0 2016.05.08 10:21:09

책을 한 장 읽는데 과연 나는 얼마나 많은 생각이 드는 걸까. 책의 내용과 관련 없는 이를테면 오늘 점심은 무엇을 먹지? 그때 내가 그러지 말았어야 했는데.. 집에 가서 방 정리 하고..일지도 쓰고 절도 해야 하는데.. 와 같은 지금 당장 일어나지 않는 일들에 대하여 생각하는 횟수가 10을 넘어섰다. 글을 읽어도 읽는 게 아니었다. 글 속에 담겨있는 작가의 배려심이나 행간의 흐름, 문체며 내용들이 전해질리 없었다.


차 뒷 자석에 앉아 차창을 바라보며 과연 나는 얼마나 많은 풍경들을 놓치고 있는걸까. 10분 전에 집에 있었던 일들을 재생시키느라 찝찝하고 우울해 지지는 않는지. 이미 지나간 일이었지만 강렬하게 기억에 남아 혼잣말을 중얼거리지는 않는지, 그러는 사이 하늘이 어제보다 맑았는지 흐렸는지, 인도의 보도 블럭이 새로 교체되었는지, 나뭇잎들이 점점 짙은 녹색으로 변해가고 있다는 것도 횡단보도를 건너며 서로 눈짓을 주고받는 연인들의 표정도 모두 보이지 않을테지..
 

다시한번 책장을 펴 앉거나 차 뒷자석에 앉거나 목욕을 하거나 밥을 먹거나 운동화 끈을 매거나 손톱을 깎거나 할 때에 머리에 무슨 생각이 떠오르는지 공기와 공간에 있는 나를 인식시킨다. 주위를 둘러보고 소리를 들으며 머리 속으로 집중된 힘들을 아래로 그리고 전체로 받아들이며 있어본다. 아래로 아래로.. 형광등.. 상아색 벽지.. 바람에 흔들리는 버티칼.. 힘을 빼고..허리를 붙이고.. 눈을 감았다 뜨면  세상이 좀 더 환해 보인다.



시간이 느리게 가는 것 같다. 행복 에너지가 몽글몽글 피어오른다. 부스럭 거리는 소리에 갔다가 머릿속 생각에 갔다가 저 멀리 들려오는 자동차 소리에 갔다가.. 전환과 현존이 반복되다가 내 몸의 에너지가 되살아난다. 머릿속은 어느새 박하사탕을 먹은 듯 화하다. 과거로 미래로 가있던 수많은 분신들이 하나 둘씩 거두어져 내 몸의 색이 점점 진해지는 것 같다


 
 

가 나 다 라 마 바 사...익숙한 습관 속으로 휘청거릴 때이다. 사지 않아도 좋을 물건 앞에서 서성거릴 때.. 집에 있는 거부터 쓰장.. 더 먹으면 더부룩하고 오히려 기분 나빠질 텐데.. 여기서 그만.. 무의식중에 넘기는 시시콜콜한 연예기사도.. 더 읽으면 남의 이야기가 되어 소화되지 못할 책들도.. 잠시 숨을 골라 빠져나오면 딱 적절했음을 느낀다.


내 안의 할당량.. 특히 먹거리, 볼거리, 사색할 거리.. 들과의 작용은 그날의 컨디션에 따라 달라진다. 내가 좀 쉬고 싶어 하는지, 나와 만나고 싶어 하는지, 오늘은 좀 스퍼트를 올리고 싶어 하는지불편하게 느껴지거나 묵직하고 에너지가 다운된다든지.. 몸이 머리가 먼저 신호를 보낸다. 별거 아니라고 무시했었지.. 이유를 파려고 더 복잡해지기도 하는데.. 대게 할당량을 넘어서 몸도 마음도 체한 경우가 대부분 인 것 같다.


배가 부르다. 어긋난 저녁 약속이 아쉽지 않을 만큼사주고 싶은 맘을 빌려 내가 사먹고 싶은 자리를 만들려 하니 누구를 위한 자리인가란 물음에 식욕이 시들해졋기 때문이다. 고로 질게 된 김치전 한 장이어도 충분했다. 내일의 과욕을 막기에 적절한 선조치이기도 했다. 김치전 한 장에는 오늘이 있고 내일이 있었다.



사실은 좋은 거니까.. 음악이 없이도 들려오는 공간의 소리가 내 귀를 쉬게 하고, 생각을 쉬게 해서 공간이 내 숨으로 들어왔다 나갔다 한다. 두 손을 모으면... 두 손을 모으면.. 내 뱃속에 아기가 있는 듯 속이 편안히 내려앉는다...

김이 모락모락 나는 시래깃국을 먹은 것도 아닌데... 그런 저녁이면 나만의 제단앞 에 앉아..세상의 작고 아픔을 지닌 존재들에 대하여 감히 기도로서 마음을 올린다... 그렇지만 그렇지만 내가 좀 더 가졌다고 좀 더 나은 환경이라 건네는 사치스런 위로임을 알게 되었다.


사실은 그들을 보며 내가 받는 위로와 평안이 지금 이 자리에 있기에.. 차라리 날 위한 기도가 덜 이기적일까... 작으면서도 큰 존재들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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