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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식을 하면서 & 하고 난 뒤... - 소현

조회 수 782 추천 수 0 2016.10.27 17:56:00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셋째날 요가를 할 때였다. 1-2일 차 때까진 몸안에 쌓인 노폐물들을 내보낼 준비를 하는 시기였던 것 같다. 찌뿌드한 몸을 따뜻한 산야초 음료로 데우고 이따금씩 추워지면 센터 아랫목  윗목으로 찾아들어가 절절 끓는 바닥에 몸을 붙이고 긴장을 녹여냈었다. 성원선생님께서 구충제와 마그밀, 해우초등을 주실 때 참 반가웠다. 단식이라고 무턱대고 안 먹는 것이 아니라 먹은 것을 비워내면서 비워내는 취지가 체계적이고 뼛속까지 빼주는 느낌이었다.



셋째날  아침.


  이틀동안 사람들과 함께 있으면서 몸이 경직되었다가 음식을 안 먹으니 힘이 절로 빠져 이완되기를 반복했다. 열이 올랐다 내렸다. 이불을 뒤척이며 땀을 좀 흘리며 잤었다. 아침에 일어나니 뒷목이 서늘하고 코가 킁 막혔다. 그래도 화장실을 또 가게되니 기분이 좋았다. 잘 비워지고 있군.. 감기가 올려나부다. 몇년만에 찾아오는 감기인지 많이 아팠을 때가 생각났다. 주사하나 없는 이곳에 코끝에 소독약 맛이 내내 돈다. 
  


그렇지만 이 힘빠지는 느낌이 참 좋다. 속이 막혔다고 느낄 때 종종 밥을 먹지 않았다. 한 두끼씩 거르면 몸에 힘이 빠지면서 머리로 집중된 힘이 오히려 더 선명하게 느껴지기에. 바라보는 것이 쉬웠는지도 몰랐다. 그렇다고 내가 마주할 상황들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었지만, 그것에 씨름하는 에너지를 잠시나마 놓여나게 하고, 얼마나 내 뜻대로 진행시키기 위해 에너지를 썼는지 느끼게 해주었다. 주먹을 꼭 쥔채로 있다가 전기마사지 받은 듯 스르륵 풀려나는 느낌..



그래서 단식을 5일동안 제대로 해보면 어떨까 싶었다. 하지만 단식을 한 듯 안한 듯 정체되어 있던 에너지와 긴장들을 내 보내면서 내안의 생명력을 일깨우는 것. 그것이 이번단식의 최소한이자 최대한의 목표였다. 그렇게 감기가 내 몸을 으드드 흔들면서 내 안의 생명력을 깨우는 가보다.



셋째날 저녁.


내가 좋아하는 체육시간이당..♡ 몸이 힘이 빠져 휘청휘청하면서도 동작만큼은 깊고 정확하게 잡혔다. 희안하게 머리속도 하얗게 비워져 이렇게 저렇게 없이 원화님의 친절한 목소리를 따라 몸이 움직여졌다. 스읍~한 숨을 들이셔 내뱉어 돌아올 때마다 피가 손 끝으로 발끝으로 온 몸 구석구석 전력질주 했다. 땀이 흐르고 ㅠ 눈물이 나올 것 같았다. 감동스럽기도 하고..  내 몸에선 드디어 해주는군.. 이런 순환이 될 때마다 몸이 맑아지는 줄 알면서도 그렇게 갈망하면서도 잘 만나주지 않았기에 몸이 무척 흡족해하고 있었다.



토요일 집에 가는 날.


새벽 5시30분. 감기가 더 심해졌다. 모기장 안에 누운채 빨간 시계불이 비춰진 바닥을 바라보았다. 문득 웃음이 났다. 자다가 뭐라고 잠꼬대한 것 같은데.. 긴장이 많이 풀렸단 증거다. 센터에 올 때만 해도 24시간을 사람들과 함께 생활하게 될 걱정을 미리했었다. 어색해서 어떻하지? 읽을 책이라도 가져갈까? 중간중간 커피숍에 나갈까? 회피하기 위한 방편들을 생각하다 그 생각하느라 에너지를 쓰는게 싫고 회피하느라 에너지를 낭비하는게 누굴 위한 건가..



나를 또 바깥으로 돌게하며 힘들게 할거야? 회피하는 것이 내 단식의 목표가 아니잖아.. 이리저리 흐뜨려지는거 싫어.. 라는 느낌이 들자 그냥 가보자.. 그렇다고 내가 너를 상황속으로 몰지도 던져놓지도 않을거니까 가보자... 했었다. 세수하고 소파에 앉아 있었는데 입꼬리가 씩 올라갔다. 집에 가는 것도 기쁘고 센터에서 그래도 잘 지내고 가는 것 같아 기분이 좋다.



흐음~ 머리가 이렇게 텅텅  비워지고 가볍다니.. 단식을 하면서 내가 얼마나 먹고 살았는지 보다, 얼마나 많은 생각들을 안고 살았는지.. 느끼게 되었다. 머리가 세세하게 명령하지 않아도 그냥 행동이 슥슥 나가니 힘내서 에너지를 쓴다는 느낌이 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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