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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파티를 마치고... - 화공님

조회 수 423 추천 수 0 2016.12.27 09:17:45
센터에서 크리스마스 파티를 했다. 영화는 보지 않고 방금 집에 왔다. 집으로 오는 내내 마음이 훈훈했다. 마치 가족처럼 저녁을 먹고 공연을 즐기며 즐거운 크리스마스이브를 보냈다. 무슨 노래를 부르던지 춤을 추던지, 그 솜씨가 뛰어나든지 좀 미흡하든지 상관없이 마음으로 응원을 보내며 격려하고 즐기는 시간이었다. 완벽하다. 존재하는 그 모습 그대로 완벽하다는 것은 이런 것이 아닐까. 더 보탤 것도 덜 것도 없다. 좋다, 나쁘다 평가할 것도 없다.


지금 내게 기존의 가족은 점점 허물어져 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마음으로 의지할 사람이 없고 내가 내 삶을 살아가는데 지지해 줄 사람도 없다. 바라보고 있으면 마음이 아프고 때로는 나 스스로 피해의식을 가지게 되며 내가 아직도 끊임없이 뭔가를 메워 넣어야 하는 것인 것 같기도 하다. 물론 가족과 인연을 끊고 싶다는 것은 아니다. 나와 아직도 이어진 사람들, 한 때 고락을 같이했던 추억이 있는 사람들... 내 할 바를 끝까지 다하고 싶다. 단, 가족에 매몰되어 내 삶을 살지 못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이런 나에게 센터는 새로운 가족과 같다. 참된 어른스러움을 가진 부모님, 다양한 개성을 지니고 서로의 성장을 지지해 주는 따뜻한 형제자매들이 있는 이상적인 가족 말이다. 한쪽 문이 닫히면 다른 문이 열리는 것이 세상 이치인가 보다. 닫힌 문 앞에서 절망할 것이 아니라 새로운 곳을 향해 마음을 열어야 할 것이다.

원화님과 함께한 공연, 비교적 편안하게 해냈다. 그다지 떨리지도 않았고 연습한 것을 잊지도 않았다. 잔치에 초대된 손님의 자리가 아니라 주인이 되어 능동적으로 나를 쓰는 느낌, 정말 시원하고 가볍고 즐거웠다. 공연의 질과는 상관없이 몇 차례 열심히 연습을 하고, 의상을 고민하는 등의 수고로움은 나를 신뢰하는 자랑스러움으로 남는다. 물론 처음부터 끝까지 도와준 원화님의 따뜻한 마음을 잘 알고 있고 감사함이 항상 가슴에 있다.


‘노래, 춤은 나와 어울리지 않아’, ‘화장하고 단장하는 것은 어색해’ 라는 마음이 진실이 아님을 알았다. 흥겨운 음악은 신나는 감정을 깨워 꿈틀거리게 하고, 단장해서 달라진 내 모습을 보는 마음은 내가 부른 노래의 ‘거울 속에 보이는 아름다운 내 모습~’이란 가사 속 여자의 마음과 닮아 있었다. 내 속에는 없다고 부정했던 것들이 경험을 통해 드러났다. 부정할 이유도 없는 자연스러운 것들이다. 그런데도 나는 내가 만든 관념으로 그것들에 어떤 색깔을 입혀 바라본 것 같다.

어제 원화님과 이야기를 하면서 교직생활을 하면서 어떤 점이 가장 힘들었냐는 질문을 받았다. 나는 내가 사교적이고 활달한 성격이었으면 모든 면에서 쉽게 학교생활을 했을 텐데 그렇지 못해서 힘들었다고, 잘하고는 싶은데 잘 안 되었다고 답을 했다. 그런데 한참 후에 생각해 보니 내가 힘들었던 것은 그런 것 때문이 아니었다는 깨달음이 온다. 사교적이고 활달하지 않았던 것이 진실이라 하더라도 그것을 문제시하는 마음 때문에 힘든 것이다.


내게 그것이 없다고 한들 난 아무것도 안 하는 사람은 아니었다. 나름대로 열심히 학교생활을 하고 있었다. 수업 준비를 철저히 했고, 정확한 평가를 위해 많은 데이터를 수집하는 수고로움을 자처했고, 도서관 업무를 맡으면서는 좀 더 활성화시키기 위해 고민해왔다. 그런 나를 외면하고 부족하다고 하는 것에 매달렸으며 그것도 다른 선생님과 비교해서 더 낫고 싶다는 욕망의 노예가 된 것이다. 정말 문제는 더 잘 하고 싶은 마음, 내가 열심히 하는 부분을 인정하지 않는 마음, 비교적 내가 덜 가진 것에 초점을 맞추는 마음이다.


오늘 공연으로 돌아가서 이것과 연관하여 생각해 본다. 나는 쉽게 나 자신을 절대평가 기준으로 바라볼 수 있었다. 즐겁게 열심히 했으니 그것으로 깔끔하게 끝맺음이 된다. 누구보다 잘하고 싶다는 생각이 없다. 뛰어난 재능이 없지만 열등감이 없다. 이 경험은 실제 내 생활에서도 적용되리라 생각한다. 내가 힘들게 살았던 이유 중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것들이 이렇게 조금씩 조금씩 허물어진다면 그만큼 자유로워지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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