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모두 사랑받길 원하며 사랑하고자 한다. 사랑은 우리를 웃게도 하고 울게도 하는 인생의 모든 것인지도 모른다.  그러기에 사랑에 대한 이해와 태도는 그 사람이 지닌 의식의 성숙도를 나타내는 척도가 되기도 한다.  그런 의미에서 나는 사랑을 4가지 단계로 나누어 설명을 해 보았다.

1. 받으려는 사랑 : 

받으려고만 하는 사랑은 자기중심적이고 성장이 덜 된 미숙한 어린아이와 같은 사랑이다.  그들은 자신의 부족한 욕구를 채우려 상대를 이용하고 맹목적으로 소유하거나 집착하려 한다.  그들은 상대 또한 그들의 욕구가 있음을 인정하지 않고 오직 자신만을 중시하여, 상대가 자신을 채워 주지 않을 때 떼를 쓰거나 화를 낸다.  그들은 줄줄 모르며 어떤 것이든 자신의 수중에 들어온 것은 움켜쥐고 내놓지 않으려 한다.  그들은 자신들의 닫혀 있는 마음과 인색함은 보지 못하고 세상과 상대를 탓하곤 한다.

2. 주고받는 사랑 :

주고받는 사랑은 ‘기브 앤 테이크’(give and take)와 같이 거래적이며 조건적인 사랑을 말한다.  이것은 내가 이만큼 주면 너도 이만큼 주어야 한다는 욕망에 기초한 사랑이다.  우리는 때로 무조건적인 사랑을 꿈꾸거나 그런 사랑을 상대에게 바라지만,  현실의 사랑은 언제나 주고받음이다.  그 중에서 특히 남녀 간의 사랑은 주고받는 사랑의 전형이라 할 수 있다.  우리는 상대를 만나기 전부터 조건을 따진다.  성격을 보고, 키를 보고, 학력을 보고, 직업을 보고, 장래성을 보며, 이것저것 자신의 조건과 맞을 때 상대에게 마음을 내고, 마음을 낸 만큼 기대하고 받고자 한다.  조건이 맞지 않으면 상대와 만날지 헤어질지 갈등하고, 우리가 내준 만큼 상대에게서 돌아오지 않을 땐 실망하고 화를 낸다.

그렇다고 해서 주고받는 사랑을 너무 계산적이라고 할 필요는 없다.  왜냐하면 사랑의 주고받음을 명백히 인정할 때 우리는 상대와의 관계를 보다 투명하고 진실되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때로 주고받는 마음을 이기적이라고 생각하는 까닭에, 자신의 받고자 하는 욕구를 드러내지 않거나 억압하는 경우가 많다.  원만한 사랑은 언제나 준 만큼 서로 나누는 사랑이어야 한다.  주기만 하고 받지 못한다면 우리 안의 결핍감은 상대를 밀어 내게 만들고, 조금 주고 더 많이 받으려는 이기적인 마음은 자기중심성으로 흐르기 쉽다.  사랑은 함께 나눔이며, 나눔은 내 것을 주고 상대의 것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주고받음이다.

3. 기르는 사랑 : 

부모가 자녀를 양육하는 사랑이나 동물을 사랑하는 주인의 마음은 기르는 사랑에 속한다. 선생이 제자를 가르치고 키우는 마음 또한 기르는 사랑일 것이다.  기르는 마음에는 상대를 책임지는 마음이 있어야 하고 성실함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때로 우리는 기르는 사랑을 가장 조건이 없는 무조건적인 사랑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하지만 자녀를 양육하는 부모나 동물을 키우는 주인조차 아이와 동물들이 그들의 뜻대로 따르지 않거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할 때는 실망하여 상처를 주기도 한다.  왜냐하면 기르는 사랑에는 아직도 키우는 자녀나 동물들이 자기 것이라는 미세한 소유의식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기르는 사랑에는 온전히 상대를 받아들이고 있는 그대로 키우려는 무조건적인 사랑의 형태가 가장 많이 담겨 있다고 할 수 있다.

4. 지켜보는 사랑 : 

지켜보는 사랑은 기르는 사랑에 남아 있던 미세한 소유의식을 내리고, 상대로 하여금 그들이 스스로 자생력을 가지도록 지켜보는 마음이다.  이때 그들은 상대에 대한 자기만의 애착과 편견을 놓아 버리고 상대가 상대로서 자유롭도록 보호막을 걷어 준다.  그렇다고 지켜보는 사랑이 상대에 대한 관심을 없애는 것은 아니다.  그보다는 상대에 대한 더 깊은 신뢰를 가지고 내 뜻대로 하려는 마음을 놓는 것이다.  놀이터에서 놀고 있는 아이는 부모가 든든하게 지켜보고 있다는 신뢰감을 가질 때 좀 더 새로운 도전과 변화로 나아간다.   하지만 부모가 아이를 보호하려고만 하고 놓아주지 않는다면 아이의 독립심과 호기심은 억압될 수도 있다.  아이는 부모의 사랑을 신뢰하는 만큼 안전하게 독립할 수 있다.  그러기에 지켜보는 사랑은 상대를 진실로 있는 그대로 믿어 주는 마음이 있을 때 나올 수 있는 성숙된 사랑이다.

우리는 상황과 여건에 따라 네 가지 사랑을 지혜롭게 사용할 줄 알아야 한다.  조건이 필요한 곳에 기르는 마음을 가지는 것은 피해의식을 키우며, 받는 사랑이 필요한데 지켜보려는 마음은 내면에 분노가 쌓이게 하여 관계를 불편하게 만든다.  우리는 자신이 만나는 사람과의 관계에서 어떤 단계의 사랑을 많이 사용하고 있는지 이해해 볼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