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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공님의 자기탐구 일지...

조회 수 452 추천 수 0 2017.06.06 17:48:06

어느 시점엔가 붙들고 있었던 끈이 느슨해진 것 같다. 그런대로 적당히 삶이 흘러가고 있다는 안이한 생각과 어떤 식으로 해도 나는 변하기 어려울 거라는 믿음 사이를 오가며 지냈다. 학교 아이들은 더워지는 날씨 따라, 성장의 흐름 따라 조금씩 흐트러지며 수업은 처음처럼 쉽지 않다. 나를 반성하고, 자학하고, 때론 그냥 받아들이려고 했다. 고운정 위에 미운정도 한 겹 두 겹 쌓여 감을 본다.



동료들을 통해 나를 비춰보는 것은 재밌기도 하고 서글프기도 하다. 예전과는 다르게 ‘어울림’을 선택하는 횟수가 늘었다. 어울리면 어떤 새로운 것을 만날 수 있다는 것을 이젠 안다. 경험이든 상대의 마음이든 내 감정이든. 그러나 난 다른 이와 ‘섞이지’ 못하는 지점을 늘 느낀다. 어디에 있든 시간이 지나면 한 묶음의 ‘같은’ 사람들과 ‘다른’ 나를 확인하는 것 같다. 함께 있어 좋은 순간도 있지만 난 아직 홀로 있을 때의 편안함에 더 익숙하다.



자존감에 대해 생각해 본다. 나는 태어났을 때, 누구나 그렇듯이, 정말 아무 문제없는 존재였을 거다. 그러다 부모나 주변 사람들에게서 지지받지 못하는 환경에 반복 노출되면서 나를 부족한 사람으로 받아들이게 되었다. 부족한 사람인 나는 위축감으로 세상에서 자신을 충분히 표현하지도 못하고 세상을 경험하지도 못한다. 그리고 내 속의 부정적 자아상을 다른 사람들에게 투사하여 사람들은 나에게 호의적이지 않다고 느낀다.



세상으로 나가는 것은 더 버거워지고 경험이 배제되면서 성장도 더뎌진다. 자기신뢰인 자존감이 떨어진다. 그 속에서 다른 이의 말 한 마디, 표정 하나에 예민해지고 눈치를 보며 끊임없이 흔들린다. 이렇게 살아왔다는 것이 이제는 좀더 선명하게 보인다. 그리고 위의 악순환은 아직도 계속된다. 이 반복되는 흐름을 끊을 수 있는 시작점은, 센터에서 가장 많이 듣는, 자신을 받아들이고 편안하게 해 주는 일일 거다.



백지 같았던 어린 시절 다른 이가 나를 규정하는 것을 그대로 흡수했지만 이젠 그것이 진실인지 하나하나 의심해 보아야 한다. 그래서 정말 내 모습이 어떤지, ‘아무 문제없는 존재’란 어떤 모습인지 궁금해 하며 찾아가야 할 것이다. 하지만 난 늘 이 ‘아이수’에서 머뭇거린다. 초라하게 우는 아이인 내가 부끄러워 자꾸만 외면하고 싶다. 그 울음소리에 귀를 막고 싶다. 내 존재 자체가 미안하게 느껴질 때가 많다. 그냥 소리 없이 자취 없이 사라졌으면 하는 서글픈 바람이 때때로 인다.



표현하지 못하고 경험하지 못하고 산 지난날이 너무 길게 느껴지는 날에는 그것 자체가 부끄러움이 된다. ‘나는 변하기 어려울 것이다’라는 내 속의 오래되고 힘 센 믿음을 본다. 나를 하찮은 사람으로 대하는, 나의 견딜 수 없이 비극적인 태도를 본다. 이 ‘바라 봄’은 좀 더 나아지고 있는 걸까. 더 정확하게 더 자주……. 나는 정중동의 모습이나마 나아가고 있는 걸까.



명확한 앎은 얼어붙은 것을 녹이고 묶인 것을 풀림으로 이끈다는 사부님 말씀이 생각난다. 잘난 척하지 않고 못하는 걸 순하게 인정하기, 관계 속에서 충분히 친밀해지면서도 독립적으로 서기, 삶을 설렘으로 바라보기, 무엇보다 나 자신과의 오랜 전쟁 끝내기-내가 삶에서 풀고 싶은 숙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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