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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P 캠프를 마치고... - 정은님

조회 수 1842 추천 수 0 2015.08.13 11:26:39

첫째 날


운동 프로그램을 할 때 나에게 가장 지배적이었던 생각은 폐를 끼쳐서는 안되 내지 나는 못할 거야였다. 그러나 막판에 풍선 터트리기를 하고 내가 만류하고 자신이 없는데도 참가하게 되었음에도 2위를 했을 때 퍼뜩 아.. 내가 평소에 싸여 지내던 두려움이 이것이었다는 생각이 들었고 선생님께서 게임이 곧 삶이라고 하셨을 때 놀랐다.


명상을 시작했을 때 손부터 머리끝까지 소용돌이치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지만, 한편으로는 내가 잘하고 있는게 맞나?’하는 생각이 들고, 선생님들이 나를 평가하고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계속 내 느낌에 잠겨 있다가도 그 생각들에 이끌렸다. 또 벌레들이나 다른 사람과의 접촉이 있을 때도... 위장에 집중 했을 때는 눈물이 나왔지만 가장 강렬한 느낌은 손과 가슴이었다.


나가서는 힘껏 뛰었다. 손을 벌레가 부딛칠 때, 게임을 할 때의 느낌이 강하게 느껴졌다. 두려움이었다. 나는 무서워서 빨리 뛰지 못하고 몸을 젖히기를 반복했다. ‘자유롭게 뛰어봐 왜 두려워 해?’라는 생각과 왜 두려워하면 안되는데?’하는 생각이 교차했다. 어쩌면 중간 속도로 조절해서 뛰는게 오래 뛸 수 있는 방법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어쨌든 두려움의 감각은 가슴으로부터 시작해서 손발을 옭아매는 것이었고 강해지고 약해질 뿐 일정하게 내 몸에 배여있는 것이었다.


나는 뒤로는 쭉 걸어서 읍내까지 나가고 가로등까지 걷기로 목적을 정했는데, 가는 길에 콘테이너에서 나는 소리, 차 소리, 풀숲 소리에 두려워 몸을 떨었다. 차들이 오면 알아차릴 수 있는, 구불구불하면서 인적 없는 길이었는데 나는 찻길에 앉거나 누워서 긴장을 풀기 힘들어했다. 숙소로 돌아올 때, 문득 길을 확인하지 않았다는 생각을 하자마자 다리와 팔이 마비되듯 굳었다.


맞는 길이라는 머리에서 나온 판단은 있었지만 눈에 익은 건물을 보고도 팔다리는 계속 오금이 저려 있었다. 요즘 외롭고, 우울하고, 불안하고, 절망적일 기분이 들 때와 꼭 같은 기분이라고 느꼈다. 무서워서 울 것 같은 기분이 가슴 근처를 계속 맴돌았고 가슴의 따뜻한 기운을 느끼기 힘들도록 만들고 있었다. 작년은 같은 기분으로 누군가의 손을 잡았던 것이 기억났다. 그리고 다른 생각들도 났다. 하지만 발끝을 보면서 걸음에만 집중해야 팔과 다리를 움직여 걸을 수 있었다. 거울과 때를 생각했다. 밤풍경이 무서우면서 산 뒤로 뜬 달이 예뻤다는 것이 내가 기억하는 풍경의 전부였고, 대부분은 두려움과 관련된 느낌이었다. 나에게는 때가 곧 나였다.



둘째 날


프로그램에 처음 참여하기로 생각했을 때, 나는 내 목표에 대해 용기를 내고 싶다고, 두려움을 극복하고 싶다고 섰다. 그리고 첫째 날 내가 썼던 감상 역시, 대부분 두려움과 관련된 것이었다. 낯설음에 대한 두려움, 평가에 대한 두려움, 미래에 대한 두려움 등... 나의 첫째 날 감상문은 내가 붙들고 있는 두려움에 대한 것이었다.


프로그램의 저녁에 들어온 지금 내가 생각하는 것은 에이 뭐 까짓 것 어때라는 것이다. 오늘 소유냐 존재냐에 대해 명상을 하고 나눌 때, 나는 막다른 벽에 머리를 꽝꽝 부딪치는 기분이 들었고, 좌절스러운 마음도 조금 들었다. 나는 내 것에 대한 집착을 포기할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문득 아 뭐, 부딪치면 어때, 큰일이야?”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자 두려움의 느낌, 가슴이 답답하고 사지가 굳는 느낌이 그것만으로 조금 풀렸다.


내가 붙잡으려고 했던 것은 옳은 것, 바른 태도와 나아가 더 좋은 결과, 라는 것이었다. 근데 그게 별건가? 뭐 딱히.. 별건 아니었다. 뭐 얻으면 어쩌려고? 내 두려움은.. 미래를 소유하고자 하는 욕심, 결코 성취될 수 없는 그 욕심 때문에 내가 놓지 못했던 것이다. 그 욕심이 아니었다면, 딱히 두려움을 느낀다는 것도 문제가 될 필요가 없었다. 느끼고 놓으면 그만이었는데, 나는 자꾸만 미래와 과거의 이미지를 쥐고 놓지 않아 옴짝달싹 못했던 것이다.


캠프에 있으면서 시간이 지날수록 에너지가 흐르고 섞이면서 요 근래 어디에서도 느끼지 못했던 평안함과 함께 내 온전한 순간의 느낌에 집중할 수 있었다. 이 감각을 잃지 않고, 계속 에이 뭐, 별건가?”하고 살 수 있다면 좋겠다. 손바닥을 편 사람만이 그 안에 들어오는 것을 느끼고 감사할 수 있는 것처럼, 존재를 존재로서, 나와 분리되지 않은 하나로 사랑할 수 있는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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