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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수 교육을 마치고 - 목동님

조회 수 2205 추천 수 0 2016.09.05 12:30:54

작년 봄에 근 8여년만에 또다시 우울증이 나를 찾아왔다. 직장의 여건이 현장의 책임자인 내게 매우 불리하게 막다른 골목으로 몰리고 월급도 수개월씩 밀리고 있는 때였다. 자기개발서는 열심히 읽었지만 나는 변한 게 하나도 없었고 직장을 옮길 수 있는 기회를 현 회사에 대한 일말의 도리로 거부하고 나니, 내 생각과 다르게 마음은 오히려 자책감과 책임감의 무게를 감당하지 못하고 무너져 내렸다.

  


그렇게 무너진 마음을 우울증약과 심리치료를 받으면서 억지로 견뎌내고만 있었다. 나는 너무나 부족한 인간이어서 세상살이가 버거웠고, 책임을 져야 할 가족을 생각하니 절망스럽기만 했다. 그런데 회사는 결국 나를 내쳤다. 물론 내가 우울증이었던 것을 사장은 알지 못했다. 이게 무슨 아이러니인가 싶었지만, 마침 같은 공사를 진행하며 이번에 알게 된 분한테 소개를 받아 곧 다른 회사에 취직이 되어서 옮겨갔다.

   


이때 즈음 마음챙김 명상법이라는 것을 책으로 구체적으로 접하기 시작했다. 새로운 곳에서 원룸생활을 하며 자고 일어난 새벽아침에는 불안감에 짓눌림을 도저히 견딜 수가 없어서 가부좌를 하고 앉았다. 생각과 감정에서 벗어나기 위해 숫자를 매기며 아랫배 호흡에만 집중하는 잠깐의 5분여 시간이나마 고요함을 경험하며 하루를 견뎌낼 힘을 얻곤 했다.

   


금년부터는 계약만료로 회사를 옮겨 집에서 출퇴근을 시작하며 안정을 찾게 되고 우울증약을 먹지 않아도 되게 되었다. 차로 1시간여 걸리는 출근시간에 불현 듯 올라오는 불안들은 아랫배 호흡을 하며 두근거리는 심장을 느끼노라면 급한 심장박동의 사그라짐과 동시에 마음의 동요도 일시적으로 누그러뜨릴 수 있었다.

  


그래도 나는 지금 하는 일에 늘 집중하지 못하고 태만하는 데에 대해 자신감 부족과 말못할 걱정을 품고 있었는데 그 이유가 강박에 있다는 말을 지난 심리치료시 들었었다. 강박이란 과거의 트라우마나 현실에 대한 부담 때문에 생기는 불안을 회피하고자 일으키는 행위라고 할 수 있다. 다른 말로 중독 증상이라 표현될 수 있는 것이다. 나의 성장과정에서 받은 크고 작은 상처 중에 해결되지 못하고 마음속에 억압해 버린 그 감정을 이해하지 않는 한 나는 중독적 행위와 스스로를 힘들게 하는 습관을 계속해서 반복하게 된다. 그렇게 업보가 된다.



이런 부분을 내 스스로 해결할 수 없었기에 내 마음은 나를 이곳으로 인도했는 것 같다. 원장님과 첫 상담을 예약한 후 내 성장과정에 있었던 심리를 알기 위해 국민(초등)학교 때까지의 삶을 기록해 보다보니 뜻하지 않게 스스로 나의 어린시절 억압된 상처를 알게 되고는 하염없이 울었다. 소소한 일임에도 불구하고 어린 나는 그것을 붙잡고 살았던 것이다.




4학년경에 친구집에 놀러 가다가 길에서 파는 강아지를 보고 한달음에 집으로 달려가 엄마를 졸라서 강아지를 사오게 되었다. 암놈이었는데 지하실에다 두고 키우면서 엄청 이뻐했었다. 어느 정도 자라자 옆집 개와 교미(그 당시에는 뭔지 잘 몰랐음)를 하기 시작했다. 성기에서 피를 흘리기도 하고 나는 불쌍한 마음으로 달래주려고 하는데 갑자기 나를 물듯이 달려들어 당혹했던 기억도 있다. 그 후 새끼를 여나믄 마리를 낳았다.



애미가 돌보지 않아 엄청난 생명력으로 악착같이 애미 젖을 빨던 한 놈만 살아남았다. 이름을 곰돌이라 지었다. 곰돌이가 커가자 개 키우기 귀찮던 엄마는 애미 바둑이를 개장수에게 팔았다. 지금도 얼굴이 기억나는 곰돌이는 수놈이었는데 지 애미와 달리 엄청 순했다. 그림 그리는 것을 좋아했던 나는 도화지에 곰돌이도 그리고, 잠 안오는 밤에는 곰돌이가 있는 지하실에서 같이 보내기도 했다.



어느 날 학교갔다 오니 곰돌이가 안보였다. 알고 보니 엄마가 누구 낯선 사람이 개가 마음에 든다고 팔라고 해서 팔아버린 것이었다. 정말 세상이 꺼지도록 내 방에서 울기만 했다. 그러던 며칠 뒤 곰돌이가 어떻게 했는지 줄을 풀고 집을 찾아서 돌아왔다. 온 마당을 정신없이 뛰며 좋아하는 데 나도 너무 좋아서 어쩔 줄을 몰랐다. 그런데 학교 갔다 오니 곰돌이는 또 없었다. 엄마가 곰돌이를 다시 가져다주었기 때문이다. 나는 항의조차 제대로 못했고 어디로 보낸 줄도 알 수 없어 찾을 길도 없었고, 이런 상황을 도대체 이해 못한 체 곰돌이를 불쌍해하며 그 때의 인생에서 가장 큰 상실감을 겪었다. (엄마 왜 그랬어? 나한테 물어보지도 않고, 내 마음을 하나도 안 헤아리고...)

  


이 상실감이 지금도 느껴지자 엄청난 울음이 나왔다. 현재의 내가 우는 게 아니고 어려서 아무 것도 할 수 없었던 여린 내가 계속 울고 있었던 것이었다. 그러면서 많은 부분들이 이해되기 시작했다. 내가 왜 우리 아이들에 대해 그리 집착하고 노심초사하는지를. 내가 진정 사랑하는 대상에게 안좋은 일이 생길 것 같은 불안감과 그에 따른 상실감이 또 반복될거라는 내면 아이의 깊은 우려었던 것이다.



나비효과라고 있던가. 작은 사소한 일들이 침소봉대되어 내 사고를 지배하고 있었던 것이다. 물론 이 알아차림으로 아이들에 대한 가족에 대한 걱정을 완전히 내려 놓은 것은 아니다. 그래도 늘 가족과 동떨어져 뭘 하다보면 나를 괴롭히던 상이 있었는데 그 상이 놓아졌다. 그 상은 내 아내와 어렸을 적 아이들이 문득 저편에서 나를 보면서 행복하게 웃는 모습들이다. 그 이미지가 떠오르면 그렇게 외롭고 쓸쓸할 수가 없었다.



비록 주말부부하는 형태이기는 하지만 가족이 원만하지 않은 것도 아니고, 아이들도 사춘기를 넘어서는 나이이지만 나를 잘 따르기 때문이다. 왜 그렇게 과거상에 집착하는지 도저히 모르겠더니만 이제 그 증상은 사라지게 되었다. 그 신호가 의미하는 나의 집착하는 외로움, 내일은 더 나빠질 거라는 실체없는 두려움, 지금을 살지 못하게 하는 상념으로 이루어졌음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이제 아이수의 마지막 시간. 내가 길러온 보여지고 만들어진 알고 있는 99마리의 양은 내버려 두고, 마지막 1마리의 잃어버린 어린 양을 찾아서 온 마지막 시간. 잃어버린 어린 양이 한 마리가 아니고 수십 마리는 되기에 더 많은 시간이 있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지만 그중 한 마리라도 더 찾고자 했다.



감정을 거부하지 않고 화를 직면(표현)하는 시간. 나는 수치심을 당한 하나의 초등학교 때의 일이 떠올랐다. 이 나쁜 녀석. 그렇게 배려없고 몰상식하게 굴다니. 내 상처받은 어린 아이를 대신해 혼내주었다. 그리고 달래주었다. 이렇게 다 큰 어른이 된 내가 너를 이제 이해하고 위로하니 더 이상 지난 일들에 억울해하지 말고 감정을 풀고 웃으라고. 이젠 자신있게 본 모습으로 사람들을 대하고 피해의식으로 살지 말고 진실한 관계를 욕심과 두려움 없이 맺어 나가자고...



감정이란 생명의 에너지이다. 감정에는 옳은 것도 없고 나쁜 것도 없기에 모든 떠오르는 감정은 느껴야 하는데, 좋은 것과 싫은 것을 구별해서 피하고 누르다보니 생명(살아있음)이 막히게 된다. 내면 어른이 되어서 저항하지 않고 수용하며 집착하지도 않으면 생명의 흐름이 원활해지고 나를 이해할 수 있게 된다. 내가 나를 이해하고 사는 세상은 또 다른 세상이 될 거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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