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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수 3주차를 마치고 - 사랑님

조회 수 2331 추천 수 0 2016.08.24 09:21:35

3번째 아이수를 했던 날이다. 아침에 일어나, 세수를 하고 108배를 했다. 스트레칭도 하고 요가동작을 조금 하고나니 생각도 사라지고 몸이 살아나는 것 같아 기분이 가벼워졌다. 그리곤 씻고 센터로 갔다. 센터에 가니 성원샘은 쉬고 계시고 다른 회원님들은 부엌에 계셨다. 나는 조용히 앉아 책꽂이에 있던 책 한권을 집어들었다. 제목은 '나는 누구인가'였는데 내용이 어려워서 이해하기가 어려웠다. 문장 하나하나가 어려운 말이었다.


내가 누구인지.. 안그래도 모르겠는데 더 모르겠다~ 생각하면서 읽고있는데.. 성원샘께서 그냥 쉬면서 이완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고 말씀하셨다. 내가 원장선생님의 강의도중에 졸아서.. 그랬던 것이다. ㅠㅠ 졸고싶지 않은데.. 부끄러웠다. 나도 지금 쉬는게 좋겠다싶어 책을 다시 꽂아두고 소파에서 쉬었다. 움켜쥐고 있던 걸 내려놓으니 한결 편안했다.

 


오늘 아이수를 하기 전에는 법인샘께서 일지에서 나타낸 나의 상태에 대해 들을 수 있었다. 나는 내 감정에 대해 잘 모르는 것 같다고 하셨다. 정말로 나의 남자친구가 미국에 갔는데.. 나는 별 감정을 못느끼고 있는 것 같았다. 그가 미국으로 돌아가기전날 우리는 밤늦게까지 시내에서 보고 그랬는데.. 그때는 그가 하도 담담하게 "우리 곧 볼거니까, 걱정마."하고 말해서.. 나도 그랬던 것도 같다.


그는 나보다 더 우리의 물리적인 이별을 아주 무덤덤하게 받아들이고 있었다. 그냥 우리 둘다 그런 것 같기도 하다. 우리가 함께한 시간은 정말 꿈만 같이 좋았다. 처음엔 엄청 싸웠지만, 서로서로 더욱 이해하게 되고, 관계를 더 돈독히 할 수 있었다. 그가 미국으로 돌아가기전 날, 데이트를 하면서 이대로 헤어지는게 못내 아쉬웠고.. 난 몰래 눈물을 훔쳤다.


 나는 감정 표현에 서툰 것도 같다. 아니, 감정 표현을 할 때는 잘하는데.. 어떤 역할 속에 들어가면 못하는 것 같다. 직장에서 책임감 있는 아이, 애어른, 가족의 행복같은 역할을 수행하는 것 처럼.. 내가 회사의 힘든 것을 다 안고 있고, 다른 사람 힘든 고충 다 들어주고, 나는 분위기 메이커가 되어야만 하고.. 그런 것들.. 이젠 지긋지긋하다.

 

나는 내 감정을 솔직하게 바라보질 못하는 것 같다. 대표적으로 제일 큰 예는 나의 아버지와의 이별이다. 나는 아빠를 부정해왔다. 어렸을때부터 나는 아빠를 닮았었는데, 엄마에게 아빠는 부정당하다보니.. 나는 내가 아빠를 닮았다는 것을 스스로가 까맣게 잊어온듯 하다. 아빠를 닮아선 안되고, 아빠를 닮아서는 엄마의 사랑을 받긴커녕 미움을 받을 것이 뻔했다. 그래서 아빠와의 비슷한 점이 내게 발견될 때면, 엄마에게 부정적인 말을 들어야했다.


그렇게 나는 나의 있는그대로의 모습으로서 설 수 없었던 것도 같다. 아빠의 이별 또한 내게 큰 아픔이었지만, 나는 그것을 제때 제대로 풀어내지 못했다. 그저 그것을 덮어두고 내 일이 아닌 것인 마냥 행동하는 것이 그때의 내게 더 편했다. 그래서 나의 아픔을 숨겨둔채 씩씩한척 살아왔다. 그 아픔이 너무나 커서 감히 보려고도 하지 않았다. 지금까지도 무덤덤한 것 같기도하다. 그런 아픔을 엄마에게 말하기란 엄두도 안나고, 동생과도 이런 이야기를 마음 터놓고 해본 적이 없다.


친척들에게도 강한 모습으로 괜찮은 척 살아왔다. 약한 모습을 보이면 자존심 상하고, 안될 것 같았다. 엄마에게는 강한 딸, 듬직한 딸, 긍정적인 딸, 뭐든 알아서 잘하는 딸, 자랑이 되는 딸로서 살아왔다. 그리고 아버지가 못한 엄마의 보호와 사랑을 내가 대리배우자로서 행해왔던 것 같다. 엄마의 힘든 점은 맏딸인 내가 들어야했고, 엄마는 스트레스나 짜증도 내게 다 풀었다. 그런데 나는 항상 무던하게 그런 엄마를 다 받아주어 엄마는 부담없이 내게 힘든점과 불만을 토로해왔다. 그런데 들어줘도 들어줘도 그것은 끝이 없다.


엄마가 엄마라면 보호자의 역할을 해주어야할텐데, 내가 더 엄마의 보호자 역할을 해주길 바라는듯한 느낌이었다. 내 힘든 것은 정작 이야기하지 못해서 나는 외로웠다. 나보다 어린 동생에게 나는 듬직한 누나여야했다. 누나가 좋은 본보기가 되어야했다. 그래서 나는 내가 하고자하는 일을 잘해야만 했다. 그래서 대학생때 열심히 학교생활만 했다. 대학교 1,2학년때는 연애는 커녕 아이들과 순수하게 논 경험, 기억이 별로 없다.


나는 그냥 모범생이었고, 잘하는 아이라서 다른 아이들이 20살처럼 웃고 놀고 떠들때, 50대 만학도 아주머니의 말도 들어드리면서 애어른처럼 모범적인 학생이었다. 나는 그게 잘하는 것인줄 알았는데.. 지금 와서 돌아보니, 내가 집에서 하던 역할인 애어른, 모범생, 착한아이, 잘하는 아이의 모습같다고 느껴진다. 이제 나는 그런 역할을 다 벗어던질 것이다. 그러고싶다, 왜냐하면 그것이 나를 나로서 가벼이 살지못하게하고 무겁게한다면 과감히 그렇게 하고싶다.

 

내가 이렇게 나의 선택을 하려고 하니 엄마와의 관계는 당연히 멀어지는 것 같다.  엄마가 엄마의 생각을 좀 하고, 책도 좀 읽고 하셨으면 좋겠다. 이건 나의 바람이니 강요할 수도 없고 그냥 내 욕심인 것 같아서 내려놓기로 한다. 한편으로는 엄마를 이해한다. 엄마의 삶과 엄마의 노력들.. 엄마는 다만 홀로 서서, 부모의 역할이 아닌, 자신의 삶을 사는 법을 잘 모르는 것이다.


엄마의 불안들.. 엄마는 이때까지 열심히 살아왔기 때문에, 지금의 삶이 엄마가 바라던 삶이라고 말하신다. 이렇게 특별히 할 일없이 놀고 먹는 일상이 엄마는 좋고 편하다고 말한다, 다만 문제는 딱 한가지. 나와 내 동생만 잘되면 만사 걱정이 없으시다고 말씀하신다. 그래서 나는 엄마에게 "우리는 걱정하지마세요, 나도 알아서 잘 하고있고, 동생도 이제 25살인데.. 일해서 돈도 벌수있고, 우리가 하고싶은대로 살 수 있어요"라고 엄마를 안심시켜보지만, 엄마는 잠시 마음이 안정되는 듯 하다가도.. 이내 걱정모드로 돌아간다.


"너는 그냥 ㅇㅇ에서 쭉 일하고, 나이도 이제 어린게 아니니까 시집도 가고, 동생은 시험 이번에 붙고, 하면 참 좋을텐데.." 하며 말씀하신다. 나는 그게 너무나도 듣기가 싫다. 왜 내가 엄마가 맞다고 하는 길을 가야하는지? 그렇지 않으면 왜 내가 걱정거리가 되어야하는지? 시집은 왜 가야하는지? 내 나이가 어때서? 내 나이가 30이든, 40이든, 좀 참견 좀 안했으면 좋겠다. 어련히 알아서 때가 되면 안할까? 어쨌건 나는 엄마 말을 한귀로 듣고 한귀로 흘려보낼 작정이다. 그렇게하니 좀 살 것 같다. 날 좀 내버려둬~~!-_-;;;

 


오늘 108배를 하고보니, 내 침대위에 곰 한마리가 누워잔다. 내가 중학교때부터 키운? 곰인데.. 이 곰은 엄마에게 인정받지 못한 내 어린 마음을 다 표현하는 매개체인 것 같았다. 그 곰은 귀여운 말도 많이 하고, 힘든 이야기를 쉽게 쉽게 한다. 어려우면 못한다, 힘들면 못한다라고. 내가 현실에서 못하는 말을 집에와서는 곰으로 대신하나? 아무튼 보기만 해도 귀엽고 몽글몽글 사랑스러운 곰이다.  


법인샘께서 내가 애어른 역할을 하느라, 직장에서도 그렇고 집에서도 못하는척하거나 애교는 못부리고, 그저 잘하는 역할만 해왔을수도 있다고. 생각해보면 엄마에게 애교는 전혀 안통한다. 엄마는 나무같다. 반응없는 나무. ㅋㅋ -_-;; 아빠가 그랬다, 너희 엄마는 아빠가 뭘해도 무덤덤~~하고 반응이 없다고, 그래서 재미가 없다고. 엄마는 대답이 없는 사람이다, 답장이 없다, 그렇게 할 줄도 모른다, 글로 자신의 말을 표현하는 법도 모르고, 말로 자기표현도 잘 못하는 편이다.


그래서 친척에게서 좀 부당한 말을 들으면 그걸 그자리에서 항상 얘기하지못하고는.. 집에와서 내게 다 말한다. 숙모에게 돈을 빌려주었는데, 제때 갚지 않는데도 달라고도 말못하는 모습을 볼때는 좀 이상했다. 남들에게는 할 말안하고, 내게는 못되게 말 다하고.-_- 진짜 좋아도 좋은 티를 못내고, 아파도 아픈티를 못내고.. 혼자 끙끙 다 버텨내는 사람이다.


엄마는 내가 아빠의 이별로 내 마음의 힘든 점이 있는것 같다며 울때.. 엄마는 "너가 무슨 힘이 드냐, 힘들다면 그 모든 책임감을 지고 산 것은 엄마니.. 엄마가 더 힘든데, 그런 말을 하다니 섭섭하다, 여태 엄마가 너희를 위해 희생한 것은 다 헛수고더냐."라고 말했다. 엄마는 나를 그저 받아주지 않았다. 그래, 힘들었구나.. 많이 힘들었니? 그랬구나. 해주지 않았다. 엄마는 그걸 모른다. 그냥 엄마 방식대로 모든 걸 밀어부친다. 뭐든 긍정적으로 하란다, 힘든건 과거의 일이니, 접어두고 현재를 생각하라고. 역시 엄마랑 이런 대화는 기대하지 말아야겠다 싶었다.

 

나는 아이수를 하는 것에 완전 큰 기대는 없었다. 그리고 그렇게 큰 용기가 필요하지는 않았다. 뭐가뭔지도 잘 모르고 선택한 것 같기도 하고;; 다만 이 프로그램을 하면 좋다는데, 나도 좀 좋아지는 계기가 될 수 있으려나? 싶었다. 그런데 아이수를 하면서 첫째날에는 많이 기억나지 않지만, 둘째날에 베개 뺏는 게임이 참 기억에 남는다. 그때 그 베개를 뺏기지 않으려던 느낌처럼, 내 것을 남에게 함부로 내놓지 않을 것이다. 경계를 잘 지켜서 나는 나를 보호할 것이다!!


그리고 오늘 셋째날 아이수를 하면서, 역할의 나를 알게되서 많이 놀랐다. 외적, 내적역할...그것이 가정에서뿐만 아니라 밖에서, 사회에서도 똑같은 역할을 무의식적으로 하고 있었다니-_-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그리고 내가 왜그런 행동을 했었는지 조금 더 이해할 수 있게되었다. 내가 왜 직장에서 그렇게 큰 책임감을 갖고, 힘들어도 힘든 내색을 못하고 혼자 무덤덤하게, 우직하게 감내했어야 했는지를.. 그런 나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었다.


내가 그랬구나, 오늘은 집에서도 회사에서도 그런 역할을 수행하느라 고생한 나에게, 그동안 고생했다고 말해주고 싶다. 그리고 더이상 그런 역할은 하지않아도 괜찮다고, 위로해주고 쓰다듬어주고 싶다. 그래도 나름 최선을 다해 살아왔으니, 잘했다고 말이다. 아이수를 통해 이러한 나의 내면을 조금씩 알아갈 수 있음에 참 감사하고, 또 감사하다. 이렇게 마음을 내어 써주시고, 사랑을 나눠주시는 센터의 선생님과 언니, 오빠들에게도 참 감사한 마음이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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