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제목
> 온라인상담실 > 상담사례

흉터는 상처가 쉬는 곳이다.

조회 수 3969 추천 수 0 2012.08.29 13:57:23

 

 나는 괜찮았다. 주위에 친구들도 많고 성적도 좋고 선생님들이 입을 모아 칭찬하는 학생이였다. 친구들의 부러움을 한껏 사는 아이이자 엄마의 자랑거리인 딸이였다. 우울같은 건 나와 먼 단어였고 우월은 나를 증명하는 단어였다.

 

마음이 여러서 쉽게 휘청거리며 우는 사람들을 보고 있노라면 속에서 비난이 절로 일어났다. 그렇게 자기 잘난 맛에 살았던 내가 고3, 수능을 100일 앞뒀을 때 심리 상담을 받으러 갔다.

 

  아이들이 전부 나를 미워하는 것 같았다. 머릿속에 끊임없이 비난과 망상의 잡음을 내는 라디오가 24시간 내내 켜져있는 것 같았다. 모두들 깔깔거리며 발랄하게 떠드는 쉬는 시간에 혼자 자리를 지키고 있으면 내가 너무 초라하고 보잘것 없이 느껴지고 전부 그렇게 생각하는 것 같았다.

 

깊은 우울이 나의 온몸을 덮고도 넘쳐 끈적하게 바닥으로 줄줄 흘러내리는 느낌이였다.

도저히 이해가 안됬다. 내가 왜!? 글자를 읽을 수 조차 없는 지경이 되자 수능이고 뭐고 다 필요 없다는 마음에 이곳에 상담을 받으러 왔다. 상담 받으러 가서 내가 처음 한 말은 "제가 이런 곳에 왔다는 걸 아무도 못 믿을꺼예요. 저는 정말 괜찮은 아인데 왜 마음이 이렇죠?"였다.

 

 

  인생에서 가장 고통스러웠던 그때가 내 인생의 변곡점이였다.

그 이후로 지속적인 상담과 명상을 통해서 내면의 눈을 깨워 나갔다. 그러는 과정에서 '가슴'으로 느껴지는 나는 기존에 내 '머리'로 알 던 나와는 전혀 다른 사람이였다.

 

19살까지 내 성격이 '밝고 성숙하며 당당함'이라고만 알고 있었는데 내 안에 어마어마한 열등감과 타인에 대한 두려움이 자리잡고 있을 줄은 상상도 못했다. 그런 나의 진실을 처음에는 받아들이기가 힘들었다. 사람들에게 인정받고 잘보일려고 미친듯이 발버둥치고 있고 별거아닌 거에도 극도의 질투심을 갖는 마음을 발견해 나갈 때마다 나의 자기 개념이 손상되면서 '나는 왜 이렇지?'하며 스스로를 엄청 문제시 했다.

 

 

  대학에 들어와서 들은 심리학 수업덕에 자신에게 좀 더 관대해질 수 있었다.

지금 자신의 성격은 여태껏 잘 살기 위해서, 잘 적응하기 위해서 나름의 방식으로 최선을 다해 살아온 결정체라고 한다. 내가 남에게 인정받을려고 미친듯이 애를 썼던 것은 '생존'을 위해서 였다. 결핍된 애정을 채우기 위해서 밖으로 향할 수 밖에 없었고 그것은 자신을 위한 '최선의 방도'였다.

 

그 수업을 듣던 한날은 의미있는 꿈을 꿨다. 나는 두 아이와 같이 골목을 걸어가고 있었다. 근데 갑차기 큰 트럭이 빠른 속도로 다가왔고 비킬 공간이 별로 없어서 우선 내 바로 옆에 있던 큰 애를 힘껏 끌어안았다. 트럭이 지나고 나서 보니 둘째가 보이지 않았다.

마침 비도 오고 날도 어두워졌는데 너무 걱정되어 마음 졸이며 아이를 찾았다. 일주일이 지나도 아이는 보이지 않았다. 나는 먼곳까지 힘들게 돌아다니며 아주 지극정성으로 아이를 찾아다녔다.

 

그러다 아이가 트럭이 지나갔던 그 골목의 맨홀 속에 빠져 있는 것을 발견했다. 나는 너무 화가 났다. 도대체 너는 왜 거기 있냐고 뭐라고 했다. 근데 그 조그만한 아이의 시선으로 거대했던 무시무시한 차가 빠르게 자신을 덮쳤던 순간을 재연해보자 아이 나름대로는 살려고 노력한 최선의 방도였구나 하는 것이 마음으로 이해되었다. 그 이후로 나는 내 마음이 만들어내는 난장판을 편안하게 지켜보고 있다.

 

 

 사랑의 부재로 생긴 부정적인 마음과 습관들은 흉터와 같다.

보기에 흉해서 그것을 인정하기 싫지만 그 흉터는 상처가 쉬는 곳이다.

아물지 못한 상처가 행여 더 덧날까봐 지켜주고 있는 흔적이다.

 

자신에 대한 깊은 이해로 상처가 모두 아물때 딱까리는 저절로 떨어지는 법이니 자신의 흉터에 대해서 걱정하지 말자. 자신의 마음의 흉터를 인정해주고 그런 마음을 품을 수 밖에 없었던 과정을 이해해주자.

 

 

 

 

 

 


원장

2012.08.29 14:18:55
*.54.179.159

"흉터는 상처가 쉬는 곳이며,

아물지 못한 상처가 덧날까 지켜주는 흔적이다."

자기성찰과 깊은 자기이해에서 나온 아름다운 말이구나.

 

우리는 누구나 살면서 예기치 못한 사고를 당하거나

아프게 되면 몸에 상처의 흔적을 남긴다. 

아픔이 크고 고통스러울수록 상처가 남긴 흔적인 흉터의 모양

또한 크게 자리 잡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우리의 마음에는 상처도 훙터도 원래가 없다.

마음은 모양이 없기에 스스로 붙들려는 마음과 기억의 집착이 없다면

우리의 현재는 언제나 완전하고 온전하다.

 

생각과 이미지로 자신을 붙들었다가 그렇게 되지 않는 자신을

상처라는 이름으로 포장하고 그곳에 흉터라고 포장지에 이름을 새긴다.

 

생각이 만든 이런 저런 나의 이미지는 무지가 만든 어리석음의 산물이라면

상처받은 마음의 치유는 상처와 흉터가 무지의 산물임을 알아가는 과정은 아닐까?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sort
162 제 7 기 자기최면과 명상교육 후기 - 힙노자 2007-12-20 3998
161 지리산 수행에서 얻은 두가지 선물 imagefile [1] 바람 2013-07-19 3979
» 흉터는 상처가 쉬는 곳이다. [1] 바람 2012-08-29 3969
159 어제 상당받고 왔어요.. [1] 후리지아 2012-09-13 3919
158 오랜만입니다...(상담후에....) [1] clarice 2012-05-02 3873
157 이런말 어디가서 해야할까요 [4] 카페라떼 2008-08-26 3864
156 아이수를 마치며 imagefile [1] 관리자 2012-07-09 3862
155 제6기 명상교육생 소감문 힙노자 2007-11-15 3842
154 4주차를 지나면서 [2] 봄날의 곰같이 2008-01-27 3840
153 원장님 잘 계시죠? [1] 수시아 2009-01-05 3827
152 아이수 프로그램 후기 (노랑나비님) [1] 원장 2013-08-28 3821
151 아이수 23기 후기 [3] 관리자 2012-05-16 3818
150 상담과 아이수교육 후기.....(공황장애) [1] 아이수27기 꼬마 2013-05-13 3798
149 아이수 모임 후기- [1] 힙노자 2007-11-29 3795
148 8기 명상교육 후기 힙노자 2008-02-11 377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