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의 미혼이라고 스스로를 소개한 그녀는 단정하고 내면에 뭔가 알 수없는 자신감을 가지고 있었으며 그 자신감은 약간의 우월감과 스스로의 삶에 대한 확신에서 나오는 것처럼 보였다.

그녀는 20대 후반부터 거의 10여년을 한 명상단체에 소속되어 그 단체의 스승이라는 사람이 내건 새로운 세상을 이루기 위한 비전과 이상이 너무나 자신이 원하였던 삶과 일치하였기에 그것을 성취하기 위해서 열심히 수행하였다고 하였다.

하지만 최근에 들어서 몸이 아프고 힘들어지면서 휴가차 그 단체를 약간 벗어나 있는 동안 마음의 갈등과 무기력과 우울감을 해소하려고 상담을 신청하였다고 한다.

우리는 끊임없이 어떤 집단이나 단체, 혹은 종교나 이상과 자신을 동일시하려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이런 동일화의 내면에는 자신의 진실로부터 회피하려는 마음이 깃들어있거나 에고의 자기만족의 확대나 인정에 대한 보상이 숨어있는 경우가 많다.

그녀는 좋은 대학을 나와 선생님이 되었지만 자신의 신념과 이상을 위해서 가족의 기대를 버렸으며 새로운 가치를 이루기 위해서는 때로는 자신을 희생하는 것은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하였다. 지난날 그녀는 그 단체가 내건 비전을 이루기 위해 열심이었고 그 결과 그녀는 스승으로부터 인정을 받았으며 단체의 내부 핵심부서에서 더욱 열렬히 스승의 뜻과 비젼을 성취하려고 노력하였다고 한다.

그녀는 지구의 미래를 걱정하였고 스승의 비전을 가진 더 많은 사람들이 암흑에 싸인 지구를 구해야한다는 소명감을 피력하면서 현재 몸이 약해져서 마음까지 머뭇거리고 있는 자신을 어쩌면 하나님과 영혼의 시험에 들었는지도 모른다고 하면서 그 단체의 스승에 대한 죄송함과 동료들에게 죄책감과 죄의식을 느끼고 있었다.

현실의 명예나 물질적인 부에 무관심한 사람들이 때로는 정신적인 보상과 만족감에 집착하거나 현실에서 원하는 성공과 성취를 가지지 못한 박탈감은 때로는 특별한 종교단체나 영적지도자에 의해 선택되었다는 특별의식과 우월의식에 빠져드는 경우가 많다.

그녀는 내면의 알 수없는 불안감과 의욕상실을 해소하여 내면에 분열됨이 없이 더욱 열심히 스승과 비전을 향해 달려가고 싶다고 하였다. 그리고 현재 단체와 스승을 떠나 있기에 스승님이 꿈에 나타난다고 하였다. 그녀는 그 단체에서 나름 열심히 수행하며 살아왔다지만 정작 자신에 대한 이해나 자기인식의 부분에 있어서는 많이 부족해보였다. 그녀는 자신이 세운 이상과 비전이 어쩌면 스스로가 만든 욕망의 투영인지 아닌지는 보지 않은 채 단체와 스승의 비전을 이상화시켜 마치 자신과 동일시하고 있었다.

상담을 진행하면서 먼저 그녀가 일을 하면서 느꼈던 감정들과 느낌들에 초점을 맞추면서 스스로 무엇을 갈등하고 무엇을 힘들어하는지를 알아나갔다. 그녀는 단체에서 일하는 중에 누군가를 좋아하고 사랑에 빠졌는데 그 단체는 그것을 용납하지 않았으며 전체의 비전을 위해 일하지 않고 개인적인 연애감정에 빠졌다는 이유로 징계를 받았다.

그때의 경험을 상담과 최면으로 기억에서 끄집어내었을 때 그녀는 많이 두려움과 죄책감을 느꼈다. 두려움은 그런 그녀의 행동이 들켜서 공론화되는 과정에 혹시나 버림받지는 않을까하는 마음이었으며, 죄책감은 스승과 비전을 위해 모든 것은 희생하겠다고 다짐했던 마음이 연애라는 감정에 빠져 스승과 자신을 배신하였다는 마음이라고 하였다.

그녀가 느꼈던 그 감정들을 가지고 그녀 내면의 어릴 적 억압된 감정들로 돌아갔을 때 그녀는 너무나 어린나이에 아들을 원하는 부모님에게서 딸로 태어난 자신이 부모님으로부터 버려질까봐 누구보다도 일찍 철이 들었으며, 딸이지만 아들보다 더 나은 딸이 되려고 끝없이 인정에 목말랐던 자기내면의 아이를 보았다. 그녀는 자신을 증명하고 싶었고 인정받고 싶었다. 언제나 있는 그대로의 자신으로 받아들여지길 원했지만 버림받는 것이 두려웠기에 그녀는 자신의 감정들과 원함을 드러낼 수 없었다.

그녀는 오열했으며 자신안의 아이가 너무나 불쌍하고 애처러워 참을 수 없다고 소리 내어 울었다. 갑자기 공항에 빠지는 것 같았다. 지나온 모든 삶이 한순간에 스쳐가며 자기인생이지만 정작 자신은 한번도 없었던 그래서 너무나 초라하고 작아져있는 그녀의 영혼을 보았다. 어릴 적에는 부모님과 남들에게 공부와 성취로 인정받았으며, 명상단체에 들어가서는 이상과 비전의 성취에 최선을 다해 달려왔었지만, 언제나 가슴한구석에 텅 비어 있던 공허감과 내면의 처절한 외로움이 눈앞에 한꺼번에 밀려왔다.

묻어두고 보지 않으려던 진실이 갑자기 들이닥칠 때면 누구나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다. 하지만 명상과 치유는 자신의 진실을 있는 그대로 직면하고 이해하는 것이다. 우리는 내면의 진실을 외부의 성공이나 돈의 성취, 명예나 지식의 추구, 때로는 종교나 영적인 수행을 통해서 도피하고자한다. 하지만 성취의 만족감은 잠깐이며, 지식의 추구는 실제 삶과 현실에 아무 힘이 없으며, 종교나 영적인 수행은 교리와 신앙이 만든 믿음에 의존되어 현실의 진실된 자신을 올바로 이해하고 알기보다는 진실에 대한 회피의 수단이 되어버리기도 한다.

그녀는 이상과 비전을 붙들고 그것들과 자기인생을 동일시하며 살아왔지만 정작 그 안에 자신의 진실은 없었음을 보았다. 그것은 단지 자기내면의 욕망이 만든 자기투영이었고 버림받지 않으려는 마음과 그래서 더더욱 인정에 목말라하던 마음이 만든 관념임을 보았다.

우리는 때로 외부적으로 거창한 목표와 이상을 추구하지만 우리의 내부가 빈약할수록 더욱 그것에 집착하고 동일시하는 경향이 있다. 그녀 스스로 자신조차 사랑하지 못하고, 그녀 내면의 초라함들 조차 받아들이지도 못하면서, 그동안 거창한 이상을 이룬다는 명목으로 남들에게 얼마나 많은 우월감과 특별함을 내세웠는지 부끄럽다고 하였다.

심한 혼란과 내면의 갈등이 지나고 나자 그녀는 갑자기 세상이 다르게 보인다고 하였다. 하늘과 햇살이 너무나 맑고, 나뭇잎과 사물들이 이제껏 한번도 느껴보지 못한 아름다움들을 빛내고 있다고 하였다. 어쩌면 우리는 삶과 내면의 두려움과 공허감들을 느끼지 않으려고 스스로 최면에 빠지기를 원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이런 최면이 때로는 성공이나 돈이나 명예의 추구, 술과 섹스, 도박과 쇼핑, 인터넷등과 같은 중독에 빠지기를 원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수행과 명상은 명확한 자기이해와 자기인식이 되어야지 단순히 방법과 수단에 집중된다면 정작 중요한 자신을 놓쳐버리는 우를 범하기 쉽다. 수행이란 자기내면의 어둠과 욕망의 다발들이 스스로를 어떻게 분열시키고 갈등하게 만드는지 자신의 마음을 정직하게 노출하고, 이해하는 과정이다. 수행이 단순히 자신 안의 수많은 욕망의 갈등들 속에서 보다 더 중요한 하나의 욕망을 붙들고 그것을 이루거나 성취하기위해서 마음을 집중시키거나 반복하게 하는 수행의 방법자체는 마음을 더욱 무디고 무겁게 만들어 자기도피나 자기회피가 되기 쉽다.

어쩌면 우리의 내면은 언제나 혼돈과 갈등 속에 있기 때문에 우리는 우리의 불안과 두려움들을 잠재워 줄 안전하고 확실한 이상이나 의지할 단체나 의존할 선생을 찾고 있는지도 모른다. 우리는 외부적으로 사랑과 진리를 찾는다고 표현하지만 실재로 우리의 마음은 위안 받고 위로 받으며, 자신을 인정해줄 단체와 선생을 선택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어쩌면 우리는 스스로 자유로운 존재가 아니라 종교단체의 구세주나 지도자들에 의해서 지배되고 소유되거나 노예가 되기를 원하는지도 모른다. 왜야하면 그것이 우리를 안전하게 만들고 삶과 내면의 혼란으로부터 도피처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상담을 진행하면서 그녀는 진정한 자유란 외부적인 성취나 이상의 이룸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진정으로 자신을 받아들이고 이해하는 마음이 만드는 존재 그 자체의 향기임을 알았다고 한다. 그리고 그녀는 단체와 스승 앞에서 자신의 진실 된 감정이나 느낌들은 무시한 채 관념이 만든 사고에 함몰된 자기내면이 얼마나 감정적으로 힘들었는지 이제는 이해된다고 하였다. 그녀가 느꼈던 우울감과 무력감은 그녀 스스로 열심히 노력하지 않았기 때문이 아니라 그녀의 머리는 성취와 인정을 향해 스스로를 끝없이 채찍질을 하였지만 그녀의 가슴과 영혼은 그것이 진실이 아님을 스스로 알았기 때문이리라. 이런 그녀가 가진 머리와 가슴의 분리와 혼란이 우울이었음을 이제는 이해가 된다고 한다.

그녀는 새롭게 교직으로 복직을 하였다.

학생들이 좋고 자신의 삶이 행복하다고 한다. 그리고 얼마 후에는 결혼을 한다고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