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수 520
나뭇잎이 흔들린다.
바람이 흔들린다.
나뭇잎이 바람에 흔들리는가?
바람이 나뭇잎에 흔들리는가?
바람이 나뭇잎을 흔들었나?
나무가 바람을 흔들었나?
흔드는 것도 흔들리는 것도 어느 하나가 했다고 할 수 없듯이
이것과 저것의 만남에서 일어나는 인연의 작용이기에
흔든다고 흔들린다고 하는 말은 성립될 수가 없다.
이것과 저것의 만남의 순간 그 자리는
동시에 일어나는 '하나'이기에
있지도 않고 없지도 않고,
주체도 객체도 있을 수 없다.
그것을 반응이라고도 말하지만
엄밀히 말하면 반응이라 할 수도 없다.
그냥 그런 반응하고 만남에 시비하고, 나투고,
분열되고, 화내는 어지러운 관념과 생각의 세상.
일어나는 생각을 붙잡지도 동일시도 하지 않으면
그냥 일어난 그것을 시시비비할 것이
상처도 없으며 용서할 것도, 얻을 것도 없다.
그 세상은 지금 여기에 언제나 있지만
잡으려고 하면 없는 환상과 같아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