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자신의 과거 경험의 기억과 그 경험이 만든 관념(생각)들을 붙들고, 스스로의 생각안에서 하나 또는 여러개의 이미지를 만든다.

이런 이미지는 과거에 일어난 사건들이나 상처받은 경험으로 부터 자신을 보호하고 지키기 위해 욕구가 만든 생각의 환상들이지만 사람들은 이런 이미지가 자신인 줄로 착각하는 경우가 많다.

인간관계에서의 갈등과 상처는 대부분 우리의 본래 생명에서 일어나기 보다는 스스로 붙들고 있는 이미지끼리의 충돌이거나 부딪침들이다.

그러기에 상처입는 것은 우리 자신이 아니라 우리가 스스로 믿고 붙들고 있는 이미지가 상처를 받는다고 할수 있다.

우리는 스스로 만든 이미지 안에서 안전을 구하고, 이미지로 자신을 포장하려 하기에, 이미지가 상처를 받게되면, 스스로의 이미지 주위에 벽을 쌓거나, 상처받지 않으려고 대인관계를 회피하는 경향이 많다.

하지만 이미지 주위에 벽을 쌓을수록 우리의 내면은 더욱 불안이 커지고, 대인과의 관계를 회피할수록 고립은 커질수 밖에 없다.

몇일 전에 수행으로 알게 된 오랜 친분이 있는 사람을 만나 대화를 나눈적이 있었다.

그녀는 40대 중반의 현직교사로서 자신을 발견하고, 사랑의 삶을 살고자 많이 노력하면서 명상과 심리에 대한 공부를 하고 있다.

그녀와 대화중에  우연히 최근에 일어난 남편과의 갈등을  서로 얘기하게 되었다.

남편은 최근에 그녀가 명상과 종교와 심리에 너무 깊게 빠져있다고 느끼고, 최근의 언론 보도에서 사이비 명상단체나 종교의 폐혜를 얘기하면서 될수록 그러한 모임에 나가기 보다는 집에서 가족가 함께할 것을 약속해달라고 하였다.

하지만 그녀는 남편의 염려가 이해는 되지만, 그녀를 향해서 약속을 받아내려는 남편의 일방적인 폭력(?스스로느끼기에)앞에 자신의 생각을 바꿀 수도 약속할 수도 없다고 버텄다고 하였다.

서로의 입장을 주장하면서 남편은 아내가 자신의 작은 소망도 들어주지 않는다고 엄청나게 감정이 상하였고, 그녀 또한 약속을 강요하는 남편의 태도가 너무나 싫었다고 한다.

서로 얘기를 나누면서 나는 그녀가 남편의 염려를 안다면 왜 그렇게 하도록 노력해보겠다고 하지 않고 끝까지 약속하지 못하겠다고 버텄는지 그 이유를 물었다.

그러자 그녀는 그녀에게 약속한다는 말을 끄내면 그것을 어길수없기에 약속은 자신에게 너무나 무서운것이라고 하였다.

그러면서 결혼초기에 친정아버님이 우연히 그녀를 만나 앞으로 동생들을 잘 돌보아 주겠다고 약속해 달라는 말에 자신은 아버지에게 약속해 줄수 없다고 얘기하면서 친정아버님과의 관계를 힘들게 만들고 상처를 주었던 얘기를 하였다.

그만큼 그녀에게는 약속이란 꼭 지켜야 하고 중요한 것이기에 함부로 할수 없다고 하였다.

나는 그녀에게 물었다.

왜 약속이란 꼭 지켜야만 하느냐고?

물른 지키면 좋지만 상황에 따라 안 지킬수도 있지 않느냐고 반문하였다.

그리고 그녀가 관계에서 말을 하고 있는 상대의 마음을 보기보다는 말 자체에 매여있지는 않은지도 물었다.

 그녀가 말하는 약속이라는 단어의 됫면 마음에는 무엇이 있는지 물어보았다.

그녀는 한번도 그렇게 자신을 생각해보지는 않았다고 하였다.

그러면서 그녀는 나와의 대화도중에 그녀 내면에 스스로 버림받지 않으려고 약속의 말로 관계를 붙잡으려는 무의식의 마음을 보았다.

그녀는 어쩌면 배신당하지 않으려는 마음에서 약속이라는 단어로 자신을 지키려고 했는지도 모른다.

그녀는 약속을 지키는 사람이라는 이미지를 자신에게 만들어 놓고 그 이미지를 자신뿐만 아니라 상대에게도 강요하면서 자기내면의 버림받지 않으려는 상처를 포장해 온것은 아니었을까?

사람들은 진실한 자신의 모습이나 자기내면 안에서 사랑을 보려하기 보다는, 과거 어릴적 상처받지 않으려는 마음이 만든 이미지가 자신인 줄로 착각하는것 같다.

스스로 착하다는 이미지가 자신인 줄로 착각하는 사람은 누군가 " 너 왜 이렇게 이기적이고, 너만 생각해"라는 말을 듣는다면 상처를 받게된다.

하지만 이때도 자신의 본질이 상처받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생각으로 붙잡고 있는 "나는 착한사람이야"라고 생각하는 이미지가 상처받을 뿐이다.

우리는 착할수도 있고 안 착할수도 있는데 착한이미지가 자신인줄 착각하는 사람은 그 이미지를 지키기 위해서 행동을 하거나 다른사람을 만날때, 이기적이라는 소리를 듣지않기 위해서 끊임없이 긴장하고 주의할것이고 이러한 끝없는 긴장과 주의는 신경증의 원인이 될수 밖에 없다. 

부부가 비록 육체적으로 침대에서는 만남을 가질지 모르지만, 내적으로 각자의 이미지에 붙잡혀 있는 한 정신적으로나 마음적으로는 만나고 있는 것이 아니다.

서로는 어쩌면 상대를 보고있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만든 이미지를 만나고 있을뿐 일수도 있다.

이미지의 관계는 실제적인 관계도 만남도 아닌 스스로 상처받지않으려는 마음에서 만든 자기환상과의 만남일 뿐이다.

이미지를 지키려는 마음과 유지하려는 마음은 관계안에서 서로 만나는것이 아니라 갈등을 부추길 뿐이다.

그리고 이미지 안에서 안전과 편안을 구하려는 마음자체는 결코 편안과 안전을 주지 못한다.

우리는 누구나 자신에 대한 이미지를 가지고 있다.

하지만 이미지는 이미지일뿐 자신은 아니다.

생각으로 만든 이미지의 환상 뒷면에 있는 자신의 진실과 생명을 볼수 있는 사람은 진정 자신 그 자체로써 자유로움을 누릴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