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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힘든 이유에는 크게 두개가 있다. 하나는 욕심으로 자기 뜻대로 하려는데 안 되는 상황 때문이고, 다른 하나는 하기 싫은데 어쩔 수 없이 해야만 하는 상황에 대한 저항감이다. 인간은 기본적으로 욕망과 두려움이라는 이원적인 심리구조에 의해 행동합니다. 부처님은 인간내면의 이런 심리구조를 탐(-욕망)과 진(-두려움)이라고 했다. 무언가를 성취하고 이루려는 욕망의 마음과 뜻대로 되지 않는 것을 싫어하고 저항하는 마음은 인간이라면 누구나 가지고 있는 지극히 자연스러운 마음이다. 그러기에 인간이 지닌 개인적인 성향과 인격은 어쩌면 욕망과 두려움이 짜깁기한 각자의 심리적인 틀인지도 모른다.

 

우리가 내면에 있는 욕망과 두려움을 잘 이해하고 쓰지를 못하면 정신적으로 문제가 생기게 된다. 욕망이 억압되거나 두려움이 채일수록 삶은 불편을 야기한다. 불편이 커질수록 생각은 많아지고 머릿속에서 익숙한 업식의 속삭임이 들리기 시작한다. ‘이렇게 해야 하는데 왜 못했어. 이렇게 하면 사람들이 뭐라고 할까. 욕하지 않을까. 버림받지 않을까. 저 사람은 왜 저래....’ 등등 머릿속에서 속삭이는 업식의 소리는 한순간도 우리를 가만히 내버려두지 않는다.

 

머릿속의 속삭임은 너무나 익숙하게 우리를 자기식대로 끌어당기려는 바로 그 업식이다. 업식은 우리의 머릿속에 살고 있는 또 다른 인격이다. 머릿속에서 속삭이는 인격은 우리 옆에 붙어 앉아 모든 상황을 중계하며 자신이 원하는 대로 이끌려고 한다. 하지만 업식은 욕망과 두려움이 지어낸 미치광이 인격이다. 업식은 우리가 잠깐이라도 방심하는 순간 우리의 인생을 깽판 쳐버린다. 사랑하는 관계를 단절시키고, 잘 되던 일을 개판으로 만들어 인생을 파탄지경으로 만든다.

 

업식의 속삭임은 조금도 쉬지 않고 우리를 따라다닌다. 밥을 먹을 때도, 잠을 잘 때도, 세수를 하거나 화장실에 있을 때조차 옆에서 계속 속삭인다. 하지만 업식의 이야기는 대부분 극단적인 두려움과 과장된 욕망의 소리이기에 거의 맞은 적이 없다. 어떤 사람이 쳐다만 봐도 널 무시하고 있어. 빨리 가서 한 소리 해.’라고 하거나 저 사람이 너를 공격할거야. 빨리 경계태세를 갖추고 방어를 해야 해.’라고 속삭인다. 하지만 이것이 진실이 아님이 드러나도 업식은 그것을 인정하지 않고 계속 자기만의 신념을 우리의 귀에다 속삭인다.

 

또는 사랑하는 사람과 전화통화를 하다가 그 사람이 자기 일이 바빠서 먼저 전화를 빨리 끊어버리면 저 사람은 너를 사랑하지 않아, 너를 무시하고 있어, 네가 조금만 귀찮게 하면 너를 버릴 거야. 그러니 무시당하지 않으려면 네가 먼저 그를 무시하고 버려야 해. 전화가 와도 받지 마.’라고 업식은 속삭인다. 재미있는 사실은 우리들 대부분은 머릿속의 속삭임이 대부분의 상황과 맞지 않는 해석임을 알면서도 따르거나 그것을 따라서 생기는 폐해를 금방 잊어버리고 업식의 말을 따른다는 것이다.

 

상식적으로 우리가 고용한 상담사가 우리의 문제에 대해 엉뚱한 조언으로 삶을 뒤틀리게 한다면 우리는 어떻게 했을까? 아마도 상담사에게 손해배상을 요구했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업식의 속삭임에 대해서는 관대하다. 머릿속의 목소리가 오늘의 상황을 그렇게도 개판을 치는데도 내일이 되면 또 다시 업식의 속삭임에 귀를 기울인다. 얼마나 황당한 일인가? 지금까지 거의 맞지 않는 소리에 귀신 들린 것 같이 끌려들어간다. 업식은 이렇게 우리로 하여금 밥이 조금만 늦어도 오만소리 해대고, 누가 조금만 인사만 안 해도 귀 따가워 미칠 지경으로 떠들어 댄다.

 

그렇다면 업식은 왜 우리 안에서 이렇게 계속 지껄이는 것일까? 도대체 업식은 어떤 구조로 만들어져 있는 것일까? ‘라고 주장하는 인격은 기본적으로 욕망과 두려움으로 이루어져 있다. 업식은 우리 안의 욕망과 두려움을 표현한다. 업식의 속삭임은 우리가 원하는 것을 빨리 그리고 안전하게 해달라고 요구한다. 욕망이 충족되는 순간 업식은 잠시 고요해지고 편안해진다. 예를 들어 남자의 경우 성적욕구가 확 일어날 때 욕구를 충족하는 순간 속삭임은 고요하고 편안해진다. 욕망이 팍 꺼지면서 갑자기 허무해진다. 업식의 속삭임이 멈추는 순간을 고요함이라 하지만 업식의 입장에서는 그것을 허무함이라고 해석한다. 욕망과 두려움이 꺼져버리면 아무것도 없는 상태가 된다.

 

우리의 진실한 실체는 고요함이다. 사람들이 욕망을 충족하려고 하는 이유는 욕망이 충족되는 순간에 일어나는 잠깐의 멈춤이 좋기 때문이다. 마약을 했을 때의 그 충만감, 도박을 하면서 땄을 때의 전율, 새로운 장소로 여행을 가서 전혀 새로운 풍경 속에서 느껴지는 경이로움,... 이 모든 것은 우리의 업식을 잠시 멈추게 한다. 우리는 누구나 삶속에서 한번 씩은 이런 멈춤과 고요함 경험하곤 한다. 그리고는 그 느낌을 다시 경험하고 싶은 마음이 중독을 일으키기도 한다.

 

우리는 왜 이런 고요함의 경험을 추구하는 것일까? 일상의 욕망과 두려움은 우리에게 긴장을 일으킨다. 긴장 속에 있다가 긴장이 놓여날 때 느껴지는 편안함과 고요가 사실은 우리의 진실한 모습이다. 우리의 실체는 업식을 비추고 알아차리는 의식자체이다. 의식은 대상에 집중하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의식은 특정한 대상을 선택적으로 다른 것보다 더 선명하게 인지하곤 한다. 하지만 의식이 대상에 너무 몰입되면 대상 속에서 인식의 느낌을 잃기 싶다. 머릿속의 속삭임은 두려움과 욕망에 집중된 의식의 왜곡된 파편들이지 의식의 실체가 아니다. 업식의 속삭임에서 벗어날 때 우리는 삶을 두려움과 욕망이 아닌 있는 그대로를 만나게 된다.

 

상황 속에서 의식의 빛을 내면으로 비추지 않고 대상(욕망과 두려움)에게 비출 때 우리는 그것이 자신인줄 착각하게 된다. 그러면 상황에서 일어나는 업식이 자기인줄 알고 목소리의 속삭임에 놀아나게 된다. ‘저 사람은 날 싫어해하며 피해의식이 자신이 되어버리고, ‘저 사람이 날 미워해하면서 분노가 자신이 되어 버린다. 업식은 우리가 아니다. 우리는 그것을 보는 자이다. 우리는 소리를 듣는 자이며, 감정을 느끼는 자이다. 업식의 속삭임이 들리면 그 생각을 알아차리고 있는 것이 바로 우리임을 알아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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