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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리를 향한 경험

조회 수 2385 추천 수 0 2010.12.27 13:19:47

벌써 10여년이 지난 경험이 있다.

그때의 그 경험은 나로 하여금 참으로 나를 돌이키게 하는 부끄러움이면서 소중한 경험이었다. 그 당시 나는 나름대로 나를 탐구하고 열심히 수행하고 있는 중이었다.

하지만 수행을 하고 탐구를 하면 할수록 나는 점점 더 나의 무지와 모름 안으로 빠져들면서 나중에는 이제까지 수행하고 탐구한 모든 것이 무의미하고 무기력해지는 어둠 속으로 빠져들었다.

 

나는 그때 깊은 절망감으로 모든 노력을 멈추고 멍하니 지내다가 우연히 한 지인의 소개로 계룡산에 거하는 한 선생을 찾아가게 되었다.

설레는 마음과 나의 문제를 혹시 해결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으로 선생의 처소를 방문하였다. 선생의 처소는 계룡산 동학사 아래에 있는 작은 집이었다.

마당에는 나무와 풀들이 자라고 있었고, 마당에 있는 개는 낯은 방문자인 나를 보고 짖어대었다.

 

그분이 나오고 나를 거실로 안내하며, 한 잔의 차를 건네면서 나에게 물었다.

“무엇을 찾아서 여기까지 방문하였는지요?”

나는 갑자기 할 말이 떠오르지 않았다.

그냥 눈에서 눈물이 흐르면서 “ 하나를 모르니 나는 다른 어떤 것도 알 수 없습니다. 나는 하나를 알고 싶습니다.” 라고 대답하였다.

그 순간 그분과 나는 그냥 말없이 앉아있었다.

 

한참이 지나고 그분은 다시 한 잔의 차를 권하면서 내가 지나온 삶에 대해서 질문하였다.

나는 내가 그동안 얼마나 열심히 수행하였고, 얼마나 열심히 진리를 향해 살아왔는지 나를 알리고 싶은 욕심에 내가 여태까지 경험하고, 배우고, 터득한 것들에 대해서 풀어 놓기 시작하였다.

그 동안 수행하며 경험한 다양한 체험과 나의 철학과 삶의 진실들에 대해 내가 읽고, 듣고 배웠던 모든 것들과 오직 진리를 알고자 달려온 나의 노력들에 대해서 마치 입에 거품을 물 듯이 얘기하였다. 나는 나를 알리는 일에 신이 나 있었던 것 같다. 그

분은 단지 고개를 끄덕이며 아무 말 없이 아주 조용히 듣고 있었다.

 

나는 나의 말이 그분에게 내가 괜찮은 사람이며, 어느 정도 나의 가치와 수행의 깊이에 대해 깊은 인상을 주었을 것이라고 확신하며 그분의 대답을 기다렸다.

하지만 그분은 나의 말에 아무런 반응도 없었으며, 다시금 나에게 한 잔의 차를 권하며, 여기까지 오느랴 고생이 많았다며 오늘 하루는 쉬었다 가라하시고 나를 거실에 내버려두고 밖으로 나가셨다. 거실에 혼자 앉아 차를 마시면서 나는 나 자신이 완전히 빈털터리가 된 느낌과 너무나 초라하고 빈껍데기가 된 기분이 들었다.

 

나는 그 순간 나의 마음을 보게 되었다. 내가 여태까지 그렇게 소중히 간직해온 보았던, 들었던, 경험했던 많은 것들이 사실은 내 마음에서 만든 무지의 산물이었으며, 내가 나라고 떠들었던 내가 가진 지식들은 포장이었고, 나를 속이는 껍데기였음이 너무나 선명하게 보였다.

나는 갑자기 내가 불쌍하고 초라하고 부끄러워서 견딜 수가 없었다.

나는 눈물이 났다. 나는 그냥 소리 내어 울었다. 울음은 점점 커져서 통곡이 되었다.

 

나는 그동안 어떤 관념과 사상과 방법과 이미지들을 붙잡고 마치 그것을 대단한 보물이라도 가진 듯이 끊임없이 그것들을 되풀이 하면서 나를 한정하고, 최면시켜 왔음이 너무나도 선명하게 보이기 시작하였다.

나는 수행이라는 이름으로 사회적으로 인정받지 못한 나 자신을 얼마나 포장하고, 나를 합리화하고, 나 스스로를 속여 왔는지 보였다.

나는 현실의 성공과 인정이라는 욕심을 어쩌면 진리라는 이름으로 수행이라는 이름으로 포장하였으며, 남들에게는 큰 이상과 고고함으로 속여 왔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의 초라함과 부끄러움은 그동안 내가 살면서 느꼈던 그런 부끄러움이 아니라 ‘나’라는 존재 자체가 무너지는 듯한 그런 부끄러움이었다.

나는 울음과 함께 올라오는 그 부끄러움을 그냥 그대로 내버려두었다.

그 순간 나는 눈앞에 별빛과 함께 우주의 어느 저 아득한 곳으로 한없이 추락되어 가는 빛을 보았다. 빛은 한없이 달려갔지만 그곳에는 어떤 움직임도 태어남도 사라짐도 없었다.

생명의 본래 모습은 하나일 뿐이며, 분리란 없었으며, 거대한 침묵 속에 순간이 바로 영원이었다.

 

어느 틈에 왔는지 선생님은 나의 침묵을 깨면서 “이제 그 태어나지 않은 마음을 본질로 삼아 그대를 탐구해 보라”고 하셨다. 나는 내가 만든 온갖 생각과 관념과 상처와 두려움들이 내안의 무의식의 깊은 곳에서 하나씩 떠오르는 것을 보았다.

때로는 그것을 비난으로, 때로는 회피로, 때로는 남의 탓으로, 때로는 저항하면서 나는 나의 마음을 한정하고 최면 걸면서 나 스스로 만든 마음의 굴레와 짐들을 무지라는 감옥안에다 차곡차곡 쌓아왔음이 보였다.

 

이때의 체험과 경험은 그 후에 외부가 아닌 내면으로 나 자신을 탐구하는데 중요한 전환점이 되었다. 외부의 모든 환경과 경험들은 내부의 마음을 보여주는 거울이다.

자신의 마음 안에서 일체의 미혹과 이미지의 그림자를 보지 못한다면, 우리는 자신의 마음이 만든 자기한정의 덫 없는 짐들을 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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