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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서울을 다녀왔다. 많은 나이 차를 넘어 오래 전부터 친구인 선배 선생님을 만나러 간 것이다. 덕수궁 근처에서 밥을 먹고 차를 마시며 초여름 햇볕 아래서 이야기를 나누었다.

 

선생님과 대화하면서 요즘 내가 마음에 두고 있는 반응이란 것에 대해 중요한 통찰을 얻었다. 나는 사람 A, B, C가 모인 상황에서 A가 말을 하며 B쪽으로는 시선을 두지 않고 C만 바라보는 경우를 언급했다. 내가 B인 처지에서 우선 즉각적으로 느끼는 소외감, A의 사려 깊지 못함에 대한 비난을 솔직히 말했다. 그리고 시간을 두고 만들어진 이해라고 할 수 있는, 그 상황을 내 뜻대로 통제하려는 것에 대한 알아차림과 놓음을 말하며 내 나름대로 그 사건을 정리한 걸 털어놓았다.


그에 대한 선생님의 말은 이랬다.' 셋이 모여 대화할 때 말하는 사람이 시선을 맞추는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한 때 생각해 봤다, 궁리 결과 그것은 말하는 사람에게 반응하는 사람이었다, 과도한 리액션이 없어도 말하는 사람은 듣는 사람이 자신의 말에 관심이 있는지 없는지 정확하게 느낀다, 수업 할 때도 그렇지 않은가, 열심히 듣고 반응하는 아이를 자연스럽게 쳐다보지 않는가.'

 

다수의 사람이 모인 곳에서 나는 반응을 잘 하지 않는다. 다수에 묻어간다. 화젯거리도 피상적인 것이 되기 쉬워 나는 처음부터 그 화제에 마음의 문을 닫는다. '저건 재미없어, 난 잘 모르는 거야, 내가 아니어도 누가 답을 하겠지. ' 난 물러난다. 심지어 머릿속으로 딴 생각을 한다. 그러면서도 말하는 이가 나에게 시선을 주지 않으면 소외감을 느끼고 상대의 말하는 예의 운운 하며 비난한다. 모든 것이 내가 만든 것인데. 정말 문자 그대로 내가 나를 소외시킨 것인데. 나도 내가 말할 때 상대가 진심으로 공감하고 경청하는 에너지를 보내면 힘이 나고 소통하는 마음이 들지 않았는가. 그래서 그 상대에게 어떤 의도가 개입될 여지도 없이 눈을 맞추며 말한 것 같다.

 

반응은 책임이다란 말을 이 상황에 적용해 본다. 반응하지 않는 나는 이 상황의 주체가 될 수 없다. 수동적으로 다른 사람의 반응 뒤에 숨어 있을 뿐이다. 어떤 것도 책임지지 않는다. 어쩌면 아주 작은 것일지라도 내 목소리를 낼 때 따라오는 책임을 귀찮아하는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나는 은연중 스스로를 하찮고 부끄럽게 여기는 의식을 내비치는 것이라는 생각도 든다. ‘내 동조 따위 뭐가 중요하겠어, 아무도 내 의견을 귀하게 듣지 않을 거야.’ 그러고 보니 관계에서 상처 입을까 하는 두려움의 변주이기도 하다.

 

여러 생각이 들지만, 가장 큰 깨달음은 내가 반응을 잘 하지 않는 사람이라는 것이다. 난 잘하고 있는데 왜 나를 소외시키느냐고 억울해 했는데 사실은 내가 먼저 귀를 닫으며 상대를 소외시키고 있었던 것이다.

전에 법 사부님이 하신 말씀이 떠오른다. ‘화제에 대해 많이 아는 것은 중요하지 않다, 그냥 반응만 해 주면 대화할 수 있다, 열려 있으면 적절한 반응을 할 수 있다.’

 

반응, 한동안 계속 가슴에 남아 내 말과 행동을 바꾸라고 독려하는 것이 될 듯하다. 이것저것 분별하는 마음으로 차단하던 것에서 해제모드로 바꾸어야겠다. 내게서 차단된 나 자신과 많은 이들에게 참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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