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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라고 주장하는 개인적인 에고를 심리학에서는 "정체성"이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에고는 본래의식이 지닌 생명에너지가 얼어붙어 개인적인 성격이나 인격의 모양으로 드러난 것입니다. 그러기에 에고는 자기만의 이미지나 역할, 성향이나 특성으로 틀지어져 있습니다. 하지만 각각의 개인이 라고 주장하는 에고는 조건에 의해 만들어진 것이지 실제 존재하는 것은 아닙니다. 심리학은 이런 에고의 개체성을 좀 더 성숙시키거나 긍정적으로 변화시켜 현실을 합리적으로 대응하게 하는 것이 목적이라면 종교나 영성은 에고의 개인적인 정체성이 원래 실체 없음을 깨달아 근본의식이 드러나게 함이 서로 다릅니다.

 

하지만 개인이 자신의 개체적인 정체성을 무시하거나 억압하게 되면 자신의 진실한 본질을 만나기가 쉽지 않습니다. 때때로 명상단체나 종교단체에서 개인적인 에고를 무조건 잘못 된 죄악이나 버려야만할 문제로 여기기도 합니다. 하지만 개인적인 에고는 현실을 살아가는 중심이기 때문에 버려야할 대상이 아니라 성숙시켜 나가야할 대상임을 잊지 말아야합니다. 미숙한 에고를 가진 사람들은 현실에서 자신의 방향과 위치를 잃어버리고 단체나 그 단체의 선생에게 완전히 의존되어 그것을 개인적인 정체성으로 만들기도 합니다.

 

올바른 영성은 올바른 자기정체성을 기반으로 세워집니다. 자기정체성이 약하거나 혼란한 정체성을 가진 사람들은 쉽게 외부의 조건과 환경에 흔들리기 쉽습니다. 그러면 그들은 흔들리는 자기정체성을 바로 세우기 위해 더 힘 있는 단체나 선생에 의존하여 그것을 자기정체성인양 착각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어느 날 그 단체를 나오는 순간 그는 현실에 대응하는 자기중심이 없기에 어떻게 대응해야할지 몰라 더 힘들게 됩니다. 특히 사이비 단체일수록 개인의 정체성을 빼앗아버리기에 그런 경우가 더욱 많습니다.

 

올바른 자기탐구는 개인의 정체성을 없애는 것이 목적이아니라 그것이 어떻게 만들어 졌고, 어떤 신념과 경험을 가지고 있는지를 이해하는 과정이어야 합니다. 예를 들어 어린 시절 부모님으로부터 따뜻한 사랑과 이해를 받지 못한 경험을 가진 사람은 '아무도 나를 안 사랑해, 나는 사랑받을 수 없어'라는 신념을 내면화 시켜 그것을 자기정체성으로 삼기도 합니다.

 

어린 시절 힘이 없던 아이는 자신을 보호하고 생존하기 위해서 자기만의 정체성을 만듭니다. 부모님이 그들을 돌보고 않고 버림받은 아이는 '그래 나는 원래 사랑받을 수 없는 사람이야, 나는 뭔가 잘못 되었어'라는 자기만의 정체성을 만들어서 현실의 힘듦을 받아들이기 쉽게 만듭니다. 만약에 이런 자기정체성이 없다면 아이는 사랑받지 못하는 자신의 현실을 살아가기 힘들었을 것입니다.

 

이렇게 정체성은 아이로 하여금 현실을 받아들이기 쉽게 만드는 자기방어패턴이자 자기보호의 수단입니다. 하지만 어린 시절에 필요했던 정체성이 세월이 지나서 힘 있는 어른이 되거나 조건이 바뀌게 되면 우리는 상황에 맞는 다른 정체성이 필요합니다. 조건이 바뀌었는데도 과거와 같은 '나는 부족해, 나는 잘 못해, 사람들은 나를 안 사랑해, 사람들을 믿어서는 안 돼' 신념이 만든 자기정체성을 계속 유지할 때 현실은 어긋나게 됩니다.

 

이들은 사람들이 따뜻하게 사랑을 주는데도 사랑을 쳐내버리거나 잘한다고 칭찬해도 '나는 부족해요'.라고 합니다. 그들의 정체성은 사랑받는 사실은 무시하고 조금이라도 사랑을 주지 않으면 그것을 붙잡고 자기정체성을 강화합니다. 심리치유는 자기정체성의 변화를 요구합니다. 우리가 현실에서 느끼는 고통은 정체성의 변화를 위한 내면의 요구입니다. 우리는 이제 현실에 맞지 않는 과거의 정체성을 흘러 보내고 새로운 정체성으로 나아가야합니다.

 

정체성은 자신이 누구인지에 대한 자기만의 선언이기도합니다. 우리는 누구일까요? 사실 우리는 누구도 아닙니다. 우리는 무엇이 되거나 누군가가 되기 위해서 삶을 사는 것이 아니라 삶을 경험하는 그것입니다. 우리는 아무 것도 아니지만 모두이기도 합니다. 우리는 진정한 자신이 누구인지를 잊어버리고 자기만의 이상적인 정체성을 만들어서 그것이 되려고 노력하고 투쟁합니다. 하지만 그런 이상적인 정체성은 환상입니다. 그런 것은 원래 없습니다.

 

심리학은 기본적으로 이원성을 기초로 선과 악, 좋은 것과 나쁜 것, 긍정적인 것과 부정적인 것을 만들어 이왕이면 좋은 쪽으로 나아가는 자기정체성을 목적으로 합니다. 하지만 명상은 자신이 붙들고 있는 모든 정체성을 내려놓길 요구합니다. 왜냐하면 그 모든 정체성이 실체가 없기 때문입니다. 그렇다고 명상이 정체성 자체를 무시하는 것은 아닙니다. 단지 어떤 것에 집착하는 그 마음을 알아차리고 내려놓아 원래의 텅 빈 정체성으로 돌아감이 명상의 목적입니다. 그래서 명상에서는 개인의 정체성을 거짓 또는 에고라고 부릅니다.

 

하지만 에고와 알아차림은 분리되어 있지 않습니다. 개인의 정체성인 인격과 성격은 우리의 신성이 지니는 동전의 다른 모습일 뿐입니다. 우리는 나름대로 자기만의 독특함과 특성을 지니고 있습니다. 그것은 극복되어야할 대상이거나 없애야할 것이 아닙니다. 그것은 더 많이 이해되고 성숙되어야할 신성의 다른 모습입니다. 그것을 알아차림이라고 합니다. 그냥 '이렇구나, 다르구나'를 받아들일 때 삶은 저절로 흘러갑니다.

 

우리 안에는 우월감도 있고, 열등감도 있고, 우리는 실수 할 때도 있고, 때로는 잘 할 때도 있습니다. 삶은 그냥 그러합니다. 길을 가다보면 자갈길도 있고, 내리막길도 있고, 비가 올 때도 있고, 날씨 맑을 때도 있고.... 상황과 조건은 계속 바꿔갑니다. 조건이 바뀌면 상황에 대응하는 우리의 정체성도 바뀌어야합니다. 어떤 것도 고정되어 있지 않습니다. 진정한 행복은 삶이란 원래 고정되지 않은 무상과 무아의 마음을 아는 것에서 일어납니다.

 

수행이란 우리가 지닌 정체성을 없애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는 먼저 자신의 정체성을 좀 더 이해와 받아들임으로 성숙시켜야할 필요가 있습니다. 성숙은 자기탐구와 자기이해를 통한 자기수용의 마음에서 생겨납니다. 성숙된 정체성에게 개인적인 에고는 싸우거나 없애야할 대상이 아닙니다. 지금 이 순간 일어나는 현실을 저항하지 않고 받아들임과 열림의 태도가 올바른 수행의 시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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