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왕자 13장

별을 떠나온 어린 왕자는 다른 별에서 만나는 사람들을 통해서 에고(ego)의특성을 배우고 있다. 에고를 잘 나타내주는 단어는 ‘더많이(More)’ 이다. 스스로의 온전함을 자각하지 못하는 사람들은, 에고가 곧 자기 자신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에고를 깎는 것은 곧스스로가 소멸되어 없어진다고 생각을 한다. 그래서 에고는 변화무쌍하게 변하면서 쉽게 떨어지지 않으려고 한다.

‘권력’을 가져야 안정될 것이라고,‘인기’를 얻어야 안정될 것이라고, 그리고 이번에는‘더 많이 소유해야’ 안정될 것이라고 한다. 그리고 이렇게 나를 나로써 있지 못하게 하는 강박적인 패턴을 '중독'이라고 한다.

어린 왕자가 13장에서 만난 사업가는 소유에 중독되어 있는 사람이었다. 이 별에 사는 사업가에게 ‘나 =내가 가진 것의 총 합계’이다. 그래서 항상바쁘다. 나를 확장시키기 위해서 더 많이 가져야 하고, 그러려면더 일을 벌여야 하기 때문이다. 더 가지기 위해서 가지는 꼴은, 마치 12장의 술고래가 술을 마시는 것이 부끄럽고, 그것을 잊기 위해서술을 마시는 것을 연상시킨다.  ‘나는 착실하고 열심히 사는 사람’이라는생각에 중독되어, 이 생각을 충족시키기 위한 (별을세는) 행위에 중독되어 있다.

장사꾼이 절절거리면서 별을 세는 소유를 희화화 시키는 것을 보면서, 나는 옳고 그름의 덫에 빠졌다. 내가 아는 소유라는 것은 아주 중요한것이었다. 특히 자본주의라는 경제의 근본이 사유재산의 인정이었고, 그렇게딱딱한 경험까지 들이대지 않더라도 그냥 당연히 먹고 살아가는데 필요한 것이 소유라고 생각했다.

여기에서우리가 말하고 싶은 것은 소유라는 것 자체가 나쁘다, 그러니 우리는 소유하지 말고 아무 것도 가지지말고 원시시대로 돌아가자는 것이 아니다. 또한 어떤 가격의 기준을 정해놓고, 비싼 소유는 나쁜 소유고 저렴한 소유는 착한 소유라는 것을 말하고 싶은 것도 아니다.

두 가지의 소유의 의미가 등장한다. 하나는 '사업가의 소유'고, 다른 하나는 '어린 왕자의 소유'다. 사업가의 소유는 급하다. 다이아몬드도, 섬도, 아이디어도 제일 빨리 발견하고 특허를 낸 사람이 소유주라고한다. 그리고 사업가는 그렇게 얻은 것을 ‘세면서’ 관리한다고 한다.

어린 왕자의 소유는 다르다. 어린 왕자는 소유한 스카프를 두르고, 소유한 꽃을 관리한다. 사업가의 소유는 순간이다. 사업가가 장미를 소유했다면, 꽃이 가장 화려하게 핀 순간을 제일 처음 발견해서 특허를 내고 은행에 넣으려고 할 것이다. 하지만 어린 왕자는 꽃과 교류하며 꽃이 필요할 때 물을 주고, 바람을막아줄 것이다. 사업가가 화산을 소유했다면 화산을 제일 처음 발견해서 자신의 이름을 붙여 지도에 새기려고한다면, 어린 왕자는 불이 꺼진 화산을 청소하고 매일 화산이 너무 커지지 않게 관리한다.

이 비유가 특허를 내고, 은행에 맡기고, 이름을 딴 것이 잘못되었고, 꽃을 기르고 청소하는 것은 착하다는것이 아니다. 사업가의 소유는 맹목적이고 비어있다. 소유자체가 잘못되었다는 것이 아니라, 욕망을 채우는 하나의 (중독)수단으로써 소유하는 것에 대한 얘기다. 하나하나 소유하는 것 자체의의미보다는, 내가 더 소유하면서 내가 더 존재할 것이라고 느끼는 것에 위험하다는 것이다.

실제로 이력서를 써야 하는 이 시점에 이런 고민을 많이 한다. 내가진짜 원하는 것을 생각하기보다, 이력서에 하나 더 남는 경험이나 자격증이 있어야 한다는 생각을 종종한다. ‘한가하게 쓸데없는 것을 할 시간이 없다.’ 진짜내가 하고 싶다기보다, 나의 취업 합격률을 높이기 위한 것이다. 나의존재를 능력으로써, 밖에서 더 무엇을 얻어서 확인하려고 하는, 사업가가소유하는 방법이다.

그렇다면 왜 밖으로 소유로써 존재를 확인 받는 것이 위험할까? 우리가소유한 소유물은 없다가도 생기고 있다가도 사라진다. 그것이 삶의 이치이다. 하지만 사업가처럼 소유와 나 자신을 동일시하면 소유하면 팽창하고 잃어버리면 쭈그러진다. 나는 예전에 시험의 결과에 나를 동일시시켰다. 그래서 합격을 가지냐가지지 못하냐가 나를 결정한다고 생각했다.

시험에 합격하고는 내가 정말 대단한 사람이 되어 다소 겸손하지못했다. 하지만 얼마 지나자 내가 가진 합격은 볼품없었고,나는 나를 더 크게 하기 위해서 다른 합격이 필요했다. 그래서 다시 다른 시험을 준비했다. 하지만 시험이라는 것이 잘 될 수 있는 만큼 잘 되지 않을 수 있다. 그렇게시험에 합격하지 못하자 나는 한없이 작아졌다. 내가 합격을 가지지 못하게 되자 한 순간에 나는 존재할이유가 없는 사람이 되어버렸다.

사업가의 소유, 맹목적이고중독의 소유, 소유를 위한 소유는 이렇게 한번에 으스러질 수 있다. 게다가나는 내가 가진 합격이 어떤 사람과 비교하면 대단해 보일 수 있지만, 다른 경우에는 아무것도 아닐 수도있다. 매 순간 내 마음은 요동치고 극과 극을 달렸다. 나는 정말 가져서 행복할 수 있을까?

반면 어린 왕자의 소유는 공고하다. 어린 왕자의 소유를 ‘누린다’고 할 수 있다. 탄탄하다. 어린 왕자가 장미와 나눈 교류, 화산을 관리하는 것을 보면 어린 왕자는 소유하면서 소유물의 가치와 함께한다.단순히 가지는 것에 집중하기보다 나의 소유물과 함께 있으며 자신을 본다.

내가 나로써 존재한다는것은 현재 상태에 깨어서 누리는 것이다. 내가 함께 하는 것을 누리면 감사하다. Appreciate라는 단어가 있다. 이 단어에는 두 가지 뜻이있다 – 1)감사하다, 그리고 2)감상하다/진가를 알다. 내가지금 가진 것을 함께 하는 자체를 누리고 그 가치를 안다는 것이 감상이고, 그리고 지금 내가 가진 것을누리면 현재에 감사하다.

반면에 에고의 소유는 감사가 어렵다. 기본 전제가 ‘현재의 나는 항상 부족하다’이다. 순간의소유로 기뻤다고 해도, 곧 주위를 돌아보면 어느 샌가 나는 부족하고 모자란 사람이 된다. ‘나보다 더 날씬하네.’ ‘나보다 더 돈이 많네.’ ‘나보다 더 인기 많네.’ ‘나보다 더 좋은 학교에 다니네.’ 현재의 나는 부족하기 때문에 더 많이 가져야 한다. 여기에서 현재내가 소유한 것에 대한 감사함을 찾기는 힘들다. 그렇게 부족함에 중독된 마음은 곧 인색해지기 마련이다.

어떻게든 나보다 잘난 대상을 찾아서 현재는 부족하다고 느끼는 에고의 소유 즉, 소유에 대한 동일시와 집착은 가지냐, 가지지못하냐 결과에 집중하게 된다.사업가는 어린 왕자에게 자신이 별을 세는데 방해를 받은 세 번의 경우를 얘기한다. 1) 갑자기 풍뎅이가 날아와서 계산이 틀린 경우, 2) 관절염의‘공격’을 받은 경우, 그리고 3) 어린 왕자가 갑자기 찾아온 경우이다. 각각 ‘소유’를 쟁취하는 데에 방해를 받은 경우를 얘기하고 있다.

갑자기 날아온 풍뎅이가 사업가를 방해한 경우는 자연, 혹은 밖에서일어나는 현상 혹은 일어나는 상황에 의해서 소유가 좌절된 경우를 말한다. 인간의 의지는 한편으로는 모든것을 할 수 있으면서 다른 한 편으로는 할 수 있는 것이 굉장히 제한되어 있다. 나는 내 의지로 죽음을 피할 수가 없고, 작게는 머리털 하나 자라게 할 수 없다. 내 의지로 합격을 보장할 수 없고, 떠나가는 사람을 강제로 내 옆에앉힐 수 없고, 없는 의욕을 만들 수도 없다.

삶이라는 것이지옥은 아니지만, 그렇지만 동화도 아니다. 하지만 소유에동일시 되어있는 사업가에게 이것은 용납되지 않는다. 자신을 소유물들의 합이라고 생각하는 엄청 바쁜 사업가는, 새로운 별을 소유하면 살아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그래서 내가 소유할수 없다는 사실은, 내가 죽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나는 내가 열심히 노력하면 내가 소유할 수 있는 확률을 높인다고 생각했다. 한창 다이어트를 할 때 나는 열심히 노력하는 것은 성공확률을 높인다고 생각했다. 그렇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그러지 못했다. 그렇게 소유하지 못한나에게 안 될 수도 있다는 것은 진실이 아닌 변명에 불과했다. 결국 나의 실패 원인은 한가지뿐이었고, 그것은 나의 노력의 부족이었다. 그렇게 에고의 소유로 나는 나를엄청 다치게 했다.

사업가가 관절염과, 어린 왕자(내면아이)의 ‘방해’로 별을 세는것을 방해 받은 경우는 내 안에서 일어나는 신호에 대해서 말한다. 사업가의 소유의 관점에서 볼 때, 시시때때로 일어나는 자기 자신의 마음, 그리고 그것으로 인한 몸이주는 신호들로 인해서 ‘방해’를 받는다고 하고 있다. 이것만 소유하면 내가 가치 있을 것이라는 착각, 소유물이 늘어나면서자신의 존재 자체가 더 커진다고 착각하는 마음으로 인해서, 진짜 중요한 것은 보지 못하고 있다.

소유물이 쌓이는 것을 존재로써 생각하면 더 소유할수록 더 크게 존재하고, 더안전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지금의 이 상태는 소유를 존재로 착각하는 중독에 빠져있기 때문에 오히려나로써 존재하기가 더 힘들다. 에고의 소유에 중독되면 소유하면 할수록, 더가진 만큼 자신은 괜찮을 사람이라고 생각할수록, 자신의 내면을 보기 힘들어 진다. 에고의 소유는 소유를 해도 행복하지 않음을 또 다른 소유로 해소하려고 한다.

현대는 어느 때보다 더 많이 소유하고 있지만, 그것과 반비례하면서어느 때보다 불안하다. 우리는 화폐의 도입으로 물물교환에서 벗어나 경제가 더 윤택하게 흘렀다. 하지만 재화의 교환 도구이던 돈이 지금은 존재를 증명하게 되었다. 권력도, 명예도, 학력도, 사랑도돈이면 된다는 생각에 현재는 돈이 목적이 되어버렸다. 돈을 더 소유하면 더 큰 사람이 된 것 같지만, 그 커진 마음은돈이 없어지면 곧 내가 사라지고 나는 한없이 작아진다.

반대로 생각할 수도 있다. 나는 사랑을 원하고 관심을 원하는데, 거기에 적절하게 대응하지 않고, ‘만능열쇠’라는 돈을 주면 과연 행복할까? 그렇게 교류하지 못하면 결국 감정이 흐르지 못하고, 나중에는 몸에서병이나 고통으로써라도 신호를 보낼 것이다. ‘내가 원하는 것을 주세요!’라고....

그 외침을 과연 에고의 소유는 들을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