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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수행이나 명상을 통해서 가고자 하는 방향은 자신에 대한 정확한 이해와 신뢰입니다. ‘라는 존재는 이 세상에서 유일한 존재입니다. 우리가 어떤 조건에 의해서 자신을 받아들이고, 잘해야 하고, 뭔가 잘되어야 하고, 옳아야 한다는 생각들은 대부분 만들어진 관념들입니다. 이런 관념을 빼면 우리는 그냥 자신으로서 언제나 온전합니다. 스스로 자신의 온전함을 신뢰하는 마음을 자각 또는 깨달음이라고 합니다. 무엇을 자각하고 어디에서 깨어나느냐 하면 자기의 행위와 관념에서 깨어나는 것입니다.

 

우리는 자기 존재를 이해하기보다 자신을 행위의 산물로 여기면서 더 잘하고, 더 잘되고, 더 옳고, 더 커지는데 관심이 많이 가 있습니다. 그러기에 우리는 뭔가를 해야 한다는 압박감에 삶이 무거워지고, 자기 존재를 문제로 여겨집니다. 하지만 삶에는 원래 잘하고 못하고가 없습니다. 삶은 오직 경험이 있을 뿐입니다. 경험이란 우리가 삶 속에서 스스로 선택한 것들을 창조하고 책임지는 과정이기도 합니다. 우리가 삶이라는 경험 속에서 어떤 것을 선택하느냐는 누구도 빼앗아갈 수 없는 우리 존재의 고유한 권리이자 자유입니다.

 

 

옛날에 어떤 봉사가 있었습니다. 그는 태어날 때부터 앞이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는 비록 눈이 봉사였지만 열심히 살았습니다. 하지만 그는 나이가 찼지만 연애를 해보지 못했습니다. 그러다 우연히 사랑하는 여자를 만나게 되었습니다. 두 사람은 너무너무 사랑하면서 잘 지냈고, 좋았고, 행복했습니다. 그러든 어느 날 봉사의 친구가 찾아왔습니다. 그는 어릴 때부터 친구였습니다. 그 친구는 오랜만에 만난 봉사에게 사랑하는 여자를 소개받고 둘이 조용히 있을 때 말했습니다.

 

"!! 너 여자친구 진짜 못생겼더라. 왜 그렇게 못생긴 사람을 만난거야? 나는 그렇게 못생긴 여자는 처음 봤어." 이런 얘기를 친구로부터 들은 봉사는 갑자기 자신의 여자친구가 점점 싫어지기 시작했습니다. 이런 얘기를 듣기 전까지는 두 사람의 관계는 좋았습니다. 서로가 존중하고 잘 맞았습니다. 그런데 친한 친구가 "너무 못 생겼다."라고 이야기를 하니까 그 정보가 머리를 떠나지 않았습니다. 그러다가 점점 여자친구에 대한 흥미를 잃어가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나중에는 서로 헤어졌습니다. 봉사는 다시 혼자가 되었습니다. 그런데 친한 그 친구 또한 사실은 봉사였습니다.

 

 

우리는 모두 이런 삶을 살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봉사가 봉사를 안내합니다. 우리들의 친한 눈먼 봉사는 우리가 배워왔던 수많은 정보와 지식입니다. 그것들은 죽어있는 것들이지만 우리는 그것에 권위를 싣고 자신의 진실한 것들을 포기합니다. 내가 느끼는 내 느낌이 진실이고, 내가 원하는 내 욕구가 진실이며, 거기서 일어나는 내 감정이 진실이고, 바로 내 것입니다. 하지만 우리는 봉사처럼 자신의 것을 신뢰하기보다 만들어진 관념이나 사회적 기준을 더 중요시합니다.

 

봉사는 여자를 사랑했습니다. 하지만 친구가 못생겼다고 하니까 자기사랑을 버렸습니다. 우리는 지금 이순간 이미 완벽하며 아무 문제가 없습니다. 하지만 주변에 있는 봉사가 얘기합니다. 너는 직업도 아니고. 성격도 아니고. 학교도 아니라고. 우리가 이런 이야기를 믿는 순간 자신이 문제로 느껴지고 싫어집니다. 자신이 부족하다고 느끼게 됩니다. 지금 우리는 어떻습니까? 봉사가 친구에게 최면 당하듯이 우리 또한 정보에 최면 당하지는 않는지요? 봉사가 자신이 가장 사랑했던 여자친구를 버리듯이 우리 또한 쉽게 자신을 버리지는 않는지요? 자기 생각을 버리고 남의 생각을 취하고, 자기가 원하는 것을 버리고 남이 원하는 것에 맞추고, 자기감정은 억압하면서 남의 감정에 눈치 보면서, 우리는 자신이 아닌 남에게 좋은 사람 되려 하지는 않는지요? 봉사가 봉사를 안내하는 것과 같습니다.

 

'장님이 코끼리 만지기'라는 말이 있습니다. 장님이 코끼리를 만지면 코끼리 전체를 만질 수 없기에 장님은 자신이 만진 부분만으로 코끼리를 이야기합니다. 우리 또한 자신의 전체를 보고 있는 게 아니라 일부분을 보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전체로서의 ’, 온전하게 있는 는 옳음과 그름도 있고, 잘하고 못하고도 있으며, 우월과 열등이 있고, 당당함과 소심함을 모두 다 가지고 있습니다. 내 안의 소심함을 인정하는 사람은 상대의 소심함도 문제시하지 않습니다. 내 안의 당당함을 보는 사람은 상대의 당당함을 시기하지 않습니다.

 

우리가 사는 만들어진 세상은 자신을 분리된 존재로 규정하면서 이원성의 둘 중에 어느 한쪽을 선택하게 합니다. 그러면 선택되지 못한 한쪽은 자신의 정체성에서 밀려나 버립니다. 장님이 코끼리를 만지듯이 우리는 자신을 전체로서 이해하는 것이 아니라 이원성의 기준 속에서 판단과 분별로서 받아들일 만한 것만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이때 우리가 받아들이지 못한 부분들은 무의식 속에 얼어붙은 어둠으로 계속 누적되어 기회가 되면 폭발해 터져 나옵니다. 이렇게 무의식의 어떤 부분이 드러나는 순간 잘 나가든 우리 삶은 갑자기 엉망이 되어 버립니다. 무의식의 억눌린 감정이 팍~!! 하고 튀어나오면 안정된 현실은 깨져버리고 분노와 수치심, 두려움과 같은 부정적인 감정이 삶을 지배해버립니다.

 

우리는 어떤 면에서 보면 귀먹고, 눈먼 사람과 같습니다. 눈에 뻔히 보이는 자기 것에 눈감아버리고, 자기 내면에서 일어나는 소리를 듣지 않습니다. 몸이 하는 소리도 무시하고, 관계 속에서 일어나는 불편의 소리도 듣지 못합니다. 스스로 피해의식과 감정노름에 빠져 왜곡된 생각에 집착합니다. 이런 사람이 바로 귀먹거리고 눈먼 사람입니다. 하지만 깨어난 사람은 날마다 새롭습니다. 눈이 열리고 귀가 열려 보이고 들리는 모든 것이 항상 새롭습니다. 이거는 이래서 좋고, 저거는 저래서 좋습니다. ?! 새로우니까요. 반면에 스스로 무지를 붙들고 해결되지 못한 과거 경험이나 억압된 감정에 빠진 사람은 이래도 문제고, 저래도 문제입니다.

 

소크라테스는 "나는 누구인가?", "너 자신을 알라" 고 했습니다. ‘를 안다는 것은 내가 누구인지를 안다는 것은 자신의 근본 즉 변함없는 내면의 빛과 사랑을 발견하는 것입니다. 현실이란 외부에 있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바라보는 내면의 의식 상태 자체입니다. 의식이 열리고 변화된 사람에게 현실은 뭘 해도 새롭습니다. 그러기에 우리는 어떤 외부적 행위를 통해 자신을 좋고, 잘하고, 옳음으로 확장시킬 것이 아니라 내면으로 돌아와서 의식을 변화해야 합니다.

 

깨어남이란 자신에 대한 신뢰를 회복하는 과정입니다. 누가 뭐라 그래도 변함없는 를 바로 보아야 합니다. 생활 명상은 삶 속에서 이런 일이 일어나든 저런 일이 일어나든, 이런 사람을 만나든 저런 사람을 만나든, 그 모든 경험 속에서 자신이 누구인지 알아가는 과정입니다. 일어나고 사라지는 생각이나 감정, 느낌은 내가 아닙니다. 계속 세월에 따라 변화하는 이 몸 또한 내가 아닙니다. 내가 하는 역할이나 이미지도 내가 아닙니다. 내가 아닌 것을 자꾸 내려놓는 과정이 바로 생활 명상의 공부입니다.

 

무언가를 붙들고 집착할수록 삶은 무겁고, 심각하고, 힘들게 됩니다. 인생은 본래 가볍습니다. 자신의 본래 마음을 깨닫게 되면 삶에는 원래 아무 일이 없음을 알게 됩니다. 심각한 건 자신의 마음이지 세상이 아닙니다. 세상은 옛날이나 지금이나 그냥 그러합니다. 자연스럽습니다. No problem입니다. 아무 문제가 없습니다. 단지 그것을 보는 자신의 마음이 문제였습니다. 그래서 일체유심조라고 합니다. 우리는 스스로 어떻게 세상을 보고 인생을 대하는지 점검하고 탐구해야 합니다. 그리고 진실한 자신에 대해서 올바른 신뢰를 회복해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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