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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체성의 위기....

조회 수 1124 추천 수 0 2013.12.02 16:06:26

스스로 나는 누구인가?”라는 물음은 라는 경계와 영역을 어디에서 선을 긋느냐의 문제이기도 하다. 불교의 경전 중에 중국의 3조로 알려진 승찬 스님이 설하신 '신심명'이라는 책이 있는데 그 첫머리에 이런 구절이 있다.

 

至道無難 有嫌揀擇 (지도무난 유혐간택)

 

지극한 도에 이르기는 어렵지 않으니

다만 가려서(분별하여) 선택하지만 말라고 하였다.

 

하지만 우리는 끊임없이 자기만의 어떤 기준을 가지고 이쪽과 저쪽의 경계선을 긋고는 경계의 안쪽을 내 것 또한 자기와 동일시하고, 기준과 경계의 바깥에 있는 모든 것은 나아님, 비자기라고 하며 나누고 분별하며 투쟁한다.

 

정신분석학적으로나 심리학적으로 우리가 이런 분별심을 일으키는 가장 큰 이유는 자신의 자아가 영속적이고, 불멸적이며, 지속적으로 계속 존재하고자 하는 두려움이 그 근저에 깔려있다. 이런 두려움은 스스로 통제할 수없는 부분을 자아의 정체성에서 배제시키고 스스로 통제할 수 있고 조절이 가능한 영역만을 자신과 동일시하게 만든다.

 

인간이라는 유기체를 신체와 감정과 생각 3요소로 이루어진 존재라고 가정한다면 어떤 이는 이 3요소에서 일어나는 모든 경험들을 자신이라고 주장하는 반면 어떤 이는 병들고 죽는 몸은 통제가 불가능하기에 통제 가능한 감정과 이성만을 자신이라고 규정하기도 한다.

 

또 어떤 이는 신체뿐만 아니라 감정까지 통제하려는 시도에서 통제할 수 없는 감정자체를 억압하고 이성적인 생각만을 자신의 정체성으로 만들기도 한다. 하지만 이보다 더욱 자신의 영역을 좁힌 이들은 자신의 생각 중에서 받아들일만한 것만 자신의 의식영역에 포함시키고 나머지 받아들이지 못하는 모든 생각과 사고들은 무의식에 억압하기도 한다.

 

생물학적으로나 실제적으로는 몸과 감정, 생각사이에 어떤 분리나 분별도 근거가 없지만 마음으로 우리는 자기만의 기준에 따라 경계선을 긋고는 이쪽과 저쪽의 영역을 나누어 실체 없는 적을 만들어서 스스로 분열하고 투쟁한다.

 

이렇게 우리는 대립과 분별의 세계 안에서 스스로 육체와 감정과 생각사이에서 심리적인 고통과 문제들을 만들고 또 그 고통과 문제의 해결책을 찾아 해매이고 있다. 어쩌면 우리가 받은 교육은 이런 대립과 분별의 전제아래 어디에 기준선을 정하고, 어떻게 경계선을 긋는가를 배우는 과정이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우리가 무언가에 대한 통제력을 얻으려고 기준선을 정할수록 그리고 통제하려는 것과의 분리를 강화할수록 스스로의 생명과 한계는 축소되고 통제하려는 그것으로부터 소외된다. 우리가 느끼는 심리적인 고통과 신경증은 우리로 하여금 몸과 감정과 생각사이에서 어디에 경계와 기준을 만들고 분별하는지를 알려주는 신호이다. 그래서 기준의 이쪽은 자기정체성과 동일시하여 자아의식에 통합되고 기준의 저쪽은 인정받지 못하고 부정되어 무의식이라는 이름으로 잠재의식에 억압된다.

 

몸은 우리에게 생명에 이르는 중요한 정보와 스스로 삶의 경험들을 보여주는 안내자의 역할을 한다. 몸의 기능은 경험된 감정과 스스로 붙잡고 있는 생각에 대해서 진실 되게 반응만 할뿐 경계와 기준이 만든 정체성의 영역을 알지 못한다. 그러기에 몸은 병들지 않는다. 병을 만드는 것은 억압된 감정과 왜곡된 사고이며, 몸은 단지 조화가 깨어진 경계의 영역을 드러낼 뿐이다.

 

하지만 우리가 몸의 소리와 느낌을 온전한 것으로 받아들이지 못하고 몸에 일어난 증상을 통제하려하거나 없애버리려 한다면 몸은 우리가 만든 경계와 기준에서 저쪽바깥에 머물면서 싸우고 극복해야할 적이 되어버린다. 이렇게 몸은 우리에게 어디에서 감정을 억압하고 통제하고 있는지와 어떻게 생각으로 자기기준과 뜻대로 하려고 하지만 그렇게 되지 않을 때 고통을 통해서 어디쯤에 경계와 기준이 놓여 있는지를 보여준다.

 

하지만 몸의 소리를 듣지 못하고 몸을 적으로 만들 때 우리는 심리적, 감정적 저항들을 근육에 억지로 밀어 넣어 긴장을 만들고 불면증과 불안증, 우울증, 대인공포와 폭식이나 거식증 같은 섭식장애와 같은 문제를 일으키게 된다.

 

치유와 정신적 성숙이란 어떤 면에서는 어린 시절 상처가 만든 불안과 두려움, 고통의 기억들로부터 자아를 안전하게 지키기 위해 그은 경계와 기준의 분리된 익숙한 선들을 내려놓는 것이며, 고정된 정체성의 동일시에서 벗어나는 과정이다.

 

우리의 내면은 삶의 경험을 통한 조건화된 두려움과 비현실적인 욕망과 해결되지 못한 채 남아 있는 수많은 장애와 과제들이 무의식화 되어있다. 이런 장애들은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거나 사랑하지 못하게 우리를 경계선의 안으로 움츠러들게 만들고, 존재의 바깥에 정체성의 장벽을 만들어 자유롭게 흐르는 내면의 따뜻함과 사랑을 차단하게 한다.

 

우리의 영혼은 과거의 경험이 만든 익숙한 정체성을 버리고 성장과 미지의 영역으로 나아가길 원한다. 이런 과정에서 정체성의 위기란 스스로 방어적 패턴과 조건화된 인격 안에 묶여있던 온전한 생명과 지혜가 새로움을 향해 열려가려는 마음이다. 이는 생각과 감정과 신체의 분리가 스스로 만든 경계와 기준의 환상이며 실체가 아님을 깨달아 원래 하나 됨으로 통합시켜가며, 두려움에 기초한 긴장과 저항의 삶을 이완과 수용을 통해 사랑으로 나아가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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