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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예슬씨 보면서 '대단하다', '와' 하고 끝내면 그건 아니잖아요? 대단하다는 반응을 바라고 행동한 것도 아닐 테고, 자신의 행동을 통해 변화를 원하는 마음도 있었을 텐데…. 이번 일로 20대들이 자기의 현실을 고민해봐야겠죠. 저도 그렇고요." (<이십대 전반전> 저자 최은정, 서울대 독어교육과)

 

지난 10일 김예슬(고려대 경영학과)씨가 학교에 대자보를 붙이고 자퇴서를 냈다. 고대 정경대 후문에 붙은 대자보에는 "큰 배움도 큰 물음도 없는 대학"을 떠나 "쓸모 있는 상품으로 간택되지 않는 인간의 길을 선택"하겠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김씨는 대자보에서 20대를 "무언가 잘못된 것 같지만 어쩔 수 없다는 불안에 앞만 보고 달려야 하는" "양극화의 틈새에서 불안한 줄타기를 하는" 세대로 표현했다.

 

비슷한 시기 김씨와 같이 20대의 여러 고민을 안고 책을 낸 이들이 있었다. '불안을 강요하는 세상에 던지는 옐로카드'란 수식어가 붙은 <이십대 전반전>(출판사 골든에이지)의 저자인 5명의 서울대생들이다. 이들 역시 책에서 20대의 양극화를 걱정하고 불안과 우울뿐인 고학력 워킹푸어를 염려한다.

 

12일 저녁 20대의 목소리를 내고자 책을 냈다는 저자들로부터 김예슬씨 자퇴사건과 대학교육, 20대의 삶 등 여러 이야기를 들어봤다.

 

김예슬씨의 선언 "속이 후련하다"

 

김예슬씨의 생각에 대해 저자 5명은 모두 공감을 표시했다.

 

저자 중 한 명인 최은정(서울대 독어교육과)씨는 김예슬씨 일을 통해 많은 생각을 한 눈치였다. 최씨는 "솔직히 지금까지 한 번도 사회가 정한 순서를 어긴 적이 없었다"며 "사회가 옳다 한 대로 살고 한 번도 벗어날 생각을 못했는데 김예슬씨를 보며 내가 하고 있는 방식이 옳은 건지, 내가 어떻게 해야 하는 건지 고민하게 됐다"고 말했다.

 

또 다른 저자인 박은하(서울대 동양사학과 졸업)씨는 후련하다는 반응이다. 박씨는 "책을 통해 하고 싶었던 얘기를 그 친구(김예슬)가 해줘 부끄러우면서도 속 시원하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대자보를 읽은 느낌을 표현했다.

 

그는 "인생의 고민이나 철학 얘기를 할 수 없는 지금, (대학은) 단지 친구를 넘어뜨린 훈장이 아닐까"라고 반문하며 "그런 훈장을 부끄러워해야 하는데 (각 대학들이) '우리가 더 나은 훈장'이라고 광고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박씨는 "김예슬씨 대자보를 보고 학교를 뛰쳐나온 사람과 그 안에 남은 사람을 가르는 것은 본질이 아니"라고 보며 "그것보다 지금 대학이 어떻게 돌아가고, 원래 대학은 어때야 하느냐에 대한 논쟁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교수, 대학원생 통해 더 많은 얘기 흘러나와야 한다"

 

홍지선(서울대 사회교육과)씨는 이번 일이 '김예슬 스타 만들기'로 흘러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홍씨는 "그 사람이 유별나서 그런 게 아니라 이 사회가 그렇게 만든 것이고 다른 사람들도 그런 비슷한 생각을 갖고 있을 것"이라고 보았다.

 

그는 "특정한 사람을 스타, 사건으로 만드는 것보다 많은 이들이 그런 생각을 하고 있다는 데에 주목해야 한다"며 "김예슬씨의 결정을 통해 우리가 처한 현실을 읽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나아가 더 많은 사람들이 목소리를 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문수현(서울대 대학원 영어학 석사과정 재학)씨는 "(김씨의) 문제의식에 충분히 공감한다"며 "대학원 생이나 대학교수와 같이 더 많이 배운 학내 구성원들도 이야기 하기 꺼렸던 주제에 대해 말한 것이 훌륭하다"고 말했다.

 

문씨는 "자퇴해서 인생이 어떻게 되느냐 식의 얘기보다는 예슬씨를 자퇴하게 만든 고민에 공감하고 학내의 다른 교수님과 대학원생들을 통해 (이런 이야기가) 더 많이 흘러나와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번 일을 통해 생각이 달라진 저자도 있었다. 07학번으로 5명의 저자 중 가장 막내인 원소정(서울대 사회과학대)씨는 "제가 들어왔을 때에는 취업준비하는 게 대학의 전부인 줄 알았다"고 말했다.

 

원씨는 "이번 책을 준비하고 함께 일한 선배들 얘기를 듣고 나서야 옛날에는 그렇지 않았다는 걸 알게 됐다"며 "아래 학번으로 올수록 그런 대학교 생활이 당연하다고 생각할 것"이라고 말했다.

 

"LG·삼성 조직 가르치는 대학, 차라리 취직하는 게 나을 뻔"

 

대학을 막 졸업하거나 현재에 대학 혹은 대학원에 재학 중인 저자 5명. 대학교육으로 이야기가 옮겨가자 직접 경험한 얘기들이 나왔다.

 

박씨는 "대학생활을 하면서 삭막한 대학현실에 분노했고, 대학이 이래도 되나 하는 생각을 표현하고 싶어 책을 쓰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다른 학교 경영대에 다니는 동생이 학교에서 LG, 삼성의 조직이 어떻고 하는 것을 배운다"며 "동생이 이럴 거면 차라리 대학 안 가고 취직하는 게 나을 뻔했다는 말도 한다"고 전했다.

 

박씨는 대학이 '글로벌'에 너무 집착하고 있다고도 보았다. 그는 "대학이 동아리 활동이나 세미나보다는 영어 공부, 영어 강의를 강요한다"며 "리더의 조건이 이웃에 대한 이해나 역사 의식이 아니라 영어 잘하고 매너 있는 것이란 식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문씨는 선택지를 좁히는 교육에 대해 지적했다. 그는 "교육은 더 많은 가능성을 선택하게 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고) 이 세상이 정해놓은 답안지만 선택하게 하는 게 문제"라고 보았다.

 

대학원에 재학 중인 문씨는 "대학원에 진학하는 학생 수도 점점 많아지는데 대학원이 취업의 현실로부터 도피하기 위해 오는 것 아니냐는 얘기들도 많이 나온다"며 "대학원에 가면 진짜 학문을 하겠다고 생각하지만 실제 대학원 내에서는 자본에 대한 종속 등 문제점을 더 극명하게 느끼게 된다"고 덧붙였다.

 

"괴물되라 강요 받는 20대, 우리 얘기 직접 해야 한다"

 

박씨는 '20대가 어떤 상황이라고 보느냐'는 질문에 "괴물 혹은 낙오자가 되라고 강요 받는 세대인 것 같다"고 답했다. 남을 짓밟아 성공하거나 나락으로 떨어지거나 하는 양극화 사이에 있는 세대라는 것이 박씨의 설명이다.

 

또 다른 저자인 홍씨는 <배틀로얄>이란 일본 영화를 예로 들어 20대를 설명했다. 홍씨는 "배틀로얄이라는 게임 구조가 다른 사람을 밟지 않으면 내가 밟히는 것인데 지금의 20대도 다른 사람을 밟고 올라서야 내가 살아남는다는 압박을 받고 있다"고 보았다.

 

홍씨는 "그런 게임 구조 자체가 기성세대가 만들어 놓은 것"이라며 "지금 20대가 남을 밟아야만 하는 것도 환상 같은 것"이라고 지적했다. 게임 구조 자체를 20대가 깨야 하며, 게임 구조 속에서는 아무도 살 수 없다는 의견이었다. 

 

그는 이러한 환상을 깨기 위해 "투표를 열심히 했으면 좋겠다"는 말을 덧붙였다. '한 사람의 열 걸음보다 열 사람의 한 걸음이 소중'하니까 모든 사람이 조금씩 변하면 지금의 상황도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박씨가 제안한 방법도 홍씨와 크게 다르지 않다. 박씨는 "투표를 잘할 뿐 아니라 끊임없이 어떤 정당이 어떤 역할을 하는지 돌아보고 20대들이 블로그나 작은 매체를 통해 적극적으로 발언해 여론을 만들어 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책을 통해 "더 많은 20대들이 자신의 이야기를 터뜨렸으면 좋겠다(최은정)", "20대인 우리 얘기를 직접 하고 분노를 터뜨리며 희망을 만들어 가자고 말하고 싶었다(박은하)"는 저자 5명.

 

김예슬씨의 대자보와 <이십대 전반전> 저자 5명의 얘기에 다른 20대들은 어떤 메아리로 답할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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