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제목
> 커뮤니티 > 원장님칼럼

사랑하는 도반을 보내며.....

조회 수 1072 추천 수 0 2013.10.02 17:11:41

아 ! 사랑하는 그대여 뭘그리 일찍 법계로 갔는가?

함께 나누던 법담과 지혜로 나누던 사랑이

이렇게 가슴에 살아있는데

그대 떠났다는 말이 실감이 나지 않는구려.....

 

그대 허허로운 삶과 초탈한 일상이

떠나는 순간까지 아무일이 아닌듯

그렇게 떠나갔구려.....

 

어젰밤은 늦게까지 잠 못이루고

그대가 남겨놓은 자취와 흔적을 붙들고

아쉬움과 서운함으로 가슴이 먹먹했는데  

그대의 통찰과 깨달음의 소리는 온몸을 관통했다오....

 

먼저 가신 그대여!!!

간 곳도 온 곳도 없지만

언젠가 우리 그곳에서 한잔 술을 나누며

다시금 법담을 나누어보소.....

 

 

 

아래글은 도반이 2010년에 쓴 글....

 

 

<헤매임의 의미>

 

이 찻집이나, 이전의 찻집에 쓰여진 예전의 글들을 찾아 읽어보면 보인다.

각자가 뚜렷하고 명징한 깨달음에 도달했던 순간들이.....

'이 친구에게 이런 깨달음의 순간들이 있었나'라는 반가움이 일어날 정도로

그 글들은 '물음'에 대한 환희에 넘치는 '답'으로 명확하게 중심을 내리고 앉아 있다.

 

그런데 부처가 써도 그렇게 멋지게 표현하지 못할 것 같은 글을 써놓은 이들이

그 깨달음의 순간이 있었는지 없었는지 의식도 안되는 상태로 헤메이고 있는 것을 보게된다.

그럼 그들은 그 답을 깨닫지 못한 것인가?

 

그렇지 않다. 그들은 그 순간에 분명 답을 깨달았다. 그들은 그 답을 만났다.

그렇다면 그들은 왜 헤메이고 있는 것인가?

그것은 답을 만났다는 것과 그 답과 함께 사는 것은 다른 문제이기 때문일 것이다.

 

'그럼 그 답을 만났으면 됐지, 왜 또 그 답과 살아야 하는 문제를 겪어야 하는가?'

라고 물을 수도 있겠다.

그러나 이 물음을 상황을 바꿔놓고 묻는다면 이렇게 된다.

'사랑하는 사람을 만났으면 됐지 왜 그 사랑하는 사람과 사귀고 살아야 하는가?'

또 이런 물음도 될 수 있겠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을 만났는데 왜 그 사람은 항상 나와 함께 있지 않는가?'

 

물음이라기 보단 억지스런 주장에 가깝다. 

그런데 사람들은 한편에선 '내가 답을 만났는데 왜 그 답이 항상 나와 함께 있어주지 않는

이런 말도 안되는 문제를 겪어야 하냐'고, 좌절하고 힘들어하고 있다.

그리곤 사랑따위는 필요없다는 소외감의 절정을 경험한다.

 

 

분명 답을 만났다. 답을 만났다는 걸 알겠다.

그러나 그 답을 만났다고 해서 그 답이 항상 내 옆에 붙어 있어야 한다는 주장은

스스로 만난 답으로부터 분리되고 소외되는 경험을 끌어온다.

 

그 답을 사랑하는 사람이라고 비유하면 그러한 주장이 무의미하다는 것을 이해할 수 있다.

만났다면, 그것과 사귀고 그것과 함께 살아가는 상황으로 나아가길 원하게 되고

그와 관련된 문제들을 겪게된다,

 

그리고 그런 여러가지 상황들을 겪으면서 그 만남의 의미를,

그 답의 의미를 완성해가는 길을 걷게된다.

 

 

사랑을 원했고(사랑을 물었고)사랑하는 사람을 만나서

그 사랑하는 사람과 여러가지 상황을 겪으면서 그 사랑을 완성해간다는 설정은

물음을 물었고(물음을 원했고) 그에 대한 답을 만나서 그 답과 여러가지 상황을 겪으면서

그 답의 살아 있는 의미가 확장되어감을 만나고

그 답을 있게한 물음을 완성해간다는 설정과 정확하게 일치한다.

 

 

 

'나는 누구인가?'라는 마지막 물음이 있다. 또한 그것에 대한 답이 있다.

 몇일을 굶어 배가 고픈 사람에게 '우리가 배가 고프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할까?' 라는

물음은 탁상공론처럼 의미없게 들릴 것이다.

농사 짓는 법을 배우라는 답은 공허할 것이다.

 

그에겐 빵 한조각을 어떻게 얻을 것인가가 진정한 물음이고

빵 한조각을 먹는 것이 진정한 답일 것이다.

그러나 그 후에 그는 또 배가 고파질 것이다.

 

이미 먹어치운 빵 한조각은 그 배고픔에 답하지 못한다.

그러나 농사짓는 법을 배운다면 그는 그 배고픔에 답할 수 있을 것이다.

그때 그에게 배고픔이란 기분좋은 누림으로 다가올 것이다.

 

 

마지막 물음이란, 답이란 의미없게 공허하게 들릴 수 있다.

'나는 누구인가?' 라는 물음이 또한 그에 대한 답이 지금의 배고픔과 무슨 관계가 있는지

지금의 배고픔에 무슨 의미가 있는지 도통 감이 잡히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그 물음을 만났고, 그 물음에 잉태되어 있었고

그 물음이 낳은 답을 단 한순간이라도 만난 이들이여,

어떻게 그 답이 일상의 모든 헤메임을 단 하나의 물음으로 변형시키는

연금술로 살아 움직이는지, 어떻게 그 답을 있게한 물음이 일상의 모든 것을 품는

궁극의 물음으로 완성되는지 눈으로 직접 보고 싶지 않은가?

 

그렇다면 그 답과 함께 살아야 한다.

즉 모든 헤메임의 순간에 그것은 다시 답해져야 한다.

 

이 헤매임의 순간에 당신 조차도 사랑하는 이를 만났다는 것을 잊었는지도 모른다.

아니 나는 그를 만났는데 그는 항상 나와 함께 있지 않다는 소외감에

만났다는 사실 조차 무의미해졌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만남이란, 함께 함이란 저 깊은 수면 아래로 사라졌다 끊임없이

다시 떠 오르며 그렇게 살아 움직이는 것이다. 

그대가 만난 그 답이, 숱한 상황들 속에서 새로운 모습으로 끊임없이 일어서고 드러나

그 모든 상황에 답하는 것을 목도했을 때 그대는 사랑을 깨닫는다.

 

지금 헤메이고 있다는 것은 그 '답'과의사랑을 깨달아가고 있다는 것이다.

만났고 관계를 맺으며 함께 여러 상황을 겪어내면서

그 모든 상황에서 너를 만났다는 것을 다시 답할 수 있는 것.

 

그렇게 그 만남의 의미가 더욱 확장되어감을 깨달아가는 것

그래서 그 만남이 답이 아니라 물음으로만 표현될 수 있다는 것을 깨닫는 것.

답이 끊임없이 새롭게 답해짐으로써 더 이상 답을 필요로 하지 않는 물음으로 완성되는,

그것이 사랑이며, 헤메임의 의미이다.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sort 조회 수
355 내 앞에 놓인 무기들..... 원장 2013-07-20 1324
354 방황하는 젊음에 아타까워하며 쓴 답글..... 원장 2013-09-07 1403
353 영화 "관상"을 보고서..... 원장 2013-09-16 2398
352 영적인 삶의 동기.... 원장 2013-09-22 1121
351 탐구와 모험의 길..... 원장 2013-09-22 1113
350 가면속의 얼굴...... 원장 2013-09-22 1270
349 만족과 멈춤에 대해서.... 원장 2013-09-23 1322
348 어떤 만남..... 원장 2013-09-27 1298
347 만남.... 원장 2013-09-27 1104
» 사랑하는 도반을 보내며..... 원장 2013-10-02 1072
345 깨어남의 의미.... [4] 원장 2013-10-11 1135
344 "어떻게"라고 묻지 마세요. 원장 2013-10-12 1038
343 명상의 아침.... 원장 2013-10-15 994
342 명상중에..... 원장 2013-10-23 1038
341 두려움과 수치심 원장 2013-10-29 11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