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수 520
나는 언제나 기다리는 나무다.
그자리 그대로 언제나 나는 기다린다.
기다림에는 이유가 없다.
왜야하면 나무는 언제나 그자리에 우뚝하니
서 있어야만 하는 운명을 선택했다.
외롭고 연약한 작은새가 날아든다면
나무는 비를 피하고 바람을 피하고 쉴 곳을 주는 것이
나무의 행복이고 나무의 즐거움이다.
나무는 새에게 어떤 이유를 묻지 않는다.
나무는 새를 평가할 수도 판단하지도 않는다.
나무에게 찾아드는 새는 나무의 행복이다.
오랜 세월 나무는 많은 새들과 그들이 남긴 흔적이 있다.
그 흔적들이 쌓일 때마다 나무는
외로운 긴긴 기다림을 다시 맞이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