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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간의 단식을 떠올리며....

조회 수 4724 추천 수 0 2012.07.23 21:48:41


딱 2년 전, 2010년? 아니 3년전 2009년. 요맘때였다. 

살을 빼기 위해 짧은 참새다리 부지런히 놀리던 때가.

 

황새다리를 바라는 건 욕심이라, 알았으면서 오히려 공작새가 되길 바라고 또 될 수 있으리라 막연한 기대감에 부풀었던 때였다. 나는 반짝반짝 빛이 나고 싶어 안간힘을 썼다.

 

욕심내던 오색찬란한 깃털이 아닌, 공작 깃에 달린 수천 개의 안구들.

남들을 향한 그 예민한 촉수들만이 나의 얇은 깃털에 다닥다닥 붙는 지 모르는 채, 

앞으로 나아가지 않는 검정 길 위에 몸뚱이를 얹고 내 것을 훔친 도둑놈을 잡는 심정으로 달렸다.


1110916206.jpg


참새는 참새일 뿐. 좀 더 납작하게 축소된 참새나 그 전의 참새나 다를 바가 없었다. 

더 안쓰러워 보였을 망정.  바람 빠진 쭈글했던 내 몸과 마음은 곧 이어 알 수 없는 매캐한 연기와 독소로 후- 부풀어 올랐고, 매연을 삼킨 참새는 괴로움에 날지 못했다.

인공호흡이 필요했다 (조鳥공호흡이려나?).

제 주제 모르고 하늘 높아라 봉긋 솟은 부리를 콱 짜브라뜨려 매연을 빼야했다.


하지만 내가 선택한 것은 웬갖 지렁이와 흙, 쓰레기봉투 속 잡 것들.

뻥 비어버린 공갈빵과 같은 속을 채우고 채우고 꽉- 끝없이 채웠다.

채워지지 않을 그 텅 빈 공간을 무엇으로라도 채워야만 살 수 있을 것 같았다.

 

지금 이 도시처럼, 참새는 사라지고 닭둘기가 되어갔다.

어디서나 볼 수 있는 흔한, 그리고 다소 '불필요한' 존재인 닭둘기라며 스스로를 세뇌시켰다.



3.jpg



거울에 비친 내가 진정한 내가 아님을 희미하게 느낄 수 있었다.

도시의 가로등이 꺼지고 숨어있는 고양이의 발정난 울음이 그쳐갈 즈음 해가 뜨기 직전, 그 경계의 소름끼치는 어둠 속에서만 한여름의 신기루처럼 잠깐, 갈색의 윤기나는 털이 타올랐다 사라졌다. 그리웠다.

[ 매연으로 뒤덮인 거울 속의 회색 비둘기를 깨고 싶어 ]

맛이 가버린 팅팅 불은 라면면발의 뇌와 터진 만두가 된 눈을 다시 탱탱하게 살리고 싶었다.




dreamlike_052.jpg


매연을 빼고 다시 제자리로 돌아가기.

3년이 지난 2012년 7월 초중순. 내가 했던 새로운 발걸음이었다.

깃털을 빼서 바꾸고 고치고 물들이는 작업이 아니라,

회색으로 물든 흰자위에 주사기를 꽂고 쭉- 오물을 뽑아내는 일. 그것이었다.

투명해진 수정체로 거울 그대로의 거울을 보다.

혹은 진짜 나를 비추는 내면의 거울을 찾아가다.



사실 아직도 모르겠다.

참새가 가장 참새다울 수 있는 길이란?

어디로 날아, 무엇을 먹으며,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



그러나 스스로 채웠던 최면을 벗어나 내가 나임을 깨닫고 인정하게 된 것만 해도 얼마나 감사한 일인가! 하는 생각이 든다.




원장

2012.07.24 09:57:21
*.54.179.42

참새는 참새일 때 참새로서 가장 아름답다.

참새의 내면에 비워진 공간은 채워야 할 무엇이 아니라

비어있기에 날 수 있는 새로운 가능성의 공간이다.

 

비어있는 곳을 채우려는 허기진 마음과 갈증은 내면에 두려움과 수치심을 일으킨다.

그러기에 그곳은 비움의 평안과 아름다움이 아닌 채움의 어리석음으로 날뛰게 된다.

 

되려는 마음과 하려는 마음이 만드는 채우려는 욕망의 내림이 단식이다.

단식은 먹는 행위를 놓는 것도 있지만 그보다는 채우려는 마음을 비움이다.

 

참새는 그냥 참새다.

참새다움은 그냥 참새로 살면 된다.

어디로 날지 무엇을 먹을지 어떻게 살지라고 참새는 묻지 않는다.

왜야하면 그 모두는 그냥 있는그대로 자연스러움이지 생각이 아니기 때문이다.

 

 

황새가 되어야한다는 마음과 공작의 깃털을 만들려는 최면에서 벗어나

스스로 참새로서 존재하는 있는 그대로의 머무름이 자기사랑이 아닐까.......

 

힘든 단식을 15일간 잘 해낸 님의 진실한 마음에 빛과 사랑이 깃들기를.....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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