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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 다른 기준을 자각하다. - 목우

조회 수 1161 추천 수 0 2021.11.30 09:07:40


이유는 모르겠지만 예전과 같이 핵폭탄 아이도 심지어 예뻐보이고 모든 것이 편안하고 즐겁고 이완된 하루였다. 물론 아이들이 쉬는 시간 달라고 떼쓸 땐 '이것들이 내가 만만한가? 나는 권위가 없나?' 싶어서 훅 올라올 때가 있었다. 그때는 좀 아이들에게 확 누르는 힘도 나왔지만 그것도 괜찮았다. 누르면 되지. 하지만 저절로 되었으면... 할 때가 있어서 아쉬웠다.


아니, 심지어 사부님들께도 옙! 하고 고개가 안 숙여지는 도반이 수두룩한데(나 포함) 애들이 젊은 나 같은 선생한테 그게 되겠냐 싶어서 좀 놓이는 부분도 있다. 그리고 핵폭탄 애가 나에게 좀 막대하는 게 있는데(자기 엄마한테 하듯이 나한테 뭐 갖다 달라고 하거나, 대신 해 달라고 함.. ㅎ말문이 막힘) 예전엔 이 싸가지가? 내가 뭘로 보이냐?로 돌아갔는데 이젠 이게 그냥 그 아이구나... 그냥 쟤는 쟤대로 하는 거구나 하고 놓이면서 그럼 내가 나의 선을 지키고 내 불쾌함이나 내가 안 된다는 걸 표현하면 끝이지~ 싶어서 그리 크게 욕하고 싶진 않다.



어제 새벽 4시까지 넷플릭스 드라마 지옥을 보았다. 소재 자체가 내가 너무 흥미로워하는 거라 보기 시작했고, 재밌긴 했지만 그냥 예상 가능했고 중간중간 좀 지겹거나 연출이 거슬리는 부분도 있어서 별 3.5개 정도 주면 좋을 거같다. 유아인, 박정민, 김현주의 연기가 아주 훌륭했기 때문에 거기에 몰입이 잘되었다.


'소도'라는 단어가 주는 느낌이 너무 좋았다. 그런데 나는 확실히 드라마 체질은 아닌 거 같다. 5화 6화 넘어가니까 시간이 많이 늦어서 그런 거도 있지만 집중이 안 되길래 스킵스킵하며 방향키를 돌리며 보았다. (앞으로 5초씩 빠르게 돌리며 중요장면만 봄) 나는 영화가 좋고 영화가 딱 맞다.



대학 동기 중 하나가 자기는 드라마 체질이라며, '나는 호흡이 짧은 영화보다 호흡이 긴 드라마가 좋다.' 이런 표현을 했는데 그때 당시도 영화를 너무 좋아하던 나였기에 그 얘기 듣자마자 기분이 확 나빴다. 아직 까지도 그 말을 떠올리면 불쾌한 게 있다. 그럼 나는 뭐 헐떡거리며 영화 보냐? 한번에 편하게 들이쉴 호흡을, 이거하고 저거하고, 이거붙이고 저거붙이고 해서 쓸데없이 늘려 놓은게 오히려 드라마 아니냐?


이렇게 조목조목 반박하지 못한 게 아직도 천추의 한이다. 걔가 좀 말빨이 쎈 아이여서 그렇게 못한 게 있고, 나도 감정이 요동치는 게 더 앞서서 그냥 잠자코 있었다. 이거야말로 그때그때 제때 반응 못한 것에 대한 내 책임 아니겠는가. 나는 이런 경우가 너무 많다.



그런데 일지에서 적은 대학 동기의 경우에서 갑자기 팍! 뭔가 떠오른 게 있어 적어본다. ㅎㅎ.. 침대에 누워있다가 벌떡 일어났다. (원장님과 했던 상담을 반복 듣고 또 듣던 중이었는데 이 덕분인듯~~^^) 대학동기가 '나는 호흡이 긴 드라마가 잘 맞아.'라고 말했을 때, 내 안에는 이미 '영화는 뭔가 아티스틱하고 예술적으로 뛰어나다. 드라마는 촌티 나고 아줌마같다.'는 편견과 인식이 안에 있었다.


그 기준이, 나와는 다른 기준으로 바라보는 동기에 의해 건들려지니, 내 옳음의 기준이 흔들려서 화가 났던 것이다! 반응을 하고 안하고의 문제가 아니었다. 그때 느꼈던 내 당황스러움은 여기에 있었다! 만약 내 안에 '영화 좋아하는 사람은 뭔가 예술적으로 감각있고, 드라마 좋아하는 사람들은 촌스럽다'라는 인식이 없었다면. 그러한 편견과 생각이 없었다면 친구 말에도 발끈! 하는 게 올라오지 않았을거다. 건들려질 게 없기 때문이다.



와우~ 시원하게 딱지 떨어진 이 느낌~^^

내가 만들어놓은 묵힌 10년 전 상처가 이제야 딱지 떨어져 나으려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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