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제목
> 커뮤니티 > 자유게시판

삶을 신뢰하고 맡겨라... - 화공님

조회 수 1201 추천 수 0 2017.12.28 08:37:03

1. 다른 선택을 하면 새로운 것이 드러난다는 것을 알았다. 그리고 변화와 선택의 결과는 ‘모른다’는 것을. 삶을 신뢰하고 맡기라는 것과도 연결되는 느낌이다. 어제 동료들 단톡방에서 나왔다. 그 직후 한 명이 내 마음을 이해한다는 문자를 보내왔다. 그리고 밤 9시쯤 또 다른 한 명이 톡을 보냈다.


동료: 샘은 관심도 없는 내용을 올려서 미안해요. 샘한테는 공해가 되었을 수도 있겠네요.

나: 서로 다를 뿐이라고 생각해요. 넷으로 묶여 샘과 가까워졌지만 이젠 그 밖에서 샘의 또 다른 면을 만날 수 있을 거란 느낌이 들어요. 난 감정의 찌꺼기가 없으니 샘도 가볍게 생 각했음 좋겠어요.


동료: 샘 말이 맞아요. 난 샘을 이해할 수 있어요. 왜냐하면 나도 파킨슨이라는 병을 갖고 있으니까요. 샘의 병명은 샘이 낸 휴직계를 우연히 보고 알게 됐어요. 언젠가 둘이 차 한 잔 하고 싶었는데 이렇게 톡으로 하게 되네요. 시간 날 때 차 한 잔 해요.



헉, 나는 정말 놀랐다. 전혀 짐작도 하지 못했다. 지금까지 그 동료는 아무런 티도 내지 않고 무거운 업무를 다 해내는 성실한 사람이었을 뿐이다. 놀라움, 안타까움, 순식간에 오는 이해...단톡방의 틀 속에서는 만나지지 않던 그 사람의 새로운 면이 드러났다. 모난 사람이 되기 싫다는 두려움을 안고 단톡방을 나왔는데 이런 걸 만나게 되다니. 또 어떤 것이 펼쳐질지 알 수 없다. 그냥 일어나는 상황에 열려 있고 싶다.



2. 자기실적평가서를 내라고 한다. 사실 형식적인 거여서 어떤 것에 영향을 주는 것은 아니다. 작성하다가 의문점이 생겨 같은 과 동료에게 물어봤다. 그 동료는 대답해 주면서 이렇게 덧붙인다. 자기 평가에 ‘보통’에 체크하지 말고 ‘만족’에 표시하라고, 그게 정답이라고. 그 사람은 내가 ‘보통’에 체크할 것을 이미 알고 있었던 거다.



나는 출력된 종이 앞에 섰다. 서명을 하고는 망설인다. 볼펜으로 ‘만족’에 동그라미를 그린다. 그 순간 울컥 눈물이 나려고 한다. 이게 뭐지? 뭐지? 추운 곳에서 땡땡 얼어가던 사람이 갑자기 따뜻한 곳으로 들여졌을 때 온몸이 녹아내리는 온기 같았다. 내 행동과 마음을 바라보니 참 우습기도 하고 가슴 저리기도 하고...



3. 지난 주 금요일 있었던 일. 점심을 먹고 몇 명의 동료가 모여 이야기를 하다가 공공의 적 한 명을 성토하기 시작했다. 그 때 한 명이 뜬금없이 내게 한 말은 “샘이 그 사람과 일로 얽히면 어떨까. 샘은 멘탈이 없으니까 병 날 거야. 아마 휴직하지 싶다.”였다. 난 귀를 의심했다. 어떻게 저런 말을 할 수 있지. 난 “그건 알 수 없죠.‘라고 답했지만 내 말을 귀담아 듣는 것 같지는 않았다.



INP 끝나고, 그 사건에 대해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명확해졌다. 지금이 경계를 세워야 할 때다. 그 사람이 나쁜 뜻이 아니었다는 것은 안다. 하지만 그런 이해 따위 지금은 하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찾아갔다. 먼저 ’멘탈이 없다‘를 무슨 뜻으로 썼는지 물었다. 그리고 난 그런 판단, 평가를 듣는 것이 불편하다고 말했다. 그 사람은 당황하고 변명을 했지만, 곧 미안하다고 사과하며 자신이 말을 함부로 하는 것을 반성했다. 나는 사실 동료가 어떤 마음이었는지는 알고 있다고 하며 대화를 마무리 지었다.



마음 속에 들러붙어 있던 것이 떨어졌다. 동료에 대한 미움, 온갖 스토리들, 나 자신에 대한 화, 행동할까 말까 하는 망설임들... 남을 원망할 것도 없고 남의 판단에 놀아나며 나를 위축시킬 것도 없었다. 아무것도 남지 않았다.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sort
공지 저희 홈피를 찾아 주신 모든 분께 감사의 말씀을... [5] 관리자 2008-03-24 77592
공지 <나를 꽃피우는 치유 심리학>이 출간되었습니다. imagefile [5] 성원 2009-12-21 84883

축복.. [2]

아침마다 해독주스 한 잔! 어떤가요? image [2]

간격 [1]

  • 꼬마
  • 2006-11-02
  • 조회 수 3443

행복한 엄마가 되는 8가지 방법

  • 원장
  • 2010-11-29
  • 조회 수 3432

내 안의 아이. [3]

나비의 비밀

  • dutls
  • 2007-01-09
  • 조회 수 3380

괴로울때 나타난 이미지..... 벼리님 [1]

  • 원장
  • 2011-02-26
  • 조회 수 3367

홈피도 너무 오랫만에 찾아 왔습니다! [2]

예민함?? [1]

  • 성원
  • 2010-07-19
  • 조회 수 3345

어제 있었던 일을 쭉 한번 돌이켜봅니다. [1]

만남과 관계 -법정스님

  • 성원
  • 2010-04-02
  • 조회 수 3328

잘지내고계시죵?^.^ [3]

  • 별이
  • 2010-07-16
  • 조회 수 3323

한반도 현실과 4대국 - 김대중 전 대통령

내가 이상을 버리지 않는 이유--((문학의 숲을 거... [1]

선생님! 인사드립니다.. ( _ _ )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