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수 520
수행을 통해 우리가 만나게 되는 것이
더이상 해야할 것이 없는 자연스러움이듯이
불안이라는 감정을 통해 우리가 만나게 되는 것은
더이상 저항하고 거부해야 할 것이 없는 온전함이다.
옳음과 그름, 잘하는 것과 못하는 것...
좋은 감정과 싫은 감정, 편안함과 불편함...
투명한 공간에 일어나는 그것들은 모두 같은 재료이며,
분별하는 내가 없다면 그것들은 모두가 원래 하나이다.
'나'라는 정체성은 집착과 동일시의 산물이기에
이것과 저것의 인연으로 일어나는 관계성의 진실에는
'나'라고 붙잡을 만한 것이 원래 없다.
연기에 묶인 마음은 조건이 변할 때마다 흔들리지만
연기의 실체를 아는 마음에는 언제나 홀로 비어 있다.
이것과 저것은 무상하게 변해가는 작용의 모습일 뿐
그 어디에도 붙잡을 만한 실체는 원래 없다.
생각은 꿈을 꾼다. 생각은 망상을 짓는다.
생각은 미래를 만들고, 과거를 조합하며,
현재의 소중한 생명의 살아있음을 잃어버린다.
하지만 생각이 쉬어지는 그 자리에는
삶이 기쁨으로 출렁인다.
생명이 빛을 발하고 춤을 춘다.
삶이 '나'이자 생명이 '나'자체이다.
관념의 베일이 벗겨지고
생각의 장막이 찢어진 그곳에
원래의 '나'가 그대를 기다리고 있다.
한번도 그것은 그대를 떠난 적도 벗어남도 없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