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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그대님의 생활단상....

조회 수 730 추천 수 0 2016.04.24 09:05:58

저녁이 되면 에너지가 고갈되어 피곤하다. 9시 쯤 되면 눈이 끔뻑끔뻑 감겨서 모든 일은 내일로 미루는데 하루동안 느끼며 감명깊었던 점들도 어느새 휘발유처럼 날아가기도 한다. 몸도 마음도 가장 순수한 시간이 아닌가 싶다. 모든 상념들이 침대  위에서는 사라지고 나는 마치 통통한 토스트 위에 누윈 베이컨이 된 기분이다. 세탁기에 돌아가는 물소리를 들으며 일지를 쓰고 있다.



일지를 쓴다는 것, 기록한다는 것, 메모한다는 것, 표현한다는 것은 무엇을 이란 목적어를 빼놓고 이야기 할  수 없다. 줄곧 나는 혼자라는 무지에 빠져 있었는데 내가 인간의 몸으로써 감각을 지닌 존재로 지구에 태어났음을 인식 했을 때 나의 삶이라는 것은 지구상에 마주치는 모든 것들과의 만남이구나.. 기특한 생각이 들었다.



나는 홀로 왔지만 혼자는 아니었고 언제나 무엇과 누군가와 '함께'였다. 함께인 대상들이 내게 주는 감정과 느낌들이 내 기록의 재료가 되고 정체점이자 성장점이다. 또한 '내가 지구에 왔다'라는 흥미로운 문장은 나의 닉네임 '별그대'의 정체성이다. 드라마 제목을 연상케 해서 오글거리지만 내가 어디에 있고 왜 왔는지 잊지 않기위해 붙였다. 이 마법같은 문장은 두려움과 공포감에 마음 빼앗겨 있을 때 반발짝 이나마 떨어져 볼 여유를 준다.



나는 항상 건물들 속에 있고, 도로 위를 걷고, 산에 둘러싸여 살고, 하늘아래 있다고 느끼며, 떠나고 싶고, 답답했었다. 그런 맘을 달래러 그날도 밤공기를 쐬러 강변을 따라 걷고 있었는데 머리위로 반짝이는 별이 보였다. 환하게 뜬 둥근달도 보았다. 한참을 걷는데 순간 지구과학 시간에 검은 띠 위로 태양, 지구, 달, 목, 토, 천, 혜...  나열된 태양계가 떠올랐다. 순식간에 시야가 동그란 지구를 감싸며 펼쳐지고 잠시 땅이 흔들리듯 어지러웠다. 어린왕자가 되어 지구를 공처럼 밟고 있는 느낌이었다. 
  


나는 다시 솜털만큼 작아져 천체를 바라보았다. 아...달도 별들도 동그랗게 떠있는 거였네... 너무 멀리 있는데 칠판에 자석처럼 붙어 있는 줄 알았네.. 신비롭고  살아있었다. .. 지구도 하나의 '행성'이고, 별이었지... 지구 위로 만들어진 건물들과 불 켜진 아파트, 맥도날드 전광판, 상점, 가로등, 태어나 습득한 모든 지식과 이념들.. 그리고 내가 들고 있는 고민들... 지구에서 지지고 볶는 일들이 부질없고 허무해보였다.  
  


동시에 엄마의 뱃속에서 막 태어난 아기와 같이 호기심 덩어리로 새롭게 보이고 이런게 지구에서의 삶이구나... 지구에서 할 수 있고 경험해 볼 수 있는 셀 수 없는 자유에 가슴이 먹먹해졌다. 답답해서 떠나고 싶은 마음보다 다른나라에 대한 탐험욕구가 솟았고.. 나와 같이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살까.... 당장 떠날 수는 없고.. 그래서 책을 읽는거구나.



마음이 열리니 책을 선택하는 폭도 넓어지고, 좀 더 여유있게 스며들고.. 처음만나 나누는 대화처럼 귀기울이며, 천천히 읽게되었다. 지금도 내가 지구에 왔음은 도미노 처럼 나의 생각들을 하나 둘 쓰러뜨리며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을 바꿔나가게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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