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제목
> 커뮤니티 > 자유게시판

부모님과의 해외여행 - 분홍공기

조회 수 984 추천 수 0 2015.12.03 13:01:24


1. 여행 가기 전


처음 부모님께 여행 제안을 하고 동의하지 않는 아빠가 원망스러웠다. 자식이 같이 효도관광을 가자는데 어느 부모가 마다할까 하는 원망이 올라왔지만 아빠의 성향을 이해하고 나서는 원망을 설득으로 바꾸며 3개월이라는 시간동안 번복하면서 결정하기까지의 시간도 나에게는 아이수가 필요했다. 내가 계획한 이번 여행의 목적은 자유로운 몸. , 내가 결혼이나 누군가나 주변을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환경 속에서 편안하게 부모님과 여행을 처음이자 마지막이 될지 모르는 건강한 모습으로 좋은 추억을 만들고자 함이었다.



돈 걱정, 일 걱정 이런 걱정들은 하면 할수록 가지 못할 것이라는 생각을 낳았으며 그렇게 내 식대로 추진하였고 계획하였으며 실제로 다녀온 뒤로는 아무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것을 다시 한 번 깨달았다. 결국 생각은 생각을 낳고 그 생각을 꼬리를 물고 긴장으로 연결된다는 사실을 알면서 몇 달을 계획한 나의 여행은 처음 마음도 나를 위함이었고, 그 마음이 부모님에게도 함께 즐거운 마음으로 공유되었으면 하는 마음이었음을 알고 무사히 마무리 되었음에 감사한다.




2. 여행 과정에서 



5일이라는 결코 짧지 않은 시간 동안 잠자는 시간을 제외한 나머지 시간을 부모님과 함께 함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거동에 어려움이 없었고 나보다 훨씬 더 많은 인생을 사시며 나에게 살아가는 세상을 알려주신 부모님이었기에 내가 하나부터 열까지 챙겨야 한다는 생각은 하지 못했다. 실제로 우리나라에서 함께 여행을 자주 다녔지만 생각해보면 해외여행은 집단으로 다니는 단체여행만 다니셨지 이렇게 개일 일정으로 낯선 나라에서의 여행은 처음인 부모님을 내가 챙겨야 한다는 것은 비행기에서 내리자마자 느낀 첫 긴장이었다.



나도 처음인 나라였고, 모든 것들이 처음인 거리 그리고 의사소통에 큰 어려움은 없었지만 쉽게 말이 오갈 수 있는 환경은 아니었기에 외국인이 말을 걸기란 순간마다의 큰 용기가 필요했던 것 같다. 나 역시도 처음 가는 해외여행은 아니고 혼자가 아니었지만 왜 이렇게 순간마다의 긴장을 했는지, 그것은 고생을 시키면 안된다는 생각에 잡혀 있어서 그랬던 것 같다. 드시는 음식 하나, 필요한 물 하나 그리고 더위와 싸워야 하는 체력까지도 순간마다의 부모님의 상태와 컨디션 그리고 계획한 일정대로의 시간 체크, 이동하는 상황까지 모든 순간들이 나에게는 업무와 같은 여행 가이드 역할이었다.



걱정했던 것보다 더 잘 드시고, 동선에 어려움이 있어 복잡한 지하철도 잘 이동해서 다녀주시고, 여행지에 대한 새로움으로 아이처럼 좋아하며 사진을 찍는 모습을 보며 뿌듯함과 동시에 그동안 나만 행복하게 다녔던 여행에서의 즐거움을 이제야 드린다고 생각하니 미안한 마음도 올라왔다. 가기 전 컨디션이 너무 좋지 않아 링거도 맞고 여행 내내 밤마다 몸이 아파서 쓰러질 것 같은 두려움도 올라왔지만 이리저리 뛰어다니는 내 모습을 보며 부모님 또한 안쓰러움과 고마움으로 내 계획에 잘 응해주셨던 것 같다.



그렇게 나는 매 순간이 두려움과 긴장감으로 뭉친 나와의 만남이 여행 내내 계속 되었지만 그 마주하는 순간을 피하지 않고 마주함으로서 오히려 더 큰 단단함이 생긴 것 같다. ‘좀 버벅대도 괜찮아, 잘 찾아가고 있어, 오늘도 계획한 대로 잘 다녔구나, 이렇게 멋진 풍경들을 볼 수 있음에 감사해야지, 무사한 하루가 지나갔구나,’ 이런 주문들을 스스로에게 이야기하면서 응원하였다.



3. 여행을 돌아와서 느낀점 



여행에서 돌아오고 출근을 하니 비로소 내 몸과 마음이 어디에 있는지 느낌이 온다. 여행 전과 여행 내내 긴장의 연속이었다. 편안하고 순수한 마음이 있었지만 이 긴장은 어디에서 오는 것인지 잡아보지도 못하고 내내 허공을 맴도는 듯 한 느낌만 지속되었다. 생활 리듬이 다 깨어져서 인지 컨디션은 회복되지 않았고, 감기를 달고 출국해서 괜찮아지겠지 하는 기대는 더운 나라의 기온과 더위를 피하기 위한 방법으로 에어컨과 아이스 음료 덕분에 더 악화되었다.



하루 종일 걷고, 지도 보고, 시간 보고, 엄마아빠의 컨디션과 상태를 체크하느라 보고 싶고 담고 싶은 여행의 풍경은 뒤로 해야만 했다. 그렇지만 나는 이러한 역할을 하기 위해 이번 여행을 계획하였고, 내가 주인공이 아닌 부모님이 주인공이었기에 서운하거나 그런 마음은 전혀 없다. 오히려 내가 마음을 더 내고 나를 더 사용함으로 인해서 아픈 내 몸은 정신력으로 단단해지는 느낌이었던 것 같다. 이런 상황을 마주함으로 인해서 나의 또 다른 모습을 만날 수 있었다.



긴장되고 부담으로 다가왔던 모든 순간들을 피할 수는 없지만 그것들을 만남으로 인해서 내가 성장할 수 있음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마지막 날, 엄마 아빠의 고맙다는 한 마디에 눈물이 날 뻔 했지만 나 스스로에 대한 뿌듯함을 말로 표현하지는 못했으리라..꿈같은 5일 동안의 시간이 고생과 긴장으로 만나는 시간이었지만 올해가 가기 전 지금 이 순간 내가 가장 잘 한 일이 아닐까 싶다. 앞으로의 삶에서 이번 여행이 어떤 밑거름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나에게는 훌쩍 커버린 내 마음에게 다시 한 번 고마움을 가져본다.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sort 조회 수
공지 저희 홈피를 찾아 주신 모든 분께 감사의 말씀을... [5] 관리자 2008-03-24 77852
공지 <나를 꽃피우는 치유 심리학>이 출간되었습니다. imagefile [5] 성원 2009-12-21 85169
1153 일상에서의 나에 대한 탐구... - 우공 [1] 원장 2016-01-13 879
1152 '삶의 기술' 강의시간 중에... - 우공 [1] 원장 2016-01-11 890
1151 모르는 마음.. - 현경 원장 2016-01-08 714
1150 전환과 회피에 대해서... - 태원 원장 2016-01-02 798
1149 방향성에 대한 확신을 가지며... - 태원 원장 2016-01-02 696
1148 한해를 보내며... - 온꽃 원장 2016-01-01 778
1147 에고의 습관적인 몸짓.. - 현경 원장 2015-12-30 780
1146 불안하고 두려운 에고의 습관.. - 바라 원장 2015-12-28 803
1145 FNL을 하면서... - 우공 원장 2015-12-24 764
1144 나에게 삶이란 - 덕산 원장 2015-12-21 741
1143 내안의 익숙한 습관 찾기 - 태원 원장 2015-12-19 825
1142 '삶의 기술'에서 생각의 부분을 정리 - 태원 원장 2015-12-18 838
» 부모님과의 해외여행 - 분홍공기 원장 2015-12-03 984
1140 그냥 그렇 뿐인데.... - 현경 원장 2015-12-02 875
1139 외로움이라는 배경화면... - 여니여니 원장 2015-11-29 106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