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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험은 지혜인가? 고통인가?

조회 수 957 추천 수 0 2015.09.27 08:49:31

경험은 지혜인가? 고통인가?



삶은 관계를 통한 경험이다. 이렇게 본다면 경험은 고통도 아니고, 지혜도 아닌 그냥 경험 그 자체 일 뿐이다. 우리가 순간순간 경험 그 자체에 온전히 머무를 수 있다면, 은 살아있고 지금-여기에 존재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과거의 경험들을 기억에 저장하여 좋은 경험은 자신과 동일시하거나 정당화하여 ''라는 에고를 강화하는데 활용하고, 나쁜 경험은 기억에서 억압하거나 부정하여 보지 않으려 한다.


얼마 전에 두 명의 수행자가 상담센터를 방문했다. 시기적으로는 조금의 시차가 있었지만, 먼저 방문한 사람은 지리산에서 토굴을 짓고 수행하고 계신 40대의 스님이었다. 그분은 1년 전에 오랜 참선과 단식으로 생각이 없는 '공의 자리'를 체험했다고 한다. 그때의 경험은 스님에게 너무나 황홀했고, 마음의 모든 의문과 의심이 한순간에 끊어지면서, 열반의 느낌 그 자체를 느꼈다고 한다.


하지만 체험 속에서 지금의 경험을 보다 오랫동안 가지고 싶다는 한 생각이 일어나면서 그 체험은 사라지고 다시금 번뇌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되었다고 한다. 스님은 그때의 황홀한 체험과 느낌을 다시금 느껴보려고 몇 날을 단식과 참선을 하며 여러 수행방편을 구하면서 1여년을 노력했지만 그때의 체험을 다시는 가질 수 없어서 마지막으로 최면을 통해서 내면 무의식에 저장된 그때의 경험을 다시금 살리고 싶다고 했다.



두 번째 사람은 50대의 수행자였는데 그는 30대 후반에 요가와 명상을 하면서 어느 날 가슴이 열리고 우주와 자신이 하나가 되는 체험 속으로 들어가면서 온 누리에 진동이 울리는 것을 들었다고 했다. 이런 체험은 몇 날을 계속 이어갔으며, 호흡을 하면 호흡 중에 아주 미세한 생각과 생각 사이의 빈 공간으로 들어가게 되었고, 그 공간에 들어갔다 눈을 뜨면 2시간이라는 시간이 저절로 흘러 가버렸다고 했다.


그러던 어느 날 명상 중에 주위의 나무와 풀들, 산을 바라보는데, 갑자기 주변의 모든 형상이 꺼져버리면서 아무것도 없는 무의 세계가 펼쳐졌고, 온 누리는 분리됨이 없는 하나임을 깨달았다고 했다. 그분은 그 후 사업으로 바쁘다가 몇 년 후 다시금 그때의 체험으로 돌아가려고 시도를 해보았지만 되지 않았다고 했다.


그때부터 그때의 느낌을 다시금 경험해보려고 많은 스승을 찾아다녔고, 수행에 정진했으며, 몇 년 전에는 태국의 미얀마까지 가서 6개월을 현지 스님의 지도아래 위빠사나 수행(관법)을 했다. 하지만 그분은 다시는 그 상태와 그 경험에 이르지 못하여, 최면을 통해 그의 무의식에 저장된 그때의 경험을 다시금 느낀다면 보다 쉽게 그 상태를 자신의 것으로 만들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으로 센터를 방문하였다고 했다.



경험 자체는 지금-이순간이지만, 경험을 해석하는 생각은 경험을 기억에서 꺼내어, 현재를 그때의 기억과 경험의 틀로 채색한다. 이때 좋은 경험은 붙잡고 나쁜 경험은 억압하면서, 삶을 있는 그대로가 아닌 경험의 틀 안에서 바라본다. 이런 의미에서 본다면 경험 자체는 아무 문제없지만, 경험을 기억하는 생각과 관념이 우리를 무지하게 만든다.


우리는 인생을 살면서 다양한 체험을 한다. 그분들이 당시에 경험한 체험은 놀랍고도 특별한 체험이었지만, 경험이란 단지 경험일 뿐이다. 어느 한때의 좋은 경험에 집착되어 그 순간을 잊지 못하고, 그 느낌을 다시금 붙잡으려는 시도는 경험에 대한 중독을 만든다. 그분들은 그때의 체험에 빠져서 지금 이 순간의 현실에서 한발작도 나아가지 못하고, 그때의 기억에 묶여있었다. 나는 그분들께 이제 그때의 경험을 놓아버리고 삶이라는 살아있는 새로움으로 나아가야한다고 했다.


지난날 나도 이와 비슷한 경험을 한 적이 있었다. 명상과 마음을 공부하면서 어느 순간 놀라운 체험을 했다. 그때의 경험은 나를 특별하게 만들었고, 고생한 노력이 한순간에 보상받는 느낌에 빠졌다. 하지만 경험의 느낌은 시간이 지나면서 지나가고 그 느낌을 다시금 붙잡으려는 마음은 지옥이 되었다. 그때의 체험이 바로라고 생각했기에 다른는 인정할 수가 없었다. 5년 이상을 그때의 기억에 묻혀서 방황을 했다.



우리는 경험을 통해서 살아있는 생명과 사랑을 나누며, 모르는 마음으로 겸손하게 지금-여기를 살아야한다. 그때 경험자체는 경험자와 경험을 나누지 않고 경험이라는 하나를 만나게 한다. 이때의 경험을 지혜라 이름 한다. 경험을 붙잡지 않고, 순간순간 놓아갈 때 경험은 삶이며, 생명이며, 사랑이 된다. 하지만 과거의 경험을 붙잡고, 그때의 경험과 자신을 동일시하여, 기억속의 경험에 집착한다면, 우리는 사실과 실재를 사는 것이 아니라 기억이 만든 환영을 붙잡고 혼란과 갈등의 고통에 빠지게 된다.


우리는 삶에서 자신이나 주변 사람들을 통해 이런 경우를 많이 본다. 군에 갔다가 온 남자들은 과거 군대의 경험을 자신과 동일시하여 확대 재생산 하고, 자신의 경험을 특별한 것 인양 떠들기도 한다. 어떤 사람들은 과거 한때 잘나갔던 그때의 기억을 붙잡고 현실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런 사람들은 현재는 없고 과거의 경험만을 반복적으로 되풀이하며 했던 얘기 또 하며 과거기억을 먹고 산다.


결국 경험과의 동일시는 에고가 자신을 놓지 않으려는 두려움이다. 두 분의 수행자 역시 과거의 경험과 자신을 동일시하여, 자신을 보다 특별하고 우월해지려고 했을 것이다. 삶은 순간순간의 경험이다. 하지만 경험을 축적하려는 마음은 새로운을 과거의 경험으로 한정짓거나, 자신을 과거 경험의 틀 안에 묶어 버린다. 우리는 현실의 불안정과 두려움에 대처하기 위해서 많은 경험들을 안정과 확고함을 위해서 붙잡으려 한다. 어쩌면 마음자체는 경험의 축적인지도 모른다.


삶에서 경험 자체는 살아있음이며 지혜이지만, 그것을 붙잡는 마음이 경험을 독이 되게 만든다. 경험에는 좋은 경험도 나쁜 경험도 없으며, 경험자체는 지혜도 독도 아니다. 단지 경험을 해석하고 있는 내가 있을 뿐이다. 해석을 가지고, 분별을 만드는 이 "에고로 부터의 자유"가 진정한 자유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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